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순창이 합천에게
“철도가 연결된다고? 대박!” 합천 떠올리면 해인사·전두환… 철도 연결되면 관계 더 끈끈해질 것
순창(군수 최영일)에는 ‘향가터널’이라고 하는 곳이 있다. 일제강점기 말기 일제가 순창과 남원, 담양 지역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철로를 가설하며 만든 터널이다. 철로 완공 전 광복을 맞이하며 건설이 중단됐고 현재는 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찾는 섬진강 자전거길의 일부다.
일제 강제노역의 아픔이 서린 곳이지만, 철도 하나 지나지 않는 교통 인프라에 타 지역에 비해 단절된 삶을 살아야했던 순창 주민들은 “그때라도 완공이 돼서 기차가 다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을 남기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순창 주민들에게 달빛철도가 몰고 온 파장은 크다. 단순한 철도 연결의 의미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교류 기회를 넓힐 기회로서 철도 연결을 환대했다.
순창 문화관광해설사인 노상배(64) 씨는 “일제강점기 때 교각까지 놨었지만 거의 다 지은 상태에서 완공을 못하게 됐다. 이전에도 동서화합을 위해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철도를 추진했던 걸로 아는데 전두환 대통령 때 88고속도로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라도 완공이 됐었으면 순창에 기차가 다녔을텐데라고 생각해왔다”며 “그랬다면 다른 지역으로 여행도 쉽게 가고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됐을거다. 이번에 전라도와 경상도 여러 지자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 굉장히 기쁘고 철도 연결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순창 주민은 본보가 ‘달빛철도가 연결된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라고 묻자 철도가 연결된다는 사실 자체를 처음 알게 된 듯 “철도가 연결이 돼요? 진짜 대박이다. 그렇게 되면 진짜 좋겠네요.”라며 들뜬 기대를 품기도 했다.
달빛철도 노선으로 이어질 ‘합천’에 대해선 대표 명소인 ‘해인사’가 있기에 낯설지 않게 받아들였다. 관광을 다녀온 주민들도 여럿 만나볼 수 있었으며 향후 철도 연결로 지역 간 교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30년 전 경상도로 도로 공사 일을 다녔다는 순창의 버스기사 조태순 씨는 “일 때문에 간 거라 관광하러 다니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합천 해인사는 보러 간 적 있다”며 “이후에는 경상도 쪽을 갈 일이 없었는데 철도가 연결된다면 아무래도 대구나 경상도 쪽 여행을 더 잘 다닐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순창 주민 김모(52) 씨는 “합천하면 해인사가 유명하니 알고 있다”며 “지금은 버스나 차로 가야하는데 철도가 연결된다는게 아무래도 더 관계가 생기는 느낌이라 지역민들 간 왕래도 잦아지고 교류도 풍성해질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해인사 다음으로 떠올리는 것은 대체로 ‘전두환’이었다. 합천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생가가 있고, 그의 호를 딴 ‘일해(日海)공원’도 있다.
순창시장 상인회장 나병호 씨는 “합천 하면 나이가 있어 그런가 전두환이 떠오른다”며 “외갓집이 영주라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합천을 거쳐가곤 했는데 참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라 생각했다. 해인사도 너무 좋아하고 자연환경도 좋은데 전두환의 고향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순창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한 40대 주민은 “전두환 공원같은 게 있지 않나? 합천이 전두환의 고향이라는 것만 알고 관광지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어쨌든 동서화합을 하자고 철도 연결을 하는 거니 더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을 듯 싶다”고 말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