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챔필’ 보수 비용이 누구 몫이냐고?
올 시즌 공휴일 프로야구 관람을 위해 야심 차게 도전했던 두 번의 기회가 모두 무산됐다. 어렵사리 티케팅에 성공했지만 하늘에 덕을 쌓지 못함인가. 번번이 우취(우천취소)에 좌절했다.
타이거즈가 워낙 잘 나가니, 하늘의 별이 돼버린 입장권 예매는 필자만의 사정이 아님을 안다. 경기 일주일 전 열리는 온라인 예매 창에 광속 클릭, 또는 친구·가족 또는 사돈에 팔촌까지 동원해도 쉽지 않더라는 게 직간접 경험담이다.
“TV 중계로 보는 게 훨씬 실속 있잖아! 다시 보기도 되고 상세한 해설까지….” 합리화해보지만 별로 위안이 되진 않더라.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그 짜릿한 흥분감은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직관의 유혹’, 타이거즈의 흥행이 견인줄이겠지만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챔필)의 웅장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2014년 4월 개장했으니,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챔필은 외관상으로도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한다. 구장 명칭에 자리 잡은 ‘챔피언스’라는 단어가 지닌 무형의 힘도 무게를 더했으리라.
프로야구 42년 역사상 11번의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즈가 아니라면 누구라서 ‘챔피언’이라는 단어를 독점할 수 있겠는가
“특혜” 시비… 운영권 협상→재협상
최근 챔필의 보수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광주시와 기아차 간 논란이 이슈가 됐다. 개장 10년째 일부 시설 노후화로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인데, 구단이 광주시에 이와 관련한 비용 부담을 요청했다는 게 발단이었다. 보수비용은 대략 25억 원대라고 한다.
지역과 연고구단의 집안싸움이 불가피한, 찌질한(?) 다툼은 현재 소강 상태다. 필요한 공사와 비용 산출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광주시의 사정 때문이다. 해서 조만간 다시 불거질 문제임은 분명하다.
보수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원칙’대로 하면 되지! 이럴 때 가장 명료한 답이다. 준거가 될 것이 광주시와 기아차가 맺은 (재)협약서일게다. 그런데 이게 참으로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문서여서 문제다.
광주 새 야구장 건립 당시부터 당사자간 협약서는 광주시와 구단, 그리고 시민단체 간 갈등의 중심이었다.
핵심에 새 야구장 건립비용 분담과 운영권 보장이 있다. 새 야구장 건축비는 994억 원. 이는 광주시·국비·KIA타이거즈 모기업인 기아차가 약 1/3씩 분담했다. 구체적으로 광주시가 396억 원, 국비 298억, 기아차 300억 원이었다.
3자 공동 지분이지만, 운영권은 기아차가 25년 간 독점하는 내용의 임대사용·수익권을 보장하는 협약이 체결됐다. 2011년 12월이었다. 야구장 준공 2년 전이다.
건축비 1/3을 부담한 구단에 보장된 운영권은 야구장의 부대시설 직접 사용, 대관, 시설 임대 사용·수익권을 망라했고, 기간은 25년, 비용은 무상이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당장 “특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도 가세해 “특혜”라는 데 힘을 실어줬다.
야구장 감사에 나선 감사원이 2012년 6월, 한국감정원에 의뢰해서 도출된 25년 간 적정 사용료는 454억 원으로 평가됐다. 기아차가 야구장 건립비로 투자한 30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154억 원의 수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앞서 광주시는 2011년 3월 야구장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을 의뢰했는데, 여기에선 야구장 부대시설을 25년간 운영할 경우 756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비교하면 기아 측의 수익은 더 늘어나고, 광주시가 사용료를 456억 원 낮게 책정했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감사원 계산에 따르면 154억, 광주시 자료에 따르면 456억 원이 기아의 수익이라는 것인데, “특혜“라는 목소리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반면 기아차의 계산은 달랐다. 회사가 내놓은 건 ‘25년 간 운영하면 18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자체 용역 결과였다. 2011년 11월 이었다. 광주시의 운영권 협약은 기아차가 내놓은 이같은 자료에 바탕했다는 합리적 추론에 이른다.
