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경 교수 필사이언스]글로벌 위기의 시대, 과학외교로 헤쳐가자

세계가 맞닥뜨린 기후변화 등 5대 글로벌 난제

2023-07-25     조숙경
쾌도난마 과학외교포럼.

 우리나라도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듯이 지금 전 세계는 폭염과 폭우, 홍수와 가뭄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방글라데시 남쪽 지방에 살던 사람들은 매년 기록적인 폭우로 농사짓던 땅과 정든 집을 버리고, 기후난민이 되어 도시의 최빈층으로 떠돌고 있으며, 커피의 주요 생산국인 중미의 온두라스에서는 ‘심기만 하면 잘 자란다던 커피나무는 이젠 옛말’이라며 긴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가 발발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그리고 전쟁의 장기화는 우리 모두에게 에너지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를 다시금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었으며, 몇 해 전 겪은 반도체 산업의 소재·부품·장비 공급의 위기는 원재료의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국가의 안보 및 국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와 재난, 에너지 대전환, 물 부족 해결, 새로운 질병에 대한 대응시스템 구축 그리고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확보라는 5대 글로벌 난제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세계는 군사패권 시대와 경제패권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일상화되는 4차 산업 시대의 한 가운에 놓여있다. 누가 먼저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고 또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냐라는 최첨단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기술패권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새로 개발되는 신기술들이 시장 프렌들리(market-friendly), 인간 프렌들리(human–friendly)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지구의 미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술패권 시대 우린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이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기술패권 시대에 우리나라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얼마 전 개최되었던 <과학외교포럼>에서는 기술혁신과 외교전략의 융합, 과학기술과 외교의 동행을 제일 우선 순위로 꼽았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관으로 개최된 제 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 대회의 마지막 세션으로 마련된 <과학외교포럼>에서 18개 국가에서 활동해오던 재외 한인 과학자들은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인가 아니면 중간 정도의 소득 국가로 그냥 머무를 것인가의 답은 바로 과학외교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또한 과학외교의 패러다임을 대대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모았다.

 기존의 과학외교가 과학을 위한 외교(Diplomacy in Science)에만 머물렀다면, 이제는 외교를 위한 과학(Science for Diplomacy)이어야 하고 또 외교활동에서의 과학(Science in Diplomacy)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반도체 산업의 사례에서 잘 드러나듯이 기술이야말로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기술혁신과 외교전략을 둘 다 잘 아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필요한 과학기술외교 전문가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을 168개 국가 중 주요 국가의 대사관에 과학참사관으로 임명하여 과학외교의 첨병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 예로, 주한이탈리아대사관은 환경미생물학을 전공한 프란체스코 캉가넬라 볼로냐 대학교 교수를 2013년부터 장장 8년간이나 과학참사관으로 임명하여 과학외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필자도 이탈리아 전시업체와 사업을 논의 중이었는데, 과학을 잘 아는 그의 도움 덕분에 2016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타임머신> 특별 과학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중간의 에이전시를 통하는 어려움에 더해 비용도 훨씬 더 들었을 일이었지만, 그가 과학 분야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필자는 이탈리아 과학계와 지스트의 과학자들, 그리고 광주광역시와 이탈리아의 도시를 매개할 수 있었다.

베니스국제대학교 과학외교과정.

 기술혁신·외교전략 다 능통한 전문가 등용해야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아예 새로운 과정을 만들어 과학기술 외교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이탈리아 베니스국제대학교의 경우가 좋은 사례를 제시해주고 있다. 베니스국제대학교는 <기후변화 시대 과학외교> 과정을 개설하여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학자와 정책입안자 그리고 외교관들 사이의 효과적인 파트너 쉽을 격려하고, 특히 젊은 세대의 리더십에서 정보의 관련성, 적시성, 신뢰성을 체크할 줄 알면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20세기 현대과학의 새장을 열었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말한다. “전문가란 그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분야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문제점까지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글로벌 재난의 시대이자 기술패권의 시대다.

 과학기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술이 가져올 문제점까지도 파악할 줄 아는 전문가, 그들이 전 세계의 외교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곧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