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철도, 가깝고도 먼 ‘거리’ 좁힐 수 있을까

달빛소나타(5) 전북 장수~경남 함양

2024-10-25     황해윤 기자
전라도 장수군과 경상도 함양군을 잇는 육십령 전경. 장수군 제공.

 광주와 대구를 한시간 대로 잇게 되는 ‘달빛철도’는 광주, 전남, 전북, 경남, 경북, 대구 등 6개 광역시·도 내 10개 시·군을 경유하게 될 예정이지만 시종점인 광주와 대구의 기대가 가장 클 것으로 추측된다. 규모가 큰 광역시이고, 달빛철도가 경유하는 지역은 남원시를 빼고는 모두 ‘군’단위. 철도 개통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인근 대도시로의 ‘예속’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게 사실. 적어도 달빛철도 노선의 한 가운데 경유지인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는 그러했다. ‘인구 소멸’의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줄어드는 인구와 고령화에 비례해 교통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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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전북 장수군(군수 최훈식)과 함양군(군수 진병영)을 찾아 목소리를 들었다.

 “철도가 생긴다구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라는 반응도 있었고, “들어는 봤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더 편하긴 하겠죠?”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용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 “지금도 사람이 없어서 시외버스는 텅텅 비어서 다니는데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걱정도 있었다.

 장수군이나 함양군 모두 비슷했다.

 장수읍에 위치한 장수시외버스터미널 근처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달빛철도에 대해 알지 못했다. A씨는 “철도가 생기면 편하긴 하겠죠? 여기선 경상도 쪽으로 넘어가는 길이 불편하고 주로 남원이나 전주쪽으로 다니니까요”라는 대답.

 장수시외버스터미널 근처서 세탁소를 운영, 40년 동안 장수에 살았다는 B씨는 “(철도가 생기면) 반절이 없어질지 들어올지 알 수가 없는 것이고. 좋은 일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이라면서 “경제가 나쁘고 모든 사업이 축소되는 마당에 제대로 진행될지도 모르겠고. 생긴다고 하더라도 관광객이 여기까지 들어올까 싶고. 여기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우려했다.

 장수군 장계면에서 자동차 수리점을 하는 C씨는 “철도역이 (장수군) 번암면 쪽에 생긴다고 들었는데, 거긴 읍하고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불편해서 이용하기 어렵다. 철도보다는 4차선 도로 확충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함양군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조수영 씨는 “장단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크다. 접근성도 좋아지고 유동인구도 많아지면 상권도 형성되고 활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택시운전사 박영택 씨는 “철도 생기면 대구쪽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 함양 상권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여기 터미널 고속버스들 전부 텅텅 비어서 다니는데 철도 이용객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했다.

 1000미터가 넘는 산들을 거느리고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는 장수와 함양. 찾아볼 곳들이 많고 눈 댈 곳들이 많았음에도 몇 가지 풍경이 눈에 밟혔다. 이용자라고 해봐야 나이드신 어르신 몇 분만이 앉아 있는 터미널 대합실. 하루에 몇대 없는 버스 시간표. 장수와 함양을 잇는, 영호남을 잇는 ‘육십령’고개 휴게소의 쇄락한 모습.

 그럼에도 ‘달빛철도’가 서울 등 대도시로의 흡수, 고립되고 단절되는 지방을 다시 ‘연결’하고 ‘재건’하는 ‘단초’가 돼 주기를 바라는 기대와 종종 만났다.

 ‘달빛철도’가 지나는 모든 곳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