“재협약” 주장이 나온 게 이 무렵이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도 이같은 분위기를 외면하지 못해 “2016년 재협약”을 들고 나왔다. 새 야구장 개장(2014년) 이후 2년간 운영해 본 뒤 그 실적을 보고 재론하겠다는 것이었다.
2013년 4월, 광주시와 기아차는 ‘(개장 후) 2년 뒤 재협상’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손익평가위원회가 구성됐다. 광주시와 기아차가 추천한 회계 전문가와 KBO가 추천한 야구 전문가 등 5명 내외 규모였다.
재협상 기한을 개장 후 2년 뒤로 미뤄놓았는데, 광주시를 향해선 “재협상 준비에도 소홀하다”는 따가운 채찍질이 이어졌다.
시민단체 참여자치21이 당시 낸 보도자료(2014년 9월 30일)를 보자.
“광주시가 재협상의 근거가 될 수익 운영 현황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아차가 ‘영업상 비밀이니 줄 수 없다’고 했고, 광주시 담당자가 ‘그럼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게 해당 자료에 적시됐다.
그해 2014년 11월, 시의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조오섭 광주시의원이 주무부서인 체육U대회지원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에서 “기아차가 2년 간 임대수익 분석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야구장의 식당·상가 등 총 임대면적 5492㎡ 가운데 15.2%인 834㎡만 임대 처리하고, 나머지 4658㎡는 공실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 진행된 ‘야구장 운영권 재협약 TF’는 광주시가 주장하는 25년 간 운영 시 ‘23억 원 수익’과 기아차가 제시한 ‘180억 손실’이라는 너무 다른 셈법이 충돌했다. 결국 양측은 기아 측이 2년 간 투자한 시설개선비(51억 원) 50%를 인정하고, 광주시가 주장한 흑자 규모 23억 원을 고려해 ‘30억 원 추가 제공’이라는 중재안을 도출했다.
야구장 건립비 300억 원에 추가 제공 30억, 총 330억 원에 25년 간 운영권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다.
‘챔필’ 앞 두 단어 ‘광주’·‘기아’
현 시점, 챔필 개보수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나?가 다시 화두가 됐다.
재협약서에 따르면, 광주시는 주요 구조부 철거 또는 설치 관련 전면 교체 보수 비용을 부담하게 돼 있다. 반면 기아차는 부분교체 보수를 담당한다.
현재 기아 측이 요구하는 공사는 챔필 일부 관중석 파손과 내·외부 벽면 색바램 현상에 따른 보수로 알려진다. 광주시는 이와 관련 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론을 피할 수 없는 이슈다.
그때가 되면 중요한 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결과’보다 이를 정리해 가는 ‘과정’일 테다.
앞서 살펴본바 챔필은 운영권 협상 과정에서 “특혜 시비” 등 곱지 않은 잔상이 시민들 뇌리에 남아 있다. 10년 뒤, 보수비를 놓고 다시 갈등한다면 잠복해 있던 ‘원죄론’이 깨어나 광주시와 기아차를 때릴 것이다.
‘쉽게 타협하면 역사가 복수한다’는 건 광주시가 피하기 힘든 부메랑이다. 애초부터 잘못 꿴 단추의 책임자라는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아 측이 경계해야 할 건 소탐대실이다. 타이거즈는 올 시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 팀이다. 시즌 1위라는 성적에 기반한 것이겠지만, 유독 팬심 강한 지역민의 무한 애정이 이를 증폭시키고 있음 또한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들에겐 광주와 기아가 다르지 않는, ‘하나’다. 챔피언스필드 구장 이름 앞에 나란히 자리한 두 단어가 ‘광주’와 ‘기아’인 이유를 되새길 일이다.
채정희 편집국장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