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경 교수 필사이언스]뉴튼을 성장시킨 격려의 나눔
상대방 장점 격려·칭찬한다면 제 2·3의 뉴튼이…
10월의 어느 멋진 가을 날 광주의 한 고등학교로부터 특강요청을 받았다. 처음 방문한 학교의 교정 여기저기에는 조각품들이 서 있고, 학교 본관 앞에는 과학중점학교라는 현판도 붙어있었다. 과학과 예술이 조화롭게 융합된다면 21세기 인재에게 필요한 창의적 사고 (Craetive Thinking),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키우는데 아주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연장으로 들어섰다.
강연장에는 벌써 20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웃고 떠들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저 10대의 학생들에게 평생에 기억될 수 있을 만한 강연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되뇌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웃으며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여러분 스마트폰 손에 있나요? 그럼 스티스 잡스는 잘 알겠군요?” “네~~” 당연히 기대한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혹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 동영상을 본 학생이 있나요?” 순간 조용해졌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조건이었다. 학생들의 궁금증을 유발했으니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대학교 졸업식에 그날만큼 가깝게 와 본 것은 처음이라며 축사를 시작한다. 그는 아기 때 입양된 아이였고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대학교를 중퇴했었으며, 그 때문에 칼리그라피 강의를 청강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맥킨토시 컴퓨터 자판이 되었다는 사연을 소개한다. 아주 담담하게 자신의 엄청난 비밀 3가지를 꺼내든 그는 이제까지 살아보니 인생은 점과 점의 연결이고,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연결되고 연결되어서 현재의 자신을 만들어냈다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살아온 인생처럼 앞으로의 인생도 그러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은 언제나처럼 “가슴이 원하는 것을 행할 것(follow your heart)”이고 그러니 여러분도 그렇게 살자고 말했다고 하니 학생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과 외삼촌, 배로우 교수가 없었다면
사실, 2500년 과학의 역사를 장식했던 많은 과학자들도 자서전이나 여러 형태의 글을 통해 인생은 점과 점의 연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점은 어느 시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고 또 어떤 순간에 직면하게 되는 ‘사건’이다. 누구와 만나느냐 또는 어떤 사건에 노출되느냐가 결국 크고 작은 과학적 성과들로 이어지며, 역사에 남는 위대한 성과들도 그런 만남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가장 잘 알려진 과학자 중에 아이작 뉴튼이 있다. 만유인력 법칙과 빛의 성질을 연구한 뉴튼의 경우에도 바로 ‘사람’과 ‘사건’이 깊은 연관이 있다. 유복자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여유롭지 못한 가정형편에서 성장한 뉴튼은 농부가 되라는 어머니의 반대를 물리치고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것은 일찍이 그의 재능을 알아본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그의 외삼촌 덕분으로, 그들은 뉴튼의 어머니를 설득하는 한편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뉴튼은 캠브리지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서 다시 아이작 배로우(Isaac Barrow)라는 스승을 만나게 되었다.
배로우 교수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로서 뉴턴에게 수학과 기하학을 가르치면서 뉴튼의 탁월함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는 이후 뉴튼을 적극 후원하고 도와주었으며, 1669년 뉴턴은 스승이었던 배로우로 부터 캠브리지 트리니티 대학교의 루카스 수학 교수직을 물려받게 된다. 만약 뉴튼에게 교장 선생님과 외삼촌과 배로우 교수가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뉴튼은 외삼촌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지만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면서 부족한 비용을 충당했다. 때문에 그의 대학 생활은 잠시의 여유를 누릴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항상 바빴다. 그러던 중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번지면서 캠브리지 대학교도 휴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뉴튼은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갑자기 여유 시간이 너무나 많아진 뉴튼, 너무나 무료하고 할 일이 없어진 뉴튼은 집 앞의 사과밭을 천천히 걸어보게도 되었고 또 2층 자신의 방으로 난 조그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는 장난 겸 실험도 해보게 되었다.
그 때의 사고와 실험은 놀라운 아이디어가 되었고, 대학교로 다시 돌아온 뉴튼은 그 아이디어들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2권의 과학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하나는 바로 만유인력 법칙을 담은 <프린키피아>라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빛의 성질을 다룬 <광학>이라는 책이다. 만약 흑사병이 번지지 않아서 뉴튼이 스스로가 ‘기적의 해’라고 불렀던 1666년에 고향 집이 아니라 대학교에 남아있었고, 멍때리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격려, 응원, 칭찬의 나눔으로
물론 이 사례는 뉴튼이 교장 선생님과 외삼촌 그리고 배로우 교수를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리고 1665년에 흑사병으로 인해 캠브리지 대학교가 휴교하면서 뉴튼에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뉴튼의 위대한 성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익숙한 뉴튼이라는 과학자가 보여준 천재성이라는 것도 결국은 ‘사람’ 혹은 ‘사건’과의 만남과 접촉을 통해 자극되고, 발현되었으며 또 열매를 맺었다는 말이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의 질문이 질문이 쇄도했다. 가장 많은 질문은 뉴튼이 만난 것처럼 교장 선생님과 외삼촌과 배로우 교수를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과연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필자는 다시 질문을 하면서 살짝 바꾸어 보았다. “과연 어떻게 하면 내가 교장 선생님과 외삼촌과 배로우 교수가 될 수 있을까?”로.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만약 우리가 먼저 상대방의 장점을 알아봐 주고 격려해주며, 칭찬해주고 지원해 준다면, 우리 주변에 제2의 뉴튼, 제3의 뉴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라고? 어느 덧 2023년 한 해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따뜻한 나눔의 사례들이 소개될 것이고 사랑의 온도탑도 높아갈 것이다. 경제적 나눔, 교육의 나눔, 노동의 나눔 등 다양한 형태의 나눔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말 중요한 것은 격려의 나눔, 응원의 나눔, 칭찬의 나눔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