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소멸…멸종위기종 사육 실태 조사하라

환경운동연합 ‘고령서 발생한 포획과정 사살’ 논평

2023-08-16     채정희 기자
지난 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1마리가 1시간10분 만에 사살됐다. 이날 소방 당국 등은 합동 수색을 하던 도중 탈출한 목장 인근 4~5m 지점 숲속에서 암사자를 발견했다. 수색에 투입된 엽사와 경찰, 소방 당국은 인명피해를 우려해 `사살 포획’하기로 협의하고 현장에서 사살해 유관기관에 인계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14일 경북 고령군 민간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포획 과정에서 사살된 것과 관련, 환경단체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국내 사육실태를 조사하고 보호조치를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내 “시민 안전을 우선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이번 암사자 민간공원 탈출과 사살 사건은 사각지대에 놓인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관리실태와 과제에 대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국제 멸종위기종에 대한 국내 유입과 추적, 민간차원의 멸종위기종 사육실태 파악, 그리고 탈출 멸종위기종 포획과정에 대해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사살로 소멸한 사자는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법령 관리 대상 생물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사자는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놓일 수 있는 심각한 멸종 단계(CR)이고 아시아 사자는 서아프리카 사자 전 단계인 멸종 단계(EN)에 놓여 있다. 취약 단계(VU)의 아프리카 사자 역시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사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목록에 존재한다.

 CITES 1급의 경우 학술과 전시 혹은 의학의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하며 상업적 이용이 제한된다. 2급의 경우에도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나 수출국 정부가 발행하는 수출허가서 제출 등의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사자는 CITES 목록에 속한 사자로 어떤 경로를 통해 민간시설에 유입되고 사육됐는지에 대한 철저히 파악해야 할 터이다.

 환경단체는 “이번 사건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포함한 멸종위기종 사육에 대한 관리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상적으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사자는 국제 멸종위기종 지침에 따라 유입되고 사후관리 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살된 사자는 사육시설에 대한 등록이나 인공증식에 대한 다양한 절차가 빠진 채 불법 사육되다 민간시설에서 탈출해 생을 마감했다”면서 “정부는 법령에 근거한 시스템의 결함을 확인하고 멸종위기종에 대한 불법 사육과 증식에 대한 현황 조사를 통해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살기 위해 탈출한 동물의 생명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다수의 생물 종 그리고 멸종위기종은 인간의 오락과 흥미를 위해 전시되거나 증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8조 3항의 신설로 올해 12월부터 동물원과 수족관 외 시설에서 살아있는 야생동물의 전시행위가 금지된다. 하지만 현행 전시 야생동물에 대한 신고의 경우 2027년까지 전시할 수 있기에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생물다양성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