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평 광주숲 조성 걷기대회 이모저모
“광주의 심장부에 자연풍 에어컨 달자” 무더운 날씨에도 설레는 첫 걸음 떼
여전히 햇살이 따가운 9월 말의 주말. 서창동 영산강변 공터가 북적였다. 더운 날씨에 인상이 찌푸려질 법도 한데 하나둘 모이는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엔 반가움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28일 광주공항이 이전하면 종전부지 250만 평 중 100만 평을 숲으로 조성하자는 ‘백만평 광주숲’ 조성운동의 시민적 공감대를 확인하고 확산하기 위한 걷기대회가 열렸다.
오전 9시 30분 개회를 앞두고 ‘백만평 광주숲 조성 걷기대회’ 초록빛 현수막 아래로 50명 남짓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선글라스와 모자 등으로 따가운 햇볕에 대비한 시민들은 서로의 목에 손수건을 둘러주며 본격적인 걷기 준비에 나섰다.
9월이 다 가도록 늦더위가 이어질만큼 올해 여름은 유례없이 길고 무더웠다. 폭염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무더위에 날로 심각해질 기후 위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여름이었다.
“처음 100만 평 숲을 만들자고 했을 땐 광주에 이런 숲이 생기면 너무 멋지겠다는 낭만적인 생각이었는데 올 여름을 겪으면서 도시의 생존 문제라는 게 와닿았다”는 정영일 백만평 광주숲 추진위원회 상임대표의 말처럼 이날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에도 막중한 책임감이 따라붙었다.
누군가는 자라날 아이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함께 하는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광주의 미래상을 향한 걷기대회의 막이 올랐다.
코스는 자전거길 안내센터~극락교~극락뚝길 2.9km 반환점~안내센터 앞 공터로 돌아오는 총 5.8km였다.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을 훔쳐내며 군공항 경계를 따라 걸었다.
날씨는 곧 10월을 앞두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더웠지만 영산강변을 따라 피어난 억새들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듯 했다.
함께 걸어야 했기에 걸음의 속도를 맞추는 것도 중요했다. 뒤쳐지는 이의 손을 붙잡고 서로를 응원하며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나갔다.
가로수가 없어 잠시나마 햇볕을 피할 그늘도 없는 도로변은 어린 아이들에겐 더욱 버거운 일이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더욱 도심의 온도를 낮출 필요성을 느끼는 부모들이었다.
이날 두 딸과 함께 걷기대회에 나선 광주전남원불교환경연대 유도은 교무는 “고창에 사는데 광주에 오면 온도차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 넓은 땅이 숲이 돼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걷기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데 숲이 생기면 아이들도 훨씬 덜 더워할 것 같고 광주가 좀 더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그렇게 꾸준히 걸어 어느덧 군공항 부지가 훤히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다. 모두가 보일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올라선 김영선 광주전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조금은 지쳐있던 시민들의 의지를 북돋았다.
김 대표는 “지금 보이시는 이 곳이 광주 군공항이다. 이곳 250만 평 중 100만 평을 숲으로 만들어보자는게 이날 걷기대회의 가장 큰 목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은 집의 가장 중심인 거실에 설치하곤 한다. 집이 50평이면 50%인 25평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에어컨을 달아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광주에도 핵심 지역에 50%의 에어컨을 달아야 한다. 영산강과 황룡강이 만나는 지점이면서 광주의 심장부인 군공항 부지에 적어도 30%의 에어컨을 달자는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167년 전 미국의 센트럴파크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 했다”며 “미래 세대들의 정서적 안정과 언제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끝으로 “센트럴파크에 처음 조성에 앞장선 사람들의 이름 하나 하나가 새겨져있듯 앞으로 100만 평 광주숲이 조성된다면 그 첫 걸음에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렇게 기운찬 발걸음을 이어나가 출발지로 돌아오며 백만평 광주숲 조성을 위한 첫 걸음을 마쳤다. 달아오른 얼굴에 땀에 흠뻑 젖어 힘들어하면서도 시민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과 내후년에도 함께 발걸음을 맞춰가기를 다짐했다.
유시연 기자 youn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