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경 교수 필사이언스]김대중평화회의와 노벨과학상

세계과학의 날 널리 기념되었으면

2023-10-10     조숙경
고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기리는 국제학술대회인 2023 김대중평화회의 포스터,

 10월이다. 스웨덴의 도시 스톡홀름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노벨상의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그리고 화학상이 순차적으로 발표되었다.

 특히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독일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인 두 과학자들이다. 이 두 사람은 지난 20년 동안 밤낮 가릴 것 없이 수없이 많은 대화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실험결과를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공동연구를 수행해왔다고 한다.

 과학자들의 협력이 전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이다.

 뒤이어 발표된 노벨평화상은 이란의 여성인권운동가인 모하마리가 수상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감옥에서도 계속해서 평화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소감을 표했다고 한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기리는 국제학술대회인 2023 김대중평화회의가 개최되었다. <지구적 책임과 지구적 평화>를 주제로 1박 2일의 본 포럼에서는 인류가 맞이하게 된 기후 위기나 질병 위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개인의 관심과 공동협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첨단과학기술 발전의 고도화 및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류의 기술혁신과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 및 교육에 대해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식량과 에너지 안보 및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 등이 다각도로 논의되었다.

 첨단기술 위험 통제 국제협력 가능할까?

 필자가 좌장으로 참석한 제 3세션 <평화를 위한 과학기술에서의 국제적 협력 시스템 구축>에서 미국 원자핵과학자회보(Bulletin of American Atomic Scientists)의 레이첼 브론슨 대표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 원자핵 과학자들이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이루어 핵무기의 위험성을 줄이고 평화적 이용을 주창해온 것처럼, 현재 폭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생성성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의 국제적인 협력과 연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절실성에 비해 국제적 협력이 쉽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과학자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한때 존경받는 전문가 그룹이었던 과학자들이 최근에는 SNS 등의 활성화로 인해 신뢰도를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의견에 대한 공격을 받고 있으며, 오펜하이머 시대에는 한 목소리를 내던 과학자 단체가 이제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렇다면 첨단기술이 가져올 잠재적 이익을 충분히 누리면서 동시에 잠재적인 위험을 통제하고 완화하기 위한 국제협력은 가능할까? 그녀는 이제 과학자들만의 협력으로는 부족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조금 더 익숙하고 소통하는데 가까운 예술가들이나 언론사의 기자들 나아가 종교지도자들과 협력을 해야하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박상욱 교수는 과학과 기술이 전쟁과 경제 발전을 위해서만 기여해 온 것이 나이라 사실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 기여한 측면도 많았음을 강조하면서 아예 이 기회에 최첨단 기술의 방향에 대한 과학자들의 고민을 담는 <서울선언>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번 김대중평화회의의 백학순 조직위원장은 <신안선언>이 어떠냐고 의견을 더했다. 필자는 이 참에 원자폭탄의 투하 이후 인문학의 대표인 철학자 러셀과 과학계의 대표인 아인슈타인이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통제를 전 세계에 제안했던 것처럼 첨단기술의 잠재적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적 연대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평화와 발전, 과학기술의 두바퀴 

 오늘날은 더 이상 과학자들만을 위한 시대도 아니고 과학정책입안자들만을 위한 과학의 시대도 아니다. 오늘날은 바로 모두를 위한 과학의 시대이고, 때문에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와 수용의 정도는 지구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이미 199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모인 세계의 유수 과학자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중요한 결단을 내린 적이 있다. 바로 세계과학회의(International Science Council)와 UNESCO의 이름으로 매년 11월 10일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과학의 날>로 지정하고, 그 의미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며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중요성과 의미가 전 세계적으로 충분히 공유되지는 않은 것 같고,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과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2001년에 스웨덴 노벨 재단은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 세계를 순회하는 특별 전시회인 <창조성의 문화: 개인인가 공동체인가>를 기획했다. 그 전시회는 이듬해 8월 우리나라에서도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당시 근무하던 기관장(한국과학창의재단)을 대신하여 특별히 그 전시회에 참가하여 김대중 대통령을 뵙고 웃으며 인사도 나누었다.

 그날 그 전시장에서 필자는 참 많은 것을 깨달았다. 노벨상의 궁극적인 가치는 바로 인류의 평화이며, 과학과 평화의 공존이야말로 인류의 가장 큰 과제라는 것을.

 이번에 개최된 김대중평화회의를 계기로 11월 10일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과학의 날이 널리 기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학기술이라는 자전거가 잘 달릴 수 있으려면 하나의 바퀴는 평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발전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널리 인식했으면 좋겠다.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