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어쩌다 학교는 ‘다이소’가 됐나

2024-02-13     이재남
광주시교육청이 지난달 광주교육연수원에서 학교폭력 제로센터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 도입을 앞두고 시교육청·각 교육지원청·Wee센터·117센터 등의 업무 담당자가 참여한 가운데 연수를 실시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학교는 지금 사법화와 외주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전시성 강한, 애매한 복지정책들이 학교를 통해서 남발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발표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와 늘봄의 전면화, AI 교과서와 디지털 정책, 시설 복합화 정책, 유보통합정책, 교육발전 특구 정책 등은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갖게 한다.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이 학교 교육력이라는 근본에 집중하지 못하고, 백화점식, 나열식, 전시성 복지정책이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총론적 측면에서는 부분적으로는 운영하기에 따라,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책임성과 전문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 터질때마다 비정규 인력 쏟아부어

 그래서, 최근 학교에는 50여 개의 직종이 살아가는 ‘다이소’ 학교가 되었다는 푸념이 일고 있다. 왜 그럴까?

 최근 발표된, 학폭전담조사관이나 늘봄 인력은 모두가 비정규 인력들이다. 특히, 학폭조사관은 조사 단계에서 피/가해자의 특정이나, 다툼의 성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교육적 이해가 매우 높은 경험 많은 교원들이 아니면, 본질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많은 부분은 초기 발생이나 조사 단계에서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성찰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사 단계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늘봄 체제가 제시되면서 학교에는 행정을 담당하는 실장이 2명 체제가 되었다. 기존의 행정실장과 늘봄실장이다. 정규공무원 인력도 더 투입되어야 하고, 기존의 공무직과도 근로조건과 업무 분장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의 문제 등은 고스란히 학교의 문제로 남게 되었다.

 아울러 현 정부의 중요정책인, 유보통합은 장기적으로 우리 학교 체제가 6-6-3-3 체제로 변화되는 거대한 사업이다. 교육공무원의 근무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화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교사를 수업 외의 다른 업무와는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이 정부의 ‘의욕’은 학교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학교 공동체를 업무 이해관계로만 바라보는 소치이다.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변화되고 강화되는 만큼 당연히, 행정인력을 전문화하고, 규모 있게 구성하고, 마을과 지자체가 담당해야 할 영역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정규 인력만 쏟아붓고, 더 근본적인 행정인력을 강화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학교는 소수 직종과 단시간 근로까지 포함하면, 약 40여개의 직종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다이소’가 된것이다.

 공무직만 25개 직종·20만 명

 지금 학교는 크게 25개 직종의 약 20만 명의 공무직이 근무하고 있고, 사정에 따라, 단시간, 초단시간, 봉사직, 임명직, 소수 직종 등이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학폭조사관, 늘봄인력, 방과 후 강사 약 15만 명이 살아가고 있다. 1인당 사교육비 28만 원에 해당하는 학원까지 확대하면, 사실상 학교를 배경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력이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한다고 봐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공무직들이다. 영양사, 유치원방과후, 교육복지사, 교육실무원, 돌봄전담사, 사감, 사서, 영어회화전문, 임상심리사, 전문상담사, 조리사/조리원, 취업지원관, 특수교육실무원, 행정실무사, 초등스포츠강사, 학교운동부지도자, 경비/당직, 청소/환경미화원, 통학/운전, 시설직, 방과후, 치료사/간호사, 기관사업전담사 등 셀 수가 없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고,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위해 많은 국가사회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것이 일종의 전문화라는 명분으로 비정규 인력만 양산하고 있다면, 전형적인 땜질식 나쁜 정책이다.

 이러는 가운데, 생활지도 영역이 사법화로 치닫고 있고, 지자체의 복지영역과 지역 시설이 모두 학교로 들어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수는 줄고 있고, 교육 재정은 고갈되고 있고, 관리 인력은 부족한데, 정부는 학생 수 줄어드니, 교육재정도 줄여한다는 근시안적 생각만 하고 있다. 미래 교육혁명이라는 원대한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교육체제와 학교 체제를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늘어나는 ‘수포자’와 ‘덧셈뺄셈’이 안되는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지도할 교사는 매년 3000명씩 줄이고 있다. 몇년째 학교공동체가 업무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란 무엇이고, 교육이란 무엇인가? 물을 수밖에 없는 착잡한 나날이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