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거창이 남원에게

“달빛철도 생기면 오지서 벗어날 수 있어” “남원 가깝지만…심리적 거리론 김천·대구로 향해”

2024-09-06     최문석 기자
무더운 여름날, 거창시장의 한 상인이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경남 내륙 한복판에 자리 잡은 거창(군수 구인모)은 사실상 ‘교통 불모지’와도 같다. 지리적으로도 경남 서부 끝자락에 있어 호남으로도, 경남으로도 넘어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동서를 가로지를 교통망’ 구축이 거창은 더욱 절박하다. 가장 가까운 동대구역까지 빨라도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서울에 가려면 김천을 들러야 하는데, 70km가량 떨어져 있다. 자차가 없으면 손쉽게 타지와 왕래하긴 어려운 구조다.

 백두대간 자락에 놓인 거창이 자연미 가득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지역 발전을 가속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달빛 철도를 꼽는 이유다.

한여름날의 거창시장.

 양만근 거창군청 문화해설사는 달빛철도가 ‘거창이 오지에서 벗어날 적기’라고 말한다.

 양 해설사는 “거창에서 호남을 가려면 함양으로 넘어가거나 하동으로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달빛 철도는 거창만 들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거창은 물론 다른 지역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해설사는 특히 달빛 철도의 효과는 오는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한 ‘남부 내륙철도’ 노선과 맞물려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남부 내륙철도는 경남 합천을 경유할 수 있다. 또 거창역이 내륙철도 노선의 환승역이 되면 달빛 철도 노선과 함께 연계돼 어느 곳이든 수월하게 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달빛 철도에 거는 기대가 거창군민들은 크다”고 평가했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김순영 기사는 “거창이 타지로 나갈 때 가장 가까운 경상도 지역이 김천과 대구 정도 뿐”이라며 “거창과 김천을 잇는 철도도 없다 보니, 거창군민들 입장에선 왕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거창은 차가 있어야 그나마 왕래가 가능한 내륙 지역이란 것을 시민들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거창 수승대에서 시민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다.

 수승대관광지 캠핌장에서 만난 김서연(27) 씨는 “차로는 김천까지 대략 70km 떨어져 있는데, 차가 없다면 바깥으로 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군 관광택시를 운영하는 성모 씨 또한 “거창이 산세가 깊고 수려해 대구에서 많이 놀러 오지만, 차가 없다면 오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거창군민 입장에선 남원을 물어봤을 때 어떤 이미지로 떠올리고 있을까. ‘예상외’의 답변이 나왔다.

 창포원으로 마실 나온 박성준 이영미 부부는 “남원이 여기서 가깝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거창 사람들은 김천을 더 많이 나가는 것 같다”며 “레크리에이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출장 의뢰받을 때도 남원보다는 김천이나 대도시인 대구에서 받다 보니, 경상도를 더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창시장에서 만난 박민수(44) 씨는 남원에선 추어탕이 유명하지 않느냐란 질문에 “남원도 추어탕이 유명하지만, 거창은 남원과 달리, 얼갈이 배추를 많이 넣어 우려내기 때문에 국물이 더 맑고 깊은 맛으로 유명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