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비하인드캠] (14) 설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아시아 최강 가리는 꿈의 무대
‘김피디의 비하인드캠’은 유튜브 ‘광주축구’, 광주FC 다큐 ‘2024 옐로스피릿’ 제작자 김태관 PD가 광주FC에 관한 생생한 현장 소식과 그라운드 너머의 흥미진진 뒷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만국 공통어 ‘축구’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2024-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본선 동아시아 권역 경기 일정이 확정됐다.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광주FC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광주는 요코하마 F. 마리노스, 가와사키 프론탈레, 빗셀 고베 등 일본 J리그 강호들과 상하이를 연고로 하는 중국 슈퍼리그 팀들, 조호르, 부리람 등 동남아시아 챔피언들까지. 아시아 최고의 팀들과 한 조가 되어 자웅을 겨루게 됐다.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지는 7개월간 축제
각 팀은, 같은 국가 리그 소속 팀을 제외한 팀들과 홈 앤드 어웨이로 총 8경기를 치른다. 9월 16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숨 막히는 조별리그가 이어진다. 광주는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6일 요코하마 F와의 홈 경기를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 등 비교적 이동 거리가 짧은 팀과 원정 경기를 치르는 최상의 대진표를 뽑았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각 그룹 상위 8개 팀이 겨루는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3월 3일부터 시작되는 토너먼트는 5월 4일 대망의 결승전까지 계속된다. 광주FC 팬들에겐 7개월간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광주의 꿈, 호날두·네이마르와의 맞대결
광주FC 팬들은 벌써부터 8강 토너먼트에서 만날 호날두의 알 나스르, 네이마르의 알 힐랄과의 맞대결을 그리고 있다. 9월 초에는 팬들과 함께하는 성대한 출정식도 준비 중이다. 오는 22일에는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아챔 킷도 출시할 계획이다.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후문에 팬들의 기대도 한껏 높아져 있다.
살인적 강행군 소화할 수 있을까
이처럼 아시아 최고의 무대는 참가 그 자체로도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광주FC가 꿈의 무대에 자주 참가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어려움과 선수 수급의 한계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과거 ACL 참가 후 리그 2로 강등되었던 경남FC의 사례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현재 광주FC는 리그 7위로 상위 라운드 진출을 놓고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리아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게 되면서 주중에는 중국과 일본에서, 주말에는 국내에서 경기하는 일이 벌어진다. 과연, 얇은 선수층으로 이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까다로운 규정에 맞게 국제 대회를 처음 준비해야 하는 시와 구단도 고민이 깊다. 일례로, 경기장과 훈련장으로 쓰일 광주월드컵경기장과 축구센터의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한 로드맵: 우물 밖으로 나와야
어찌 보면, 현재 광주FC와 같은 시민구단이 참가하기엔 아시아챔피언스리그가 너무 큰 이벤트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강등권을 간신히 면하는 성적으로 근근이 구단을 운영할 순 없다. 더 좋은 축구를 원하는 팬들과의 괴리가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번 대회를 아시아 정상급 클럽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언제 또 진출해 보겠냐’가 아니라 ‘앞으로 단골 출전하는 팀이 되자’ 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단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로드맵에는 재정 자립도 제고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마련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수시로 참여할 수 있는 아시아 30위권 클럽 진입을 목표로 삼아, 후원 기업의 범위와 마케팅 시장도 아시아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
경기력 측면에선, 유소년부터 성인팀까지 아우르는 게임 모델의 정립이 시급하다. 리그에서 호평받는 이정효 감독의 훈련 프로그램과 축구 철학을 체계화해서 광주만의 축구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 대회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축구 전용구장 신축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게 잘 설계된다면, 국내외를 아우르는 다양한 수익 모델 창출을 통해 구단의 재정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광주FC, 아시아 축구 중심으로 우뚝 서다
위와 같은 구단의 중장기 발전 계획은 얼핏 10년, 20년 후에나 벌어질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ACL이 종료되고 지방 선거가 본격화되는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지금이 바로, 광주FC가 아시아 무대로 도약하고 ‘진짜 명문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광주FC의 ACL 도전은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도시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계기다. 9월 초 열리는 ACL 출정식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광주FC, 이제 당신의 무대는 아시아다!
김태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