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 다시 돌아온 특목고 전성시대
“특목고 출신 68% 수도권 대학 진학” 사교육비 인상 ‘저출생’ 부추김으로
한국의 고등학교에는 특수목적고와 일반고가 있다. 소위 특수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학교들은 과학고·외고·국제고·예술고·체고·마이스터고 등이 있지만, 실제 대학 진학과 관련해서는 자사고·자공고·사립고·공립고를 포함하고, 예체능과 전문계를 제외하고 말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교육의 평등성과 기회를 강화하기 위해 일부 특목고의 폐지와 제한을 추진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 일괄 폐지’를 결정한 바 있으나, 이번 1월 16일 윤석열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을 개정, 그동안 일반고로 일괄전황이 예정되어 있던, 특목고 존치를 결정했다. 정책의 방향이 급선회한 것이다. 4년 만에 정책의 방향이 180도 전환되었다.
특목고 정책은 왜 한쪽에서는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고, 국민의 기회 균등을 제한하고, 보편교육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정책이라 비판하고, 한쪽에서는 그런 주장은 평등주의 ‘공산주의(?)’ 정책이며, 국제화 시대 다양성과 자유경쟁 체제를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할까?
고등학교 설립 정책은 소위 입시 블랙홀의 정점에 있다. 그 하위에는 수시·정시 비율이나, 수능 과목 정책이나, 내신반영률, 고교학점제 등이 놓여있다. 한마디로 어느 고등학교에 갈 것인가의 고민에서부터, 인 서울 대학까지 족보의 계열이 존재하고, 그 정점에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과학고, 사립고 등이 있다.
보통의 평범한 고등학교들의 ‘개천의 용’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다 특목고로 갔다. 부분적으로 이런 비판을 의식하여, 지역 균형 선발이나 수시 비율 상향, 모집 요강 형평성, 내신 강화 등의 정책들이 연명하고 있지만, 특목고 부활 시대를 앞두고, 생색내기 명분용에 가깝다.
처음 특목고 정책을 도입할 때는 대학 진로를 강력하게 제한, 다양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입시 체제에서 줄 세우기 ‘탱자’가 될 것이라는 현실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고, 이를 잘 알고 있는 현장의 교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냈다. 우리는 여러 증거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교협과 교육부가 6월 대학 정보공시를 분석한 결과 특목고 출신 68%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실을 공시한 적이 있다.
일선 교사들에 의하면, 지금은 학벌의 시대를 넘어서, 문벌(?)의 시대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소위 대학 간판보다는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욕망이 대학을 넘어, 고도화, 개별화, 무한경쟁 돼고 있다. 고등학교 정책의 다양화라는 명분은 이미 대학 입시 블랙홀에 빠져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이 정부는 과거의 명분에 사로잡혀, 특목고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결국 이 정책은 특목고와 일반고를 가르고, 수도권과 지방을 가르고, 고가의 학원 사교육비와 동네학원을 가르고, 저출생의 근본 원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일부 위정자들이 진영 논리와 이론적 명분, 성과주의에 빠져서,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살피지 않는 위험한 발상들이다. 이미 대학 간판을 넘어, 해외로, 문벌로, 욕망이 고도화되고 있음에도, 과거의 정책 기제에만 매달려 있는 꼴이다. 통계에 의하면 가구당 사교육비가 60만 원에 이르고 있으니, 1억 원의 원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매달 이자만 내는 꼴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불가능한 이유다.
결국 자사고·특목고의 부활은 지금까지 노력해 왔던 수많은 저출생 정책의 기저를 무너뜨리고,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지방 교육이 수도권교육과 양극화되어, 종속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방 살리기, 공교육 살리기, 실력향상과 책임교육 정책들이 헛헛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