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재 위원장 한반도 미래] 동아시아의 중핵, 한반도
대전환기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주도해야
오늘날 인류의 역사는 세계적인 규모로 연결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지역 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아시아지역은 교류와 협력보다는 지역 간 분쟁과 갈등의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이 초연결사회 속에서 다른 지역에 대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서로 상생하며 교류와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지금 운명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남과 북, 그리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아시아 각국은 이해가 잘 조정된 협력체 내지 공동체를 구성하여 세계사 속에서 동아시아의 이익을 지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단순하게 지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연합되는 형태보다는 상생과 협력이 가능한 기존 국가들이 힘의 균형을 이뤄야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안녕과 존속을 꾀할 수 있고, 나아가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공동체를 이룰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가운데 하나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내지 경제 블록을 구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부족한 자원과 수출주도 형태로써 세계경제 속에서, 동아시아 경제 속에서, 그리고 민족경제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경제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기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있다.
거기다가 아직도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은 불투명한 상황이며, 주변 강대국들의 방해로 인하여 민족력의 결집 또한 매우 어렵다. 설령 남북통일이 이뤄지더라도 경제, 정치, 군사력을 볼 때 우리의 힘이 주변강국들에 비해 열세를 면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지극히 회의적인 처지이다.
우리의 미래는 절망적인가?
대전환기에 있는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하나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두 강대국의 갈등과 충돌의 개연성이 많은 신질서의 전환기에 한반도는 우연스럽게도 중간자적 역할을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일단은 국제관계에서 두 강대국 사이에 낀 강소국으로서 객관적으로 매개자 겸 조정자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거기다가 무엇보다도 지정학적 자연환경이 그러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즉 한반도는 동해, 남해, 서해, 동중국해, 태평양 등 드넓은 해양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동아지중해의 핵심 요충지이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고구려와 장보고 시대에서 확인되듯 주체적으로 거점 역할, 중핵 역할을 잘하여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익을 얻었다.
우리는 조선왕조 시대에 중핵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폐쇄성을 띤 채 바다에 포위된 반도국가로 전락했다. 그리고 일제식민지시대를 거쳐 분단시대, 냉전시대에는 적대적인 양대 세력의 힘이 격돌하는 현장으로, 우리에게는 풀어버릴 수 없는 굴레가 씌어졌다.
남한은 러시아나 중국과 육로는 물론 해로로도 교섭이 불가능했다. 일본 역시 구소련이나 북한, 중국과의 교섭통로는 바다가 유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섭할 수가 없었다. 북한은 중국을 통하지 않고서는 다른 외국과의 교섭이 전혀 불가능했다. 이와같이 동아시아는 모두가 막혀버린 절름발이 지중해였고, 일종의 섬이었다.
21세기 전반부는 경제전쟁이라는 구도 속에서 물류의 통로 및 해양자원으로서 해양의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또한 각 국가의 세계전략 속에서 해양영토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데도 해양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적지 않은 시련이 닥치고 숱한 단계를 거쳐야 하겠지만, 우리의 국가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수립과 경제시장의 단일화는 핵심적인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역할을 통해서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의 위상을 확립해 나갈 수 있을까?
동아시아에서 해양력의 대결은 한일 간 독도분쟁, 러일 간 북방 4개 도서분쟁, 중일 간 조어도(釣魚島) 분쟁, 중국과 동남아국가 간 남사군도(南沙群島)분쟁이 대표적이다.
남북간 평화·통일,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아
세계 8위 수준의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은 타타르해협의 일부에서부터 대만에 이르기까지 해양으로 동아 지중해, 한반도를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다. 중국도 해군비를 증액하고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등 해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가 통일국가를 수립하여 중요한 해로를 장악하고 해양조정력을 갖는다면, 우리는 교류의 주도권을 점하는 것은 물론 각국 간의 해양 충돌 및 정치 갈등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가 중핵 연결지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경우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정치 군사적인 비중이 상승함은 물론 경제적인 주도권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CR), 중국횡단철도(TSR)과 해로를 연결하여 항선을 일원화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우리가 앞으로 연결 및 물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건설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동아시아 물류체계의 거점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경제구조나 교역형태를 조정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은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남북 간 평화와 통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국가는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20세기 냉전 질서를 해체하고, 동아시아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면서 균형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 구도를 창출하여 지속가능한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영재 (북방경제문화원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