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잘 지켜온 자연 공간, 영산강·황룡강 생태 답사] (1)영산강 용산습지를 아시나요?

강렬한 생명력 노랑어리연꽃 물들다

2024-05-27     박경희

 2020년 황룡강 장록습지가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4년이 지나가고 있다.

 광주의 첫 번째 습지보호지역이자 국내 첫 번째 도심습지보호지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장록습지는 광주의 우수한 자연을 대표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장록습지를 안내할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있다.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멋진 경관을 가진 또 편하게 쉴 수 있는 장록습지가 있어서 참 좋다.’는 말이다. 키 큰 억새숲을 뛰어가는 고라니를 만날 수 있는 곳, 봄이면 연둣빛 신록을 아낌없이 자랑하는 버드나무숲의 경관이 멋진 곳, 보랏빛 멀구슬나무 꽃이 뿜어내는 향긋한 내음과 해질녘 노을빛을 받아 불게 물든 강물을 만날 수 있는 곳, 이른 아침 재잘대는 새들의 소리, 밤에는 풀숲에서 열리는 수많은 곤충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는 곳. 가을밤, 깜깜한 산책로를 조용히 걷다 보면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는 바로 이곳이 장록습지이다. 이제 광주의 습지와 생물다양성들을 이야기할 때 장록습지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 되었고,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발걸음으로 생물다양성을 체험하고 알리는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습지, 생명을 가득 품은 습지가 광주에 또 있지 않을까? 자연의 모습을 잘 지켜온 야생동식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는, 생태계가 우수한 습지를 시민들과 함께 찾아보면 어떨까? 그래서 시작한다. ‘보호지역 확대를 위한 영산강-황룡강 우수습지 답사’. 이제 우리가 직접 걸으며 만나는 습지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다.

 (편집자주)

노랑어리연꽃.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

 일부러 날짜를 맞춘 것은 아닌데, 당연한 일처럼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에 첫 답사가 시작되었다.

 아침 10시. 벌써부터 햇볕이 뜨겁다. 모자는 필수. 영산강 담양하천습지 탐방안내소에서 만난 일행은 뜨거운 날씨는 아랑곳없이 기운찼다. 곧바로 영산강 좌안으로 이동했다. 바로 이곳이 영산강 용산습지. 카카오맵에는 용산습지공원으로 안내되어 있는 곳이다.

 용산습지는 담양하천습지 하류에 위치해 있는 습지로 수달과 삵,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가 찾아오는 습지이다(광주광역시 생물다양성 전략 수립 및 활성화 방안 연구, 2021).

노랑어리연꽃.

 평일인데도 강둑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강둑 위에서 내려다본 용산습지는 도시에서의 시간과는 다른 듯 한가롭다. 바람에 흔들리는 키 큰 풀들의 너울은 뜨거운 태양볕을 날 것 그대로 전달해주는 듯 바삭거렸고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은 권태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강물 위를 초록으로 또 노랑으로 수놓은 듯 노랑어리연꽃이 용산습지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생식물을 관찰하도록 설치해 놓은 데크길을 따라 걸으니 마름과 물수세미, 부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아! 나 여기 있다고 스스로 존재를 뽐내는 자연의 친구들을 마주하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그리고 마침 기다렸다는 듯 뜨거운 날씨를 피해 강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유혈목이가 반가울 따름이다.

유혈목이.

 수생식물은 식물체의 전부 또는 대부분이 물속에 잠겨 있는 채로 생활사를 유지하는 관속식물이다. 크게 정수식물, 부엽식물, 부유식물, 침수식물로 나누어지는데, 정수식물은 주로 물가에 자라나는 식물로, 줄기 밑 부분은 물 속에 있고 몸체는 물 위로 자라난 식물로 갈대나 부들이 대표적인 식물이다. 부엽식물은 물 아래에 뿌리를 내리고 잎은 수면에 떠 있는 식물로 수련, 어리연꽃, 마름이 이에 해당한다. 부유식물은 줄기와 잎이 수면위에 있고 뿌리가 물속에 떠다니는 식물로 개구리밥, 부레옥잠이 있다.

 마지막으로 침수식물은 물 밑에 뿌리를 내리고 몸체가 물 속에 잠겨있는데 물수세미, 검정말, 말즘 등이 있다.

 용산습지는 부엽식물인 노랑어리연꽃이 우점을 하고 있고 역시 부엽식물인 마름이 이제 모습을 드러내느라 붉은 잎을 피우고 있었다. 연한 잎을 물 위로 내민 물수세미는 너무 연약해보여 가만히 쓰다듬어 보고 싶어진다.

마름.

 수변에는 버드나무와 달뿌리풀, 애기부들을 볼 수 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 풀과 풀사이를 날아다니는 방울실잠자리와 노랑나비. 버드나무 잎에 앉아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크고 있는 무당벌레들을 발견하자 모두 반가운 탄성이 터진다. 습지 여기저기서 자신의 공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생명들을 보니 아! 이게 생물다양성이지 하고 감탄하게 된다.

 습지, 생물다양성의 보고

 뜨거운 여름이다. 올 여름은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작년 광주는 역대급 가뭄으로 제한급수와 단수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바가 있다. 다행히 위기는 넘겼지만 해마다 찾아올 수 있는 가뭄과 홍수라는 기후재난에 가슴을 졸여야 한다.

물수세미.

 2023년 광주광역시의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광주시민 10명 중 4명이 일상에서 가뭄과 홍수 등 물 관련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와 지구 생태계의 변화를 쉽게 느끼고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의 불안은 높아지고, 또 그만큼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생활로의 삶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생물다양성이 낮을수록, 즉 손실될수록 전 지구적인 감염병이 확대된다고 한다. 생물종 다양성이 떨어지면 그 결과 특정 종의 개체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지고, 이로 인해 감염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생물다양성이 손실되면 생태계의 안정성과 회복력도 낮아져 환경 교란이 더욱 심해지고 이로 인한 많은 환경 재난과 재해에 우리는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고추잠자리.

 생물다양성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습지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잘 지켜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산강·황룡강 보호지역 확대해야

 얼마전 평두메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생물다양성 회복과 보전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보호지역 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가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 보호지역 30% 확대를 통해 지구 생태계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생물다양성협약국으로 보호지역 30%를 지정하기 위해 동참하고 있다.

답사참가자들.

 현재 광주는 보호지역이 무등산국립공원과 장록습지보호지역 단 2곳으로 광주 전체 면적의 약 10.69% 정도이다. 생태계가 잘 보전되고 있는 지역을 발굴하여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광주에는 다행히 잘 보전되고 있는 생태적으로 우수한 습지가 있다. 경관이 우수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영산강과 황룡강의 습지가 바로 그곳이다.

 습지와 생물다양성 보전과 회복을 위한 걸음이 영산강-황룡강의 우수습지로 향하고 있다.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생태보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