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굴러가는 교육을 경계한다

2024-07-16     정성화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중고생들에게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지원해 줘서 시끄럽다. 이는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모습과 이를 위해 가장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지난해부터 중고생들에게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지원해 줘서 시끄럽다. 여러 우려점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는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본모습과 이를 위해 가장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최근 초등 교육 현장의 모습 몇 가지를 살펴보자.

 장면1. 아이패드를 통해 우리 고장의 인물과 문화유산을 찾아가고 있다.

 장면2. 교육포털 시스템에 접속하여 클릭의 순서에 따라 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장면3. 오르간 대신 교육포털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반주에 맞춰 음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면4. 초등교사커뮤니티(인디스쿨)에 들어가서 자료를 다운받아 활용하고 있다.

 장면5. 국악·예술·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들을 신청하여 일정 수업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장면6. 체험학습은 교육과정과 큰 상관이 없는 체험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곳으로 간다.

 교사·학생 역량 배제된 결과중심 교육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반화된 장면이다. 교사든 학생이든 편의성이나 재미,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교육들은 더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좀만 들여다보면 몇가지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

 장면1은 인물이나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삶의 가치보다 아이패드 활용 자체에 방점이 있다.

 장면2는 아이들의 주도성과 상호작용이 배제되어 있다.

 장면3은 악기가 갖는 고유성을 바탕으로 느껴야 할 감각이 배제되어 있다.

 장면4~6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이 될 수도 있으나 교사의 고민과 역량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을 하나로 꿰어서 일컫는다면, ‘결과중심 교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 중심 교육에서 과정은 하나의 수단이 되며, 결과가 좋다면 성공한 교육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체로 시험 결과이거나 참여자의 만족도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교사든 학생이든 ‘역량(competency)’이 길러지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소통 능력, 생태·인문학적 감수성을 기를 수가 없다.

 또한 이런 교육은 곧잘 돈의 문제로 연결되곤 한다. 어떤 분야에 예산을 투입하면 교육이 활성화될 것처럼 인식된다. 어떤 교구를 대량으로 사주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강사를 투입하고, … 결과적으로 교사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그만큼 근육도 빠져간다.

 과정중심 교육은 교육계에서 상식의 문제다. 답을 맞추는 것보다 답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은 교육의 진리다. 왜 선행학습이 나쁜가? 왜 암죽식(암기하기 좋게 죽처럼 만들어 주는 방식) 교육은 비판받아야 하는가? 이들이 결과에 집착하면서 학생의 근육(역량)을 키울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정 중심 교육이라야 학생 근육 키워 

 그럼 근육을 키울 것으로 기대되는 과정중심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첫째, 감각(몸)에 기반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구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 교과에 따라 실험과 실습·토론·이야기 등을 강조하고 체험학습을 권장하는 이유이다. 이런 경험 속에서 형성된 구체성은 추상성을 뽑아내고, 나아가 개념(이론)만으로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둘째, 맥락이나 전체 흐름 속에서 각각이 연결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안목을 형성할 수 있다. 차시별로 단편화되어 있는 현행 교과서 체제를 넘어 교육과정 재구성을 권장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셋째, 아이들의 주도성과 상호작용의 기회를 많이 배치해야 한다. 스스로의 깨달음과 상호작용 속에서 얻어진 지식은 체화의 효과가 높아 역량으로 쉽게 전환된다.

 이러한 교육을 위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 좋은 교구일까? 쾌적한 시설일까? 더 많은 프로그램과 인력 제공일까?

 이들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량 강화다. 많은 역량을 갖춰야겠지만, 필수 역량으로 교육철학, 학생 이해, PCK 생성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 이 중 PCK는 pedagogical content knowledge로 ‘교수내용지식’ 또는 ‘내용교수지식’으로 번역되는데, 제시된 자료를 교육적으로 풀어내는 지식이다.

 대학 때 한 교수님이 교사에게 역량이 있다면 MBC만으로도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MBC란 mouth(입), blackboard(칠판), chalk(분필)를 말한다.

 현재 선생님들에게 교과서와 컴퓨터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교사들은 교과서와 컴퓨터가 없는 세상을 전제하고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역량 위에 얹어진 교구나 외부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자원은 교육을 살찌우겠지만, 필수 역량의 부족 위에 교구와 외부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되어 간다면, 교육은 교육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교사는 교사대로 입지를 세우지 못할 것이다.

 정리해 보자. 교육에 돈이 필요 없는가? 아니다. 낡은 시설을 고치고, 교육 약자를 돕고, 교육에 도움이 되는 환경이나 문화를 조성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교육이 이뤄지는 지점에서 결과중심 교육이 아닌 과정중심 교육을 바란다면, 돈이 아닌 교사의 역량 강화를 통해 해결해 가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돈도 버리고, 교육도 버리고, 교사도 입지를 잃어갈 것이다.

 정성화 시민기자 wjdtjdghk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