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평 연구위원, 탄소중립] 건물탄소중립 해법 제언
공급 관점 접근 방식 탈피 사용관점 방식도 병행해야 “일률적 정책 적용 오히려 효과 경감될 수 있어”
건물에 대한 탄소중립의 해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러-우 전쟁, 제로에너지 빌딩 달성 등 건축비 상승으로 인해 시행사·시공사 등 모두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고, 또한 그 피해가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신문 기사를 살펴보면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제로 에너지 빌딩을 구축했고, 에너지 자립률이 100%를 넘었다는 홍보성 기사를 종종 보곤 한다. 그런데 가성비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비용을 투입하여 구축하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현재 건물에 대한 탄소중립의 해법은 공급 관점의 접근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방식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 지자체/공공기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다. 성능과 가격을 고려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 우위가 있으면 차순위의 물건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이젠 탄소중립에서도 이같은 관점이 필요하다. 공급 관점의 접근을 하더라도 반드시 가성비를 감안해야 하며, 또 사용자 관점의 에너지 절감에서의 접근 방법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
건물 탄소 중립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열히트펌프와 공기열히트펌프 병행”
첫 번째 사항은 지열히트펌프와 공기열히트펌프를 병행해 탄소중립 달성을 검토해야 한다. 지열히트펌프만으로 건물 탄소중립에 대응하기는 너무 많은 비용이 소모돼 정부 지원 없이는 수익성이 많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전원주택에 도입 시 2400만 원 정도 소요되는데 정부 보조금 1200만 원에 지자체 보조를 합쳐 70% 정도 지원받아 구축한다.
언제까지 지원해주어야 하는가? 주택용에 설치하더라도 누진세 적용을 받지 않는 일반용 요금 적용을 받아 전기요금도 적게 나오는 편이다. 실질 전기 사용량은 다른 방식에 비해 더 많다. 그런데 공기열히트펌프는 어떠한가? 물론 성적계수(COP)는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이득이 많다. 겨울철에 차가운 공기에서 열을 빼앗는 것과 지중에서 열을 빼앗는 것 자체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비주거형 건물에서 공기열히트펌프는 냉난방 위주로만 사용하고 지열히트펌프는 냉난방과 급탕까지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공기열히트펌프 사용 시 급탕은 다른 방식으로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즉 공기열은 40도까지만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공기열히트펌프는 경보로 걷게 하고, 지열히트펌프는 뛰게 하는 논리이다. 성능에 따라 역할을 다르게 부여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제주도·전라남북도는 태양광·풍력 등의 계통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고, 수시로 출력 제한도 일어나고 있다. 거기에다 제주도는 현무암 지대가 많아 지중에 열을 저장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전기수요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래야 신재생에너지 및 전력 계통 문제가 다소나마 해결될 수가 있다.
수도권 지역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강남권의 지중에서 열을 가져오기 위해 수십 개의 천공을 어떻게 뚫겠는가? 이제는 공기열히트펌프를 반드시 병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지정 권한을 광역지자체에서 조례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단순 지열히트펌프만 공급하게 하는 일괄적/일률적 정책 적용은 오히려 탄소중립 달성을 더디게 할 수 있다. 또 지열은 중앙집중식 냉난방 방식밖에 공급되지 않는다. 이것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둘째, 건물 탄소 중립에 있어 효과적인 방법은 사용자가 관심을 가지고 에너지를 줄이려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온실가스 총량제도 그 일환이다. 총량제 도입은 줄이지 않으면 규제하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만큼 사용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의 건물에 대한 전기요금 구조는 사용자가 언제 줄여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줄여도 혜택을 볼 수 없게 돼있다. 그래서 ‘버뮤다 삼각지대’라 말하는 것이다.
즉, 버뮤다 삼각지대가 생기는 이유는 한전-건물-건물내부 실별 전기요금 정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전에서 건물에 적용하는 요금정산 기준과 똑같은 방식으로 건물에서 건물 내부 실별 요금 정산 방법을 통일시키면 건물에 대한 탄소 중립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건물 실별 요금, 한전의 적용방식대로”
이것은 사용자의 눈에 보이기 때문에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 여름철이나 겨울철 전력 수요가 많아지면 한전 입장에서 피크전력을 분산할 목적으로 기본요금 적용기간을 1년으로 하게 되어 있다. 한전-건물에 적용되는 것처럼, 실별의 기본요금도 1년을 간다는 규칙을 정해 놓으면 어떤 사용자가 줄이지 않겠는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줄이지 않으면 본인만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무조건 동참할 여지가 높다.
전력량도 마찬가지이다. 계시별(계절별, 시간별) 요금이 다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루 중에도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비싼 요금제를 적용하고 전력수요가 적은 시간대에는 저렴한 요금제를 적용해 결국 전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것도 사용자가 이런 정보 사항을 미리 알아야 하고, 에너지 데이터도 실시간 볼 수 있도록 해야 효과적인 건물 탄소중립의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셋째, 건물 탄소중립에 있어 또 하나의 허들은 관련 산업만을 보호하기 위해 타 방식을 무조건 배척하는 분위기 타파다. 효과가 떨어지는 게 분명한데 매년 연례행사처럼 재추진되는 정책, 허술한 검증 체계 등이 결국은 값비싼 탄소중립이 되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국가예산을 투입할 것인가? 또 다른 해법을 찾아보자. 그 중 하나가 가성비 차원의 공기열히트펌프 도입, 사용자 관점의 에너지 절감 유도 정책 도입, 또 각종 탄소중립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집합건물 중 임대/분양 건물에 대해 굳이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임대/분양 건물에 대해서 AMI나 전력량계가 포함돼 실별 에너지 비용을 정산할 수 있는 수정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이 더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일률적인 정책 적용은 건물탄소중립에 있어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분명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류평 전남대학교 경영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ryup40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