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일몰 빼어난 변산 모항 뒷산
[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변산 갑남산(413m) 떡바위 전망대, 알려지지 않은 변산반도 비경 고스란히
山 전문기자 김희순은 토박이만 알 수 있는 우리 고장의 山을 전국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15년째 ‘월간 山’ 잡지에 ‘전라도의 명산’을 기고하고 있다. 山을 단순하게 오르고 내리는 대상이 아니라 山의 주인인 나무, 새, 식물, 지질, 그곳에 얽힌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까지 입체적인 이해를 높인다. ‘김희순 호남의 명산’ 시리즈가 격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변산은 바다와 내륙을 접한 유일한 반도지형 국립공원이다. 감탄사 연발하는 빼어난 경관이 즐비하지만, 갑남산(甲南山) 떡바위에서 내려다보는 환상적인 풍경은 산을 오른 사람들만 볼 수 있는 특권이다.
갑남산이 있는 변산지맥은 장성갈재 쓰리봉에서 갈라져 국립공원 변산반도 능선 따라가다가 격포항에서 56.5km의 맥을 다한다. 변산지맥의 중심을 관통하는 변산반도국립공원은 크게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눈다. 내변산은 의상봉(508.6m), 비룡상천봉(439.4m), 우금산(329m), 쇠뿔바위봉, 관음봉(424.5m), 쌍선봉(459.1m) 등 300~400m급 봉우리들이지만 비교적 경사가 급한 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외변산은 해안선을 따라 채석강과 적벽강, 고사포해변, 모항해수욕장, 곰소항 등 서해안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외변산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며, 외변산에 있는 모항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다.
갑남산은 변산반도 남서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 해발 413m의 나지막한 산이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능선길이라 동절기에도 크게 힘들지 않다. 능선만 올라서면 위도를 비롯한 서해바다 조망을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이정표와 안전시설이 전무하다. 하지만 등산로는 선명하고 선답자의 표지기가 충분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갑남산 최고의 포인트는 모항(茅項)을 내려다보는 조망에 있다. 모항은 반도처럼 툭 튀어나온 자그마한 어촌이다. 우리말로 ‘띠목’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해안선에는 수십 그루의 해송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반달 모양의 해수욕장에 잠기는 노을을 두고, 안도현 시인은 ‘모항 가는 길’ 이라는 시에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바 있다.
‘모항을 아는 것은 변산의 똥구멍까지 속속들이 다 안다는 것이거든, 모항 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구불구불하지(중략) 모항에 도착하면 바다를 껴안고 하룻밤 잘 수 있을 거야’.
능선 곳곳엔 바다를 향한 조망처
산행 초입은 변산 경찰수련원 정문에서 남쪽으로 50m 지점, 도로변에 있는 붉은색 벽돌건물(농업용수관정)을 끼고 올라선다. 5분만 올라가면 등 뒤로 언포해수욕장, 상록해수욕장과 아기자기한 펜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쥐똥나무 군락지와 키 작은 노간주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풍란이 많다. 구릉지형으로 바람과 햇볕이 좋아 자생하기 좋은 조건이다. 예부터 ‘삼변(三邊)’이란 변산 특산물이 있다. 변산 소나무‘변송’과 자연산 꿀 ‘변청’ 그리고 해안 기슭에서 바닷바람을 이겨낸 변산 풍란이라 불리는 ‘변란(邊蘭)’이다.
15분이면 첫 번째 전망바위에서는 사진 동호인들이 낙조 포인트로 많이 찾는 솔섬이 보인다. 암릉지대는 바위가 푹 꺼졌다가 올라가는 스릴감있는 경사면이다. 바닥에는 안산암질이 부스러진 조각이 많아서 미끄러움에 주의해야 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위도를 비롯한 군산 비안도, 고군산열도까지 파노라마 조망이다.
슬랩지대 위에 있는 마당바위는 정상과 다름없는 조망처다. 가깝게는 고창 선운사를 비롯해 서해 먼바다까지 보인다. 깍아지른 절벽 아래에는 비가 오면 생기는 수락폭포가 있다. 절벽 아래에 있어 위에서는 보이지는 않는다. 투봉 갈림길까지는 트레킹 코스나 다름없다. 곳곳에는 길이 갈라지거나 합류하는 곳이 있어 혼돈스럽지만 표지기가 촘촘히 달려있어 이정표 구실을 한다.
바다 조망 열린 조용한 능선길
투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30분 거리에 정상이 있다. 정상까지는 특별한 조망이 없고 단풍나무와 서어나무, 소사나무가 많다. 정상은 분지처럼 넓은 공터다. 사방이 잡목에 가려서 조망은 없다. 투봉을 가기 위해서는 오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오솔길 수준이지만 잡목으로 인해 시야가 막히지만, 10분 정도 지나면 암릉지대 건너편으로 삼신산(486m), 신선봉(486m) 줄기 너머로 내변산 연봉이 보인다. 울창한 산죽군락지 끝에 투봉이 있다. 이곳부터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갑을치를 지나면서부터 선운산, 경수산, 그 뒤로 고창 방장산 등 호남정맥 주능선이 보이고, 5분 더 가면 만나는 ‘모항’ 전체를 내려다 보이는 떡바위다.
모항은 반달 형태의 해수욕장과 해나루가족호텔, 기암절벽에 세워진 모항레저타운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다. 10층 높이 해나루가족호텔은 전북개발공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조금 더 가면 비슷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모항조망바위가 또 있다.
모항 조망바위를 벗어나면 시작되는 황톳빛 임도가 시작된다. 맨살을 드러내 놓은 것처럼 황량하지만 곧이어 잔디밭 같은 임도로 바뀐다. 늪지대 지나서 15분 정도면 ‘썬리치랜드’ 캠핑장 부속 건물이다. 커다란 소나무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변산경찰수련원으로 가는 임도다.
전북학생수련원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원점회귀를 위해서라면 구불구불한 임도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 좋다. 임도 주변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수락폭포는 비가 오면 나타나는 웅장한 성채 같은 암벽으로 압도적인 위용이 장관이다. 자동차 차단기에서 15분이면 30번 국도를 만나고, 국도를 따라 5분이면 변산 경찰수련원이다.
▲산행 길잡이
*변산 경찰수련원-바위전망대-마당바위-투봉 갈림길-바위 전망대-갑남산 정상-마당바위-투봉 갈림길 이정표-떡바위(조망바위)-임도-썬리치랜드-임도-수락폭포 조망터-차단기-30번 국도- 변산 경찰수련원(총 8km·4시간 소요)
▲맛집
부안 줄포면에 있는 ‘남경반점(063-583-8988)’은 한곳에서 2대째 운영하는 중국집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믿고 찾는 맛집으로 소문난 곳. 국밥(7000원)과 짬짜면(7500원)이 인기 메뉴다. 국밥은 흔히 아는 맛과는 약간 다르다. 간이 과하지도 않으며 개운하다. 짬짜면은 볶음짬뽕과 짜장 소스를 비며먹는 재미가 있다. 짜장면 6000원, 짬뽕 8000원, 탕수육 中 2만 2000원.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