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장수가 함양에게

‘육십령’에 막혀 왕래 없는 이웃 사촌 “철도 생기면 더 가볼수 있지 않을까” “‘함양, 가까운 도시’, 철도 생기면 더 왕래 늘 것”

2024-10-25     황해윤 기자
장수시외버스터미널의 한가한 모습. 차편이 많지 않다.

 전라도 장수(군수 최훈식)와 경상도 함양(군수 진병영)은 험준한 남덕유산을 공유하며 ‘이웃’하지만 서로 왕래하기 위해선 해발 734미터의 함산준령인 ‘육십령’ 고개를 넘어야 한다. 육십령은 영 호남을 잇는다는 ‘연결’의 상징을 갖지만 그와 동시에 그 높이와 험준함으로 만만치 않은 ‘장벽’이기도 하다. 가깝지만 결코 만만치 않는, 거리인 셈이다.

 서로 이웃하고 있지만 산세로 단절된 장수와 함양은 생활권 역시 서로 다르다. 장수는 남원이나 진안, 전주가 편하고, 함양은 진주나 거창이 편하다.

 장수군청에서 함양군청까지 승용차로는 40~50여 분. 대중교통으로는 한 번에 가는 건 불가능. 진안이나 남원을 경유해 가야 하는데 장수공영버스터미널에서 진안시외버스공영터미널까지 가서 함양군청까지 간다면, 적게는 3시간 10분에서 많게는 5시간이 걸린다.

 함양에서도 남원이나 진안을 거쳐야 한다. 장수군 장계터미널에서 함양까지 가는 버스가 있지만 하루 한 번 운행하고 2시간 10여분에서 3시간 50분 가량 소요된다.

동촌리 고분군.  장수군 제공.

 사정이 이러하니 ‘이웃’으로서 ‘잘’ 알고는 있지만 왕래는 드문, 사이가 장수와 함양이다. 서로 사이가 나쁠 일도, 좋을 일도, 갈 일도, 볼 일도 별로 없는 ‘쿨’한 사이다.

 “함양이요? 갈 일이 없죠. 남원이나 전주에 가는 일이 많죠.” “함양까지는 ‘다이렉트’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요,”

 바로 장수군 주민들에게 인접한 함양에 대해 물으면, “갈 일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십상이다. 교통편 상 남원, 전주, 진안 쪽으로의 접근이 더 쉽기 때문이다.

 “함양이 산양삼이 유명하고, 또 대봉산 모노레일, 상림이 유명하죠.”

 함양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 장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A씨의 대답. 하지만 A씨는 함양에 가보진 않았다고 했다.

동촌리 고분군.  장수군 제공.

 철도가 생긴다면? “철도가 생긴다고 해도 글쎄. 함양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지는 않을 것 같다. 역이 생기는 번암면 쪽까지 나가려면 20분 넘게 걸리는데, 거기서 다시 기차를 타고 가는 게 수월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철도가 생긴다면 다른 도시로의 접근은 나아질 것 같다고 답했다.

 열차가 직접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번암면에서 만난 권영구(81) 씨는 “함양은 문 앞에 까지밖에 안가봤어. 장수보다는 발달했고, 구경거리도 좋지”라고 했다. 장수에서 살아온 많은 세월동안 바로 옆 함양엔 ‘문 앞’까지밖에 가본 경험이 없는 권 씨는 “열차가 생기면 좋지. 교통도 좋아지고 멀리 가기도 좋고. 함양도 가볼 수 있겠지”라며 달빛철도에 대해 기대했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자차로 30여 분 걸리는 함양을 가깝게 생각했고, 약초를 사러, 상림숲 구경하러 다니기도 했다. 운전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대중교통이 짜놓은 동선에 좌우돼 함양이 멀었다. 가깝고도 먼, 함양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