[조숙경 교수 필사이언스]‘히든 피겨스’가 알려주는 챗GPT 미래

초스피드로 발전 인공지능(AI) 활용법

2023-03-21     조숙경
우리가 챗 GPT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 2016년작 영화 ‘히든 피겨스’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준다. 영화 ‘히든 피겨스’ 한 장면.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 GPT 열풍이 뜨겁다. 매일 아침 미디어와 SNS에는 갖가지 새로운 경험담들이 올라온다.

 3년이라는 코로나의 긴 터널을 뚫고 다시 만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대화는 오랜만에 풍부하고 즐겁다. 연일 챗 GPT를 사용해 본 에피소드들로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기도 한다. 챗 GPT에 대한 사용담을 나누다 보면 어색한 대화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연구 주제를 주고 박사 논문의 목차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서론에서부터 결론까지 그 짜임새가 완벽하더라’는 교수님의 경험담도 흥미롭고, ‘600자 짜리 도지사 연설문을 스티브 잡스처럼 써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도정에 AI를 도입해야겠다’는 행정가의 이야기도 있다.

 또 농업의 미래를 물어보면서 ‘농민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시를 부탁했더니 “농민의 마음은 하나의 희망이자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는 원동력이다“라는 싯구로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한 언론인의 경험담도 있다.

 필자 역시 호기심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21세기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과연 교사(수)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좋은 교사(수)가 갖추어야 할 요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곧바로 7가지 요건들을 담은 깔끔한 답변이 올라온다.

 좋은 교사(수)가 되려면 1. 관련 분야의 지식을 갖추고, 열정도 있어야 하며 2.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유연성 및 적응력을 갖추어야 하고 3.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력도 갖추어야 하고 4.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하며 5.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6. 학생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단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7. 평생학습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단다.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답변이다.

 출시 8주만에 사용자 1억 명 확보

 생성형 AI 챗 GPT는 출시된 지 불과 8주 만에 1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는 매우 충격적이기도 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첨단기술이 사회에 도입되었을 때 이처럼 짧은 시간에 그것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말한다. 불과 100 여 년 전 우리나라에 기차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저 검은 연기를 내 품으며 굉음을 내고 달려오는 시커먼 괴물이 무엇이냐“며 소스라쳤던 당시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려보면, 그동안 인류에게 일어난 변화들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네트웍 세상에서 우리는 지역과 인종과 시간의 격차 없이 최첨단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으로 주고받았던 수많은 메일과 대화, 웹상에 탑재되고 유통되었던 다양한 텍스트와 글이 빅데이터가 되어 인공지능 기계를 학습시키고, 그렇게 학습된 기계와 우리는 주저함 없이 대화하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지난 주 등장한 챗 GPT 4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만들어준다고 하니, 기계와 인간을 구분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과연 미래에 어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지 무척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처럼 초스피드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혁신적인 주요 신기술이 맨 처음 도입되었을 때처럼 많은 사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세계적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미국 MIT 명예교수는 ‘챗 GPT의 거짓 약속’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챗 GPT를 실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언어 생성 모델이 인간지능을 뛰어넘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면서, 진짜 지능과 기계학습 AI의 차이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윤리적 사고, 창의적인 비판력 그리고 사고해가는(thinking) 과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의 말대로 인공지능(AI)이 인간지능(NI)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은 아직 먼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도 전 세계 수 억 명의 유저들이 챗 GPT와 대화를 하고 있고,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는 새로운 빅데이터가 되어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기속시킬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더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이미 멀리 왔다. 인류에 유용한 도구로”

 우리가 챗 GPT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 2016년작 영화 ‘히든 피겨스’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준다.

 1962년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 탐사 계획인 머큐리 계획 당시 NASA에서 일하던 3명의 흑인 수학자와 공학자를 다룬 영화는 일반적으로 편견을 뛰어넘은 인간 승리의 감동적 드라마로 이해되지만, 새로 도입된 첨단기술이 인간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아주 잘 그린 대표적인 SF 영화로 판단된다.

 당시는 수학자들이 직접 수학적 계산을 담당했고, 이들은 컴퓨터(computer·계산하는 사람)라고 불렸다.

 어느 날 이들 인간 컴퓨터들 앞에 IBM 기계 컴퓨터가 나타났고, 대부분의 인간 컴퓨터들은 직업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주인공 중 한사람으로 인간 컴퓨터의 리더였던 도로시 본은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깨닫고서 컴퓨터의 언어를 배우자고 동료들을 설득한다.

 그녀 덕분에 그들 모두는 컴퓨터가 아닌 프로그래머라는 새롭게 탄생한 직종으로 옮겨갔으며, 기계 컴퓨터는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인류에게 유용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챗 GPT는 어떨까? 생성형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려와 두려움 때문에 그 발전 속도를 늦추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결국 인공지능은 현재의 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때로는 외로운 사람들의 정다운 친구로, 때로는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친절한 상담원으로, 그리고 때로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다려주는 교사로서의 역할을 잘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인류의 집단지성과 지혜가 절실하다.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