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취재기·뒷얘기] 2009년 광주시장 시장 호화 관사 이전 무산

고급빌라는 손님 접대용이라니까

2024-09-20     채정희 기자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관사로 거주하는 아파트.  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 남구 봉선동은 광주의 대표적인 부자촌이다. 누구라도 살고 싶은 곳이지만, 재력이 문제라. 의사·변호사 등 이른바 ‘사‘자들 쏠림이 심화돼 서민들에겐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동네다.

 2009년 2월, 광주시장이 관사를 이 동네 고급빌라로 이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시장이라고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을까마는, 박중재 기자가 주목한 건 관사의 호화로움이었다. 당시 박광태 시장이 사용중인 관사는 상무지구 198㎡(60평) 아파트였고, 새로 이사할 예정인 곳은 250㎡(75평) 규모 봉선동 빌라였다.

 이 빌라는 2004년 분양됐는데, 3.3㎡당 718만 원이었다. 당시 광주에서 분양된 공동주택 중 최고가였다.

 단지 내엔 골프코스(3홀)와 퍼팅그린을 갖췄고, 게다가 독일제 최고급 주방기구 등 외국산 고급 수입자재로 치장된 곳. 해서 특정계층을 위한 ‘호화 빌라’라는 인식이 강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시 빌라 매매가는 5억5000만 원 안팎이었다.

 누가 봐도 호화 관사였다.

 광주시도 이를 부정하진 않았다.

 “각종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광주를 찾는 외국인들을 관사로 초청해 우의를 다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공식 답변이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실사단 방문과 세계광엑스포 개최 등 잇따른 국제행사를 앞두고 외빈들을 영접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박 기자는 이 같은 시의 입장이 시민적 정서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선 광주시장 관사가 상무지구에 위치하게 된 ‘대의명분’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점이다.

 광주시장 관사 등 고위 공직자 거처가 상무지구로 정해진 건, 소각장·음식물 사료화 공장 등 입지로 촉발된 주민들의 환경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던 시가 한마디 말도 없이 관사를 이전하려는 것은 주민들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다. 주민 민원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억장이 무너진다”는 반응은 이 같은 배신감의 토로였다.

 “재정자립도도 낮고 현재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에서 시가 관사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관사 이전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성명 역시,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행정의 일탈을 꼬집은 대목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광주시는 시장 관사 이전 작업을 백지화했다.

 “박 시장의 적극적인 만류로 이전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는 게 광주시의 공식 발표였다.

 박 기자는 이 보도로 같은 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는 민주언론상을 수상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250㎡ 고급 빌라로 시장 관사 이전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