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합천을 소개합니다
물줄기·산자락 따라 수(水)려한 고장 천년의 역사 숨 쉬는 ‘해인사’ 우뚝 밤 생산량 4위… 율피떡·송기떡도
유서깊은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은 곳 합천(군수 김윤철). 세계문화유산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이 살아 숨쉬는 합천은 순창과 같이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순창에 섬진강 물줄기가 흘렀다면 합천은 낙동강의 지류인 황강 물줄기가 흘러 마을 곳곳이 ‘천(川)’과 함께하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수(水)려한 합천’이라는 말처럼 합천에 들어서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합천호’였다. 1988년 황강 물줄기를 막고 합천댐을 만들며 생긴 인공호수인 합천호는 주변 명산과 어우러지며 풍요로운 모습을 자아냈다.
순간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탁 트인 호수 풍경도 멋있었지만 이른 새벽 피어나는 산안개와 물안개가 호수 주위로 피어나면 넋을 놓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와 함께 합천의 대표 명산인 황매산은 전국 최대규모의 철쭉군락지가 있어 봄이면 온 몸을 분홍빛으로 단장하고 가을이면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가 밭을 이룬다. 때문에 황매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며 ‘영남의 금강산’이라 불리고 있다.
이러한 합천의 더욱 깊고 깊은 산 속. 천년고찰 해인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보물을 품고 있는 해인사의 고즈넉하면서 웅장한 풍경을 이루 말할 것 없었다.
해인사 가장 위 깊숙한 곳으로 올라가면 익히 알고 있는 장경판전이 나온다. 이곳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국보 32호 팔만대장경판이 있다. 독창적인 모양의 창문과 통풍이 잘 이뤄지도록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설계된 장경판전의 모습은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천년의 역사를 만나봤다면 가볍게 즐길거리가 풍부한 합천영상테마파크도 관광하기 좋다. 2004년 개장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특화된 시대물 오픈 세트장으로 각종 영화부터 드라마, 광고 등이 촬영된 합천 대표 관광지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세트장답게 조선총독부와 경성역 등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생생히 재현돼 있으며 한참을 둘러봐도 모두 각각의 특성을 가진 건물들과 골목 곳곳 포토스팟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봄·여름·가을·겨울마다 계절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행사들도 마련돼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풍부한 물과 넓은 평야가 있는 고장인 만큼 먹거리도 다채롭다. 합천호 주변으로는 붕어찜과 빙어, 메기탕 같은 특산 먹거리가 유명하며 육질이 부드럽고 탄력적인 합천 돼지고기를 이용한 돼지국밥은 경상도 전 지역에 이름을 알릴 정도다.
또한 합천은 밤 생산량이 전국에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밤 농가가 많다. 그렇기에 밤으로 만든 ‘율피떡’은 합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념품 중 하나다. 율피는 밤을 싸고 있는 얇은 속껍질로, 떫은 식감이라 대체로 먹지 않고 버려지는 부위지만 합천에서는 떡으로 만들어 대표 특산물로 만들었다.
율피떡도 생소하지만 그만큼 더 접하기 어려운 떡을 또 하나 합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바로 ‘송기떡’이다. 합천군 초계시장 인근에 위치한 서울떡방아간에선 소나무 속껍질로 만든 송기떡을 판매하고 있다.
방아간을 운영하고 있는 안영호, 정점자 부부는 “소나무 속껍질로 떡을 만드려면 4월 달 소나무 순이 막 올라올 때 15일 만에 벗겨야한다”며 “시간이 워낙 짧으니 재료를 구하기 어렵다. 지금까진 그래도 만들어왔지만 우리도 이제 얼마 못 만들지 싶다”며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