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비하인드캠] (18)레드불, 광주FC 품을까?
'인수 의향’ 기사에 팬들 술렁이다
‘김피디의 비하인드캠’은 유튜브 ‘광주축구’, 광주FC 다큐 ‘2024 옐로스피릿’ 제작자 김태관 PD가 광주FC에 관한 생생한 현장 소식과 그라운드 너머의 흥미진진 뒷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만국 공통어 ‘축구’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일본 기자의 글 한 줄에 술렁이는 팬들
재정과 인프라는 열악하지만, K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광주FC. 만약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인수한다면 아시아 정상급 클럽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레드불 풋볼 그룹이 K리그 구단 인수를 추진한다”는 일본의 베테랑 스포츠 기자의 글이 확산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술렁이는 분위기다.
레드불 풋볼 그룹, 그들의 야망과 전략
세계적인 에너지 드링크 회사 레드불은 황희찬 선수의 전 소속팀인 오스트리아 리그,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시작으로 축구단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지난 시즌 독일 슈퍼컵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우승한 독일의 RB 라이프치히, 브라질 세리에A의 레드불 브라간티노, 미국 MLS의 뉴욕 레드불스, 그리고 최근 J3리그의 RB 오미야 아르디자까지 인수하며 '레드불 축구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레드불이 인수하는 대부분이 팬들의 지지 기반이 취약한, 상대적으로 비인기 구단이라는 점이다. 이들 구단은 연고지와 역사 및 전통 면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축구 불모지'에 깃발을 꽂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레드불 스타일'의 축구를 이식하는 게 그들의 전략이다.
최근엔 독일의 명장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을 글로벌 축구 책임자로 선임했다.
클롭은 2025년부터 레드불 산하의 모든 축구 클럽의 국제 네트워크를 책임지면서, 코칭, 경기 철학, 선수와 감독 개발 및 이적에 관해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레드불 축구 제국 건설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광주FC, 레드불의 '입맛'에 맞는 구단?
이러한 레드불의 인수 전략과 방향성을 고려했을 때, 리그 최고의 혁신가이자, 전술가 이정효 감독을 보유한 광주FC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재정이 열악한 시민 구단인데다, 잔디 관리로 인한 ACL 홈경기 개최지 변경 등 운영의 문제점이 수 차례 노출되면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게다가 강기정 구단주가 기업 구단 전환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어, 레드불로선 구단 인수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고, 이에 따르는 반감과 부작용을 덜 수 있다.
시민구단의 한계, 기업구단으로의 전환, 그리고 팬들의 염원
물론 시민구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자립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레드불 그룹이 운영하는 독일 RB라이프치히의 경우, 비상업, 비영리 단체가 지분 51%를 갖게 만든 독일 프로축구의 규정 ‘50+1’을 교묘히 빠져나가 독일 축구계의 공공의 적이 됐다.
클롭이 레드불과 계약했다는 발표가 나자, 독일 내 비판 여론이 비등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만약 광주를 인수한다면, 그동안의 역사와 정체성이 완전히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내년 시즌 예산을 올 시즌의 절반으로 감축해야 하는 형편을 고려하면, 레드불의 인수 제안은 구단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측면이 더 크다.
다수의 팬들은 레드불 인수를 통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인프라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여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정상 클럽으로 도약하길 바라고 있다.
'결과'를 만들어낼 시간, 그리고 '품격' 있는 미래를 향하여
현재, 광주FC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시민구단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험난한 자립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기업구단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도약을 꿈꿀 것인가.
시민구단을 유지하고 싶다면, 구단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강도 높은 내부 혁신과 함께 시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럴 여력이 없다면, 지금 당장 기업 구단으로의 전환에 나서야 한다. 시기를 놓쳐, 이정효 감독과 주요 선수가 팀을 떠난다면 구단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고 있는 대전하나시티즌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구단 전환은 필수 불가결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주장에 앞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오죽했으면, 팬들이 일본 기자의 글 하나에 술렁일까- 하는 점이다. 관계 당국은 혁신을 바라는 팬들의 간절한 염원을 헤아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신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
김태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