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경 교수 필사이언스]미네르바와 닮고 싶은 리더

“조직의 흥망성쇠·명운 결정”

2023-06-07     조숙경
26세에 여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평생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재임 기간 내내 대중적인 인기도가 80 %에 육박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가 보여준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일까? 

 70년 전 1953년 6월에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에서 그녀는 말했다. “평생토록 온 마음을 다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26세에 여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정말로 평생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재임 기간 내내 대중적인 인기도가 80 %에 육박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가 보여준 리더십의 본질은 무엇일까?

 일생 동안 국가와 국민에 대해 강한 책무감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있고, 군주제에 대한 의구심이 일던 사회적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도 있다. 소탈함과 유머스러움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고도 하고, 재임기간동안 그녀와 함께 일했던 15명의 총리들과 트러블이 없었던 통합의 리더십도 보여주었다고 한다.

 ‘미네르바 코스’ 한 학기 경험해보니

 6월이 되면 한 학기가 마무리된다. 메말랐던 가지에 새순이 돋고, 환하고 연한 꽃잎들이 꽃비가 되어 내린 다음 초록으로 짙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기말고사 시즌이 다가온다.

 우리 학생들은 매주 2시간씩 2차례 영어로 진행되는 토론식 수업인 ‘미네르바 코스’를 수강했고, 다음 주에는 그룹 과제 포스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답이 없는 오픈 주제를 두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미네르바 코스의 이번 학기 강좌명은 ‘자기 주도 학습과 리더십’이다.

 전반기 반은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며 어떤 일을 하고 싶고 또 어떤 가치를 추구하면서 사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사실 나를 알아가는 일 그리고 주인으로 삶을 사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고민해보았을 주제이다.

 그리고 이런 주제에 뚜렷한 해답과 방향성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삶의 중간중간에 멈춰서서 이 문제를 다시 들추어내고 또 들여다보는 것이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보다 40년이나 앞서서 20대를 보냈던 필자도 여전히 이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마도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그러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학기말 과제는 학생들에게 ‘보고싶은 리더, 닮고싶은 리더’를 찾는 것으로 정했다. 마음을 사로잡는 리더십을 갖추고 싶은지 아니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리더십을 갖추고 싶은지 다양한 리더십의 사례를 살펴보고 직접 인터뷰하면서 토론을 하다 보면 스스로 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고민의 기회를 경험함으로써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보다 근사한 리더의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 전체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조직이 크건 작건 리더에 따라 조직의 흥망성쇠와 명운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좋은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고, 리더가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깊게 그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질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미네르바 코스' 를 운영하고 있다.

 ‘보고싶은 리더, 닮고싶은 리더’

 2월의 메말랐던 가지처럼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말하는 것에 무척이나 서투르고 어색해하던 학생들이 지난 3개월을 보내면서 새순도 키워내고, 환한 꽃도 피우면서 풍성한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한 학기의 변화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견해가고 또 잠재력을 실현해가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안내하며 지켜보는 일은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2학기가 되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지 벌써부터 무척 궁금해진다.

 우리 주변에는 리더로 불리는 사람들도 많고 또 리더로 불려지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에게 그들이 정말로 닮고 싶은 사람이고 또 정말로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그들을 리더로 불러도 충분할 것이다.

 리더란 하얗게 내린 눈 위에 맨 처음 발자국을 내는 사람으로, 그 발자국이 나란하고 분명하며 정도의 방향을 향하는 것이라면 뒤따르는 많은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리더로 불리는 사람 혹은 리더로 불려지고 싶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다 나란하고 분명하며, 정도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세상, 그래서 뒤따르는 사람들이 갈팡질팡 혼란스럽지 않은 세상, 그런 좋은 세상이 오길 기대해본다.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