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현장] 개업 한 달만 폐업, 한의원서 뭔 일이?

“환자 성추행·직원 임금 체불” 논란 끝 문 닫아 ‘영업 기간 짧아 체불 구제 민사소송뿐’…피해자 발동동 당사자 본보 연락 안받아 “동업자가 지불해야” 입장인 듯

2024-10-18     최문석 기자
지난 7월 개업 후 한 달만에 폐업한 광주 동구 한의원이 임대차 계약 해지로 영업이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개업 한 달 만에 폐업한 광주 동구 한의원에서 성추행 의혹과 임금 체불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병원장이 직원들의 임금 수백만 원을 체불하고, 환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다.

 본보에 이같은 의혹을 제보한 복수의 직원은 “직원 여러 명이 밤 늦은 시간 원장에게 사적 만남을 요구하는 연락을 받았고, 두 달 가까이 급여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수사당국에 도움을 청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을 호소하는 제보자도 “의료 행위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다”며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달부터 담당 조사관을 배정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광주지방노동청은 “진정인들에게 검찰로 인계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답변했다.

 본보는 사실 관계 확인과 반론권 보장을 위해 당사자로 지목된 A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받지 않았다. 다만 본보가 다른 루트를 통해 확인한 A 씨의 입장은 “동업자 B 씨가 급여를 준다고 했고, 본인은 동업 관계일 뿐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의원 전직 직원이 임금을 지불받지 못 해 원장 A 씨에게 임금지불을 요청하는 대화 문자. 사진=제보자 제공. 

 본보는 지난 14일 동구 금남로에서 임금체불 피해를 호소하는 한의원 전직 직원(3명)들과 진료받은 환자를 만났다.

 이들 말을 종합하면 K한의원은 지난 7월 1일 개업한 병원으로 뷰티 학원이 자리잡은 금남로 한 건물에 입주했다.

 한의원에는 원장 A 씨와 직원(간호조무사 4명·아르바이트생 1명)이 근무했다. 직원들은 환자 진료실을 안내하고, 물리치료 등 의료 보조 업무를 맡았다. 이들(직원)은 구직사이트를 통해 채용돼 개업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개업한 지 보름이 지난 무렵 병원을 찾은 이아영(가명) 씨는 치료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소화 불량과 어깨 뭉침으로 병원을 찾았다는 이 씨는 “진료받을 때는 진료복으로 환복해야 하는데 안내도 없었고, 침 놓을 때 여성 직원 도움 없이 제 상의를 말아 올려 속옷에 옷가지를 끼워 넣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또 발등에 침 놓을 때 바지를 걷어 올리지 않아도 되는데도 종아리까지 끌어 올려 수치스러워 계산도 안 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얼마 후 성폭력 상담전문기관 해바라기센터(8월 20일)를 찾아 피해 사실을 알렸고, 동부서에도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이 씨는 “경찰 신고 이후에도 원장 A 씨가 직장까지 찾아와 신고 사실을 거론하며 협박했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원장 A 씨가 직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 있었고, 희롱하듯이 “그때 수치스러웠어요?”라고 말해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며 “직장이 한의원과 같은 건물에 있다 보니, 언제든지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할 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건물주는 A 씨에게 주의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고, 동업자인 B 씨는 A 씨와 작성한 ‘동업계약서’를 근거로 영업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원장 A 씨를 사용자로 작성한 직원 근로계약서. 사진=제보자 제공.
원장 A 씨를 사용자로 작성한 직원 근로계약서. 사진=제보자 제공.

 본보가 입수한 동업계약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7월 6일 동업자와 사업장(한의원) 이익금을 절반 씩 나누는 동업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에는 “을(A 씨)은 물리치료기기 등 집기와 사업장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진다”고 적혀 있다.

 계약 해지로 더이상 영업 행위를 할 수 없게 된 A 씨가 내부 직원의 한달치 급여(약 900만 원)를 체불하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부 증언도 이어졌다.

 전직 직원 김수영(가명) 씨는 “원장이 직접 저희를 면접 봐 채용했고, 근로계약서에도 본인 이름으로 작성했는데도, 원장은 동업자에게 돈을 받으라면서 연락을 계속 피하고 있다”며 “적게는 40만 원, 많게는 270만 원가량을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를 비롯해 직원들은 원장 A 씨 자필 서명이 기재된 근로계약서(근무지·근무시간·업무 범위)를 근거로 체불 해소를 호소하고 있다.

 직원들은 광주지방노동청에 임금체불을 해결해달라며 진정 접수(8월 27일)했지만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하자, 최근엔 대한법률구조공단 광주지부에서 법률 상담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체불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업장 운영 기간이 짧아 민사 소송으로 밖에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연주 노무사는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불하는 제도가 있지만 최소한 사업장이 6달을 영업해야 하는데, 지금 사업장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돈을 받아 내려면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노동청이 발급한 ‘임금체불확인서’를 바탕으로 소장을 작성하고,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청이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는 의미는 임금체불 혐의가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으니 송치한 것”이라며 “만약 임금체불로 지목된 A 씨가 검찰의 조사 요청에 계속 불응하면 수사기관이 수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