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취재기·뒷얘기] 기자를 고발하고, 기자를 그만두다

구청장 업무추진비에 기록된 ‘보도 사례금’

2024-06-14     채정희 기자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2007년 2월, 광주 한 자치구 의원이 구정질문을 준비하면서 해당 구청에서 제공받은 자료가 본보 기자 손에 들어왔다.

 해당 구청장 업무추진비 현금 지출 내역이었다. 2004년부터 2년간의 자료였는데, 의원이 분석해본 결과 매년 900만 원 넘은 돈이 보도 사례금, 행사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출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보도 사례의 구체적 내용도 적혀 있었는데, 구청장 인터뷰, 신년 특집 기획 특집 등 항목 등으로 분류됐다.

 구청장 동정과 구정소식 등을 보도하면서 그 대가로 건당 10만원씩이 건네졌다고 기록됐다.

 기사와 상관없이 민선 3기 2주년 등 기념할 사안이 생겼을 때 기자단에게 뭉칫돈이 전달됐다는 기록, 언론사 편집국장단 모임에 썼다는 기록, 해외 취재에 나서는 기자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줬다는 기록 등이 세밀했다.

 의원은 “행정기관이 홍보를 대가로 언론사나 기자에게 촌지는 건네는 관행이 드러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의원은 이를 토대로 언론사 29곳에 촌지 수수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 공식입장을 요구했다. 모두 부인하고 항변했다. 사실을 인정한 언론사는 없었다.

 광주드림은 해당 사실을 ‘기사 써 주고 돈 받고’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했다.

 파장은 엄청났다.

 “평생에 들은 욕을 다 들은 것 같아요.”

 기사를 쓴 이지은 기자에겐 고난의 시작이기도 했다. 동료들을 ‘저격’한 셈이어서, 공공의 적이 된 것.

 “현장에서 만나면 인사도 안하고, 노려보는 지경이었어요. 괴로웠죠.”

 문건에 이름이 오른 기자들과 언론사들은 한결같이 “억울하다”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항변했다.

 기자들의 분노는 이 기자 외에 문건 작성자인 공무원에게로도 향했다. 구청에서도 사태 수습이 난감한 상황이어서 직원 한 사람의 실수로 정리하고자 했다. “문서 관리 실패”라는 굴레를 뒤집어써야 했다. 그렇게 한 공무원이 모든 언론사의 표적이 됐다.

 당시 이 기자는 자신이 당한 괴로움보다 그 공무원의 고통이 더 신경 쓰였다.

 “여러 언론사의 압박을 받은 공무원이 저에게 전화해 항변하며 울먹이며 했던 말이 충격적이었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줬으니까요.”

 해당 공무원은 휴직하고, 심리 치유를 받을 정도 심각한 상태로 내몰렸다.

 그만큼 이 기자의 정신과 육체도 피폐해져 갔다.

 이 보도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기자는 기자직을 그만뒀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기사 써 주고 돈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