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소나타] 남원을 소개합니다
조선의 풍류·현대미 공존 ‘팔색조 도시’ MZ 핫플 구 서도역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
아버지와 같은 듬직한 지리산과 어머니의 품 같은 섬진강을 지닌 남원시(시장 최경식). 어느 곳을 둘러봐도 ‘힐링’이란 단어가 깃들어 있다. 근현대사와 현대사가 같이 공존하는 전국에서 몇 안 남은 도시, 남원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남원하면 가장 먼저 ‘광한루’가 떠오른다. 명승 제33호인 광한루는 조선시대 세종 원년(1419) 황희가 양녕대군의 폐출 불가를 주장하다, 태종의 노여움을 사 남원으로 내려온 뒤 물이 흐르고 아름다워 조그마한 누각을 세운 데에서부터 유래됐다. 이곳엔 광한루 누각과 함께 춘향사당, 완월정, 춘향관, 월매집 등이 조성돼 매년 춘향제 행사가 열리는 주 무대로도 자리하고 있다.
남원시민은 향토 예술가의 예술품을 보며 여유를 만끽하곤 한다. 남원시민이 자랑하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엔 주말에도 나들이객과 예술인으로 가득 찬다. 김병종 작가의 작품은 영국 대영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저명한 기관에 내걸려 있다. 김병종미술관에는 생명을 향한 찬미가 담긴 작품 ‘생명의연가’ 등을 보려 사람들의 발걸음들로 가득하다.
MZ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도 있다. 옛 전라선인 서도역이 바로 그것. 옛 서도역사엔 근현대사가 흐른다. 1934년 10월 1일 간이역으로 시작해 1937년에는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2002년에 이르어선 서도역은 서도리 132-2번지로 역사를 이전하며 그 역사의 장을 마무리 지었다. 서도역은 소설의 한 장면으로도 등장했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 속, 효원이와 강모의 결혼식 장면이 오버랩되는 곳이기도 하다. 효원은 이 역사에 내려 강모를 만났다. 옛 정취를 보고 싶은 문학도의 발길은 그래서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곳이다. 고즈넉한 철길이 메타세콰이어 나무길을 묵묵히 가로지른다. 옛 철길 따라 보폭을 잘게 나눠 걸어볼 수 있고, 보폭을 맞춰 걷다보면 안개꽃이 드리운 역사를 바로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벚꽃이 흐드러질 즈음이면 이 역사 아래엔 젊은 사람들의 발길로 가득찬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랑을 속삭이기 좋은 남원의 귀한 장소다. 기왓장 건물과 목조로 이뤄진 역사를 걸으면 기묘한 편안함을 느낀다. 현재는 영화촬영장으로도 사용되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문학도들의 중요한 장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남원은 지리산이 길러낸 식자재로 풍부한 곳이다. 그래서 일찍이 추어탕 문화가 자리 잡았다. 미꾸라지와 민물고기가 서식할 최적의 자연 환경을 끼고 있는 남원. 살 오른 미꾸라지와 초피나무가 섬진강 권역에 서식하고, 지리산 고랭지에 나고 자라는 시래기가 곳곳에 자라난다.
추어탕 거리엔 그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김성민 사장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갈아 넣기 때문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고, 몸도 보신할 수 있어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찾는다”고 웃음 지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