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 직업계고의 위기 막을 해법은?
고졸 취업자 양질 일자리 확보 관건
직업계고 졸업자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 진학을 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체 학생의 88%를 차지하는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최근 3년간 진학률이 50%까지 치솟았다. 일반고 진학률이 61.8%와 비교해볼 때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심각하게 높은 수치이다.
직업계고의 주된 존재 이유는 고졸 인재가 지역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고, 지역 제조업 등 기술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 하는데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직업계고 비중이 매우 낮다는 평가이고, 직업계고의 수를 점차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37%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일반고의 직업반까지 합쳐도 전체 직업계 고교생 비중은 16%로 절반도 못 미친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감소하고 진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본래 목적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직업계고 취업 통계는 그 심각성을 감추게 하고 있다.
최근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20년 진학률이 42.5%에서 2023년 47%로 높아졌고, 취업률 또한 50.7%에서 55.7% 양쪽 다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 진학률이 높으면, 취업률도 높아질 수 있게 설계된 통계상 착시 현상이다.
진학자와 입대자, 제외 인정자(장애인 등)는 취업 희망자에서 빠지다 보니 이들을 뺀 나머지가 전체 졸업자의 분모가 되고, 취업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즉, 직업계고 진학률 증가는 취업률을 높이는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면, 광주지역의 직업계고 취업 현황은 어떨까?
우리 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로 보면, 우리 지역 직업계고 졸업자 4명 중 1명만 실제 취업을 하고, 2명은 대학으로, 1명은 진학도 취업도 포기한 미취업자가 된다.
교육부가 발표한 가장 최근 2023년 4월1일 기준으로 광주광역시 직업계고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광주지역 전체 직업계고 졸업생은 2110명, 진학자는 1029명(48.7%), 미취업자는 485명(22.9%)이고 순수 취업자는 546명(25.8%)밖에 되지 않는다.
‘직업계고 절반은 대학으로’가 현실
윤정부의 교육부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산학협력 및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정과 취업지원, 직업교육혁신지구 확대, 선취업-후학습 체계 구축, 협약형 특성화고, 현장 실습제도 개선, 글로벌 현장학습 지원, 지자체-교육청 공동 고졸취업지원센터 운영, 청년정책등과 연계한 정주여건 마련등 지역 고졸 인재 성장경로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사업과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이다.
취업률의 저조는 교육의 문제가 아닌 일자리 질의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임금이나 안정성, 노동강도 측면에서 차별을 겪게 된다.
오랫동안 직업계고에 근무한 한 교사는 “학생들이 ‘고교만 나와서는 사람 대우 못 받는다’것을 이미 알아 버렸다”고 전한다.
직업계고 고졸 인재가 임금 수준이나 미래 비전, 근무여건 등이 대학 졸업자에 비해 보통 수준의 임금이나 대우, 자긍심을 느낄 수 없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고교졸업자의 직업 안정성이 매우 낮음을 나타내는 지표는 유지취업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고교 취업자 2023년 4월1일 기준 12개월 유지취업률은 64%로 10명 중 4명꼴로 1년 이내 직장을 관두고 있다.
직업계고 추락을 막는 해법은 있는가?
2023년 기준 전체 졸업자의 16%, 취업자의 62%가 직장이 없어 ‘탈 광주’를 택하고 있다.
우리 지역은 ‘꿈잼도시’로 젊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시대 청년층의 취업과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매우 중요하다.
한편으로 AI, 자율주행, 로봇 분야와 같은 미래 고부가 가치가 높은 산업 분야 맞춤형 인재를 양성해야겠지만, 지역의 전통적 중·소 제조업 분야를 이끌 숙련된 기술 인력 공급 또한 매우 시급하다.
지금 제조업 현장이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 수가 처음으로 20대를 앞질렀다.
청년의 탈광주를 줄이고, 직업계고의 추락을 막는 길은 기업과 청년 노동자가 공존하는 상생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지역과 기업이 상생하는 선한 기업 리더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기업 스스로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
대기업은 중견기업에 손실을 전가하고, 중견기업은 다시 협력 중소기업에 손실을 떠넘기며, 중소기업은 고졸 취업자에게 낮음 임금으로 전가하는 악순환이 청년층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을 외면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지역의 미래를 위해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는 끊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께 성장해 나가는 선순환 구조의 긍정적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위해 공감대 형성을 지자체가 적극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 각계각층이 문제 실마리를 찾고,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고졸 취업자의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얼마 후 광주의 현실이 될 수 있다.
김성훈 (광주 광산구 교육협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