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비하인드캠](19) 광주FC,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팬심으로 재정 자립 이뤄낼까? “우리 팀은 왜 이렇게 가난할까?” 팬들의 한숨

2024-10-23     김태관 PD

‘김피디의 비하인드캠’은 유튜브 ‘광주축구’, 광주FC 다큐 ‘2024 옐로스피릿’ 제작자 김태관 PD가 광주FC에 관한 생생한 현장 소식과 그라운드 너머의 흥미진진 뒷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만국 공통어 ‘축구’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34R대구전 홈경기.

 2024 K리그는 어느덧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했다. 하지만, 광주FC 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올 시즌 끊이지 않는 재정 문제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예상 수입에 비해 높은 선수단 운영비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켰고, K리그 연맹으로부터 여름 이적 시장, 선수 영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또한, 경기장 잔디 관리 문제는 시즌 내내 해결되지 못한 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광주시에 추가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년 시즌, 반토막 예산을 각오해야 할 처지다.

대구엔젤클럽. 사진 출처: 대구엔젤클럽 홈페이지.

 기업 구단 인수, 그리고 ‘팬 후원’이라는 대안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구단 스스로도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로, 대구FC의 자발적 팬 후원 모임인 ‘엔젤클럽’을 들 수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엔젤클럽’은 현재 1700여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회원들은 연 10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 형편대로 후원하며, 연간 약 10억 원을 모금한다. 이는 대구FC 연간 운영비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엔젤클럽’은 단순한 금전적 후원을 넘어 회원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 경기장 정문 ‘엔젤 동산’에는 후원자 이름을 새겨 넣음으로써 ‘시티즌 오블리제’를 실천한다는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바이올렛 파트너.

 안양 FC, ‘바이올렛 파트너 스탬프 투어’ 지역 경제 활성화

 소규모 후원 시민과 기업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안양 FC는 구단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활용한 ‘바이올렛 파트너 스탬프 투어’를 개발했다. 50만 원 이상 구단 후원 업소에서 쓴 영수증을 제시하면 선수단 실착 유니폼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두 달 만에 5천만 원 이상의 영수증이 모였다고 한다. 단순한 모금을 넘어,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발전을 꾀함으로써 시민구단으로서 공익적 역할을 다한 사례로 꼽힌다.

광고입간판 전략 반포레 고후.

  ‘시민구단의 완성형’ 반포레 고후 ‘지역 밀착’ 흑자 달성

 또 다른 사례로는 아시아 전체에서 ‘시민구단의 완성형’으로 꼽히는 J리그의 ‘반포레 고후’를 들 수 있다. 2001년 해체 위기에 놓였던 ‘반포레 고후’는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A보드 쇼’라고 불리는, 골문 뒤와 경기장 좌우 육상 트랙에 지역 후원 업체의 광고판을 촘촘히 세운 독특한 풍경은 홈구장의 명물이 되었다. 유니폼은 물론이고 양 팀 벤치, 볼보이용 의자, 의료용 들것, 심지어 멀리뛰기용 모래판에도 광고를 붙이며 수익을 창출했다. 볼보이와 구단 마스코트는 경기 전에 지역 후원 업체의 광고판을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친다. 2022년에는 2부리그 소속 시민구단 최초로 컵 대회에서 우승했다. 몇백 명에 불과했던 평균 관중은 1만 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포레 고후 경기장 사진. 사진 출처: 반포레고후 페이스북.

  지역 밀착 마케팅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팔 때

 물론 광주FC도 위 사례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내외부 환경이 무르익지 않았던데다, 후원 시민과 기업 관리, 콘텐츠 개발에 소홀했던 탓이다.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르다. 구단의 열악한 환경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때면, ‘모금 운동이라도 펼치자’는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그만큼 ‘팬덤’의 규모도 커졌고, 충성도도 높아졌다. 이를 확산시킬 매체와 콘텐츠도 풍부해졌다. 시민 후원을 늘릴 최적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때를 놓쳐선 안 된다. 사무국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지자체 예산 관리 중심에서, 지역 밀착 마케팅 중심으로 조직을 완전히 재편해야 한다.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후원 프로그램으로 시민 참여를 늘리는 액션 그룹(Action Group)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라운드 밖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축구’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구단의 축구는 90분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철칙(Iron Law)을 잊지 말길 바란다.

 김태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