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저조 고향사랑기부, 연말 반등할까?

시행 2년차 올해 모금 액수·건수 작년보다 떨어져 ‘세액 공제’ 11~12월 몰리지만 시스템 한계 여전

2024-10-14     박현아 기자
지난해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은 E.T야구단 모습. 광주 동구는 E.T야구단을 지원하기 위한 지정기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광주 동구 제공.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2년 차를 맞았지만,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활성화를 위해 기부자가 사용처를 지정할 수 있게 되는 등 일부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나 시스템의 불편함 등이 여전히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작년 추세에 비춰보면 연말 소득 공제 혜택을 노린 기부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으나 제도 자체의 흡입력을 끌어올릴 보완책이 필요하는 목소리가 크다.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2023, 2024년 분기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분기 실적과 비교해 전국 모금액은 33억 3300만 원, 모금 건수는 7088건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경우 올해 1·2분기 47억 5400만 원(3만 3255건)으로 모금액, 기부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작년과 비교시 모금액 기준 13억 7300만 원이 주는 등 실적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광주의 경우 모금액, 모금 건수가 올해 4425건, 5억 2800만 원으로 지난해 전반기에 비해 소폭인 500만 원 증가에 그치면서 전국 9위 실적에 머무르고 있다.

 전년 대비 감소 흐름이 뚜렷하지만 연말 변수가 있어 최종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연말정산 시 세액 공제 혜택이 있어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 11~12월에 기부가 집중된 바 있다.

 실제로 광주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기부 건수는 1000~2000대였는데, 4분기에만 7043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 때문에 반기 실적으로 전체 실적을 판단하기 이르지만, 지자체 담당자들은 전반적으로 전년대비 모금액이 감소할 것이라는덴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모금 실적 상위에 이름을 올린 영암군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약 95% 수준으로 모금이 덜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11~12월 기부가 증가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고 있어 연말에 좀 더 집중해 홍보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향사랑기부 e음 사이트.

 시행 첫해였던 지난해에 참여했던 이들이 올해도 재기부 할 수 있도록 유도가 필요하나, 이를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올 초 법 개정으로 기부자가 사업을 선택해 기부하는 ‘지정기부’를 가능토록 했고, 홍보 규제 완화 및 연간 상한액을 5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부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 사이트 환경이 기부자 편의에 맞게 개선되지 못해 한계가 여전하다는 것.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5월에는 가정의 달이어서 기부자가 많았는데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좋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시스템을 기부자 편의 위주로 구성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기부 유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기부 시스템 자체가 어렵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치질 않는다”면서 “호기심에 기부를 해보려는 시민이 있어도 ‘어렵다’, ‘힘들다’라는 분위기며 작년 기부자를 대상으로 재기부를 유도하는 것 역시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자체들은 기부금 돌파구로 ‘답례품 개발’ 및 ‘지정기부’ 발굴 등에 힘을 쏟고 있으나, 민간플랫폼을 사용했을 때와 비교하면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푸념이 이어진다.

 지난해부터 청소년 E.T야구단 지원사업,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등 지정기부 사업을 이어온 동구의 경우, 민간 플랫폼을 활용했을 때 6억 3600만 원을 모금하는 등 성과를 냈다. e음 사이트를 통해 모금한 금액의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올해는 e음 사이트를 통해 지정기부 사업이 가능케됐지만,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기부참여자는 78명, 기부총액은 650만 원에 그치고 있다.

 남구의 ‘통일 효도 열차 지원 사업’은 같은 기간 115명이 참여해 1476만 원을 모금하고 있으며, 시간우체국 조성사업에도 179명이 참여해 2289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지난해 민간플랫폼을 통해 성과를 거둔 영암군 관계자는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에 기부할 수 있으니 기부자의 만족도가 높았을 것”이라면서 “민간플랫폼의 경우 기부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다양한 홍보 수단을 통해 지정기부 사업을 쉽게 알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참여율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기존 14개 품목에서 62개 품목으로 대폭 늘렸으나 ‘지정기부’에는 고민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역단위의 경우 일반기부 실적이 좋지 않은데 지정기부를 전면에 내세우면 일반기부는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광역단위에서 사업을 진행하려면 광주시의 모든 범주를 아우를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고 일정부분 사업비가 확보해야 하나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주지를 제외한 지역에 기부금을 납부하면 세액공제 혜택 및 기부금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박현아 기자 haha@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