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비하인드캠] (16)7000홈팬 열광, 아챔(ACLE) 대승 숨은 이야기

거저 얻어진 승리란 없다

2024-09-19     김태관 PD

‘김피디의 비하인드캠’은 유튜브 ‘광주축구’, 광주FC 다큐 ‘2024 옐로스피릿’ 제작자 김태관 PD가 광주FC에 관한 생생한 현장 소식과 그라운드 너머의 흥미진진 뒷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만국 공통어 ‘축구’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200명이 원정 응원 온 요코하마 서포터즈.

 모처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국제 경기는 7000여 명 홈 팬들의 황금 물결 일렁이는 열광적인 응원 속에 빛났다. 새 단장한 라커룸과 기자회견장, 넓은 좌석, 매점, 매표소 등 축구전용구장과는 또 다른 웅장한 스케일과 편의성이 돋보였던 시간이었다. 관람 시야만 보완한다면, 평균 관중 1만 명 시대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7대 3 승리 숨은 공신들

 거저 얻어진 승리란 없다. 코리아컵 4강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정효 감독은 강적 울산을 상대로 로테이션 멤버를 출전시켰다. 출전 선수들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뛰었고, 울산 원정에서 2점 차를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고, 라커룸에서 눈물을 쏟고, 구급차에 실려 갔다. 팬들조차 눈물 바다가 된 이 경기를 통해 로테이션 멤버들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오늘 경기에 그때 그 멤버들이 다수 선발 출장했다. 센터백 김경재, 윙백 조성권, 윙어 오후성, 미드필더 박태준 등은 헌신적인 플레이로 7대 3 승리에 1등 공신이 됐다. 주중엔 아챔(ACLE), 주말엔 상위 라운드 진출이 걸린 리그 경기를 병행해야 하는 광주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경기 끝날 때까지 쉴틈 없이 전진하고 도전하는 이정효 감독의 전술은 광주를 K리그 중하위권 팀으로 분류하고 방심한 채, 무방비 상태로 경기에 임한 요코하마의 허를 찔렀다. 올해 5월에 끝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거함 요코하마를 대파하는 쾌거를 이뤘고, 요코하마는 ACL 출전 일본 팀 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기록한 불명예를 얻었다. 반면, 광주는 이날 승리 수당으로 약 1.3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더하면, ACLE 진출 이후 확보한 상금만 총합 약 13억 원에 이른다.

로테이션 멤버에서 스타팅으로 발탁 된 DF 조성권.

 선수단·프런트·서포터즈 삼위일체 헌신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아챔(ACLE) 예선 홈 경기를 개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광주FC 프런트와 관계자들의 노고와 헌신도 기억해야 한다. 까다로운 국제 규정에 맞춰서 경기 준비를 잘했다는 AFC 파견 감독관의 평가는 그들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빛고을 서포터즈들도 힘을 보탰다. 일본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광주로 먼 길을 찾아온 요코하마 서포터즈들을 위해 광주 지역 향토 소주, 잎새주를 200병 준비해 선물로 증정했다. 또한 한자로 광주와 5·18 기념탑을 그려 넣은 통천 응원 현수막을 준비해 광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응원전을 전개했다. 여기에, 최근 광주FC 홍보대사로 임명된 노라조의 리더 조빈 씨는 일찌감치 광주로 내려와 경기 전, 팬들과 일일이 인증샷을 찍어주고, 오늘 경기의 흥을 돋웠다. 정말 눈물겨운 만큼 헌신적인 서포팅이 아닐 수 없다.

빛고을 서포터즈의 통천 광주와 518 퍼포먼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아쉬움, 잔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바로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다. 요코하마 선수단은 경기 감독관을 통해 무려 30회 이상 잔디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이정효 감독과 광주 선수단도 사전 인터뷰에서 잔디 상태를 걱정하며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수 차례 지적했다. 경기 후에 만난 광주 선수들은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요코하마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추석 당일, 모처럼 광주에서 열린 국제 경기 개최를 즈음해, 수많은 정치인들과 책임자들이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이들이 광주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VIP석에 앉아 웃고 즐기면서 누군가가 사력을 다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할 때다.

 광주FC의 아챔 대승은 선수들의 투혼, 프런트의 노력, 서포터즈의 헌신, 그리고 이정효 감독의 주도면밀한 전술이 만들어 낸 값진 결과다. 하지만 잔디 문제와 같이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있다. 광주FC가 세계 무대에서 빛고을 광주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각자의 할 수 있는 일들을 지속적이고, 성실히 해 나가야 한다. 이날 서포터즈가 내건 문구처럼 “우리는 불가능의 반대말”이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다.

 김태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