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소나타] 장수를 소개합니다

장엄한 산, 천 갈래 물길 시원 품은 고장 오지서 역동 이미지 발산 ‘트레일 레이스’ 주목

2024-10-25     황해윤 기자
대곡제와 남덕유산.  장수군 제공.

 광주대구고속도로를 달려 동남원IC를 빠져나가자 곧바로 주위에 산들이 따라붙는다. 사위가 산이다. 그것도 높은 산. 전라북도 장수(군수 최훈식)다. 장수의 초입부터 ‘이곳은 산들의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오지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중 한 곳이지만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물리적으론 ‘오지’가 아니게 됐다. 광주에서 장수까지는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여기에 달빛철도까지 생긴다면, 다른 도시에서의 접근도 훨씬 편해질 것이다.

 전라북도 장수(長水)는 덕유산, 장안산, 팔공산 등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산들이 벽을 이루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75.8%가 임야이고 75%가 해발 500미터 이상인 고원지역이다. 장수는 ‘물’의 고장이기도 하다. 장수(長水)의 지명은 금강의 물길이 길어서이기도 하지만, 발원지로서 물의 ‘으뜸, 어른’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한다. 장수는 낙동강, 섬진강, 금강의 3대강 근원지라 할 수 있다.

 장수의 영취산(1,075.6m)이 낙동강, 섬진강, 금강을 나눈다. 영취산을 꼭지점으로 북서로 흘러내린 계곡은 모두 금강으로 흘러가고, 남서로 흘러내린 계곡은 모두 섬진강이 되고, 동으로 흘러내린 계곡은 남강이 되어 낙동강에 합류한다.

제3회 트레일레이스.  장수군 제공.

 ‘인공’으로 조성된 ‘관광지’가 아닌, 장수의 큰 자랑은 ‘청정자연’이다.

 최근 장수군은 첩첩산중 ‘오지’ 이미지를 ‘역동’의 이미지로 전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22년 첫 개최된 이후 현재까지 4회째 열리고 있는 ‘장수 트레일 레이스’다. 장수의 산과 계곡, 자연을 만끽하며 달리는 대회로, 국내외 산악 마라톤 애호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장수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산악코스는 20K부터 100K 울트라 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지난 9월27일부터 29일 3일동안 진행된 ‘2024 제4회 장수 트레일레이스 대회’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12개국의 선수들이 참여해 국제 대회로서 성장세를 보였고, 총 국내·외 16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해 장수의 숲과 산을 즐기며 달렸다는 소식이다.

 자연을 좀더 ‘순한 맛’으로 즐겨볼 수도 있다.

 장안산의 덕산계곡은 잘 정비된 데크길을 따라 산책하듯 걸으며, 장안산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장안산의 제일 계곡인 덕산은 용소와 울창한 원시림과 맑은 물, 기암괴석이 조화롭게 이루는 절경을 누릴 수 있다.

 북덕유산과 남덕유산 사이의 골짜기인 토옥동 계곡은 물놀이에 맞춤해 여름철엔 폭염 탈출이 가능하다. 산행길 정비가 잘 돼 있어 편안한 등반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내려오는 길 송어회를 맛볼 수 있다.

덕산계곡.  장수군 제공.

 금강의 시원인 뜬봉샘 발원지를 두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수분마을 뒷산 계곡을 따라 2.5㎞ 올라가면 금강의 발원지 뜬봉샘이다. 뜬봉샘으로부터 시작한 물줄기는 서해바다 하구까지 397.25㎞를 흐른다. 뜬봉샘생태공원은 금강사랑물 체험관, 자생 야생화 군락지, 생태놀이터, 생태온실, 생태숲길 등 다양한 공간과 멸종위기 종을 비롯한 동물들과 양서 파충류, 금강 어류 등을 전시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겠다. 뜬봉샘 탐방로코스는 왕복 3㎞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연이 아닌, 역사와 만나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장수는 절개의 상징, 논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장수읍에 있는 논개사당은 1846년 장수 현감 정주석이 주논개의 충절을 선양하고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이곳 저곳 둘러보며 산책을 하기도 좋다. 앞에 의암호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의암호 주변 숲과 수변테크 오작교가 연결돼 있어 주민들도 애용하는 산책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향교인 ‘장수향교’도 있다. 장수군 유일의 보물 장수향교 대성전이 있는곳으로 임진왜란 당시 향교지기 정견손이 목숨을 바칠 각오의 절개와 폐기로 지켜낸 우리나라에서 가장오래된 향교이다.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며 지역의 학문을 책임진 학교로서의 역할과 유교사상의 정신적 지주인 공자님등을 모신 사당으로서의 기능을 모두수행한 경의로운 곳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을 넘어 서쪽으로 유일하게 가야왕이 잠든 동촌리고분군도 장수에 있다. 장수군 최초의 국가사적으로 가야시대 수장층의 무덤군이다. 장수읍 동촌리 산26-1번지 일원에 자리하며 총83기의 수장층 무덤이 눈으로 확인된다. 무덤군은 잔디가 식재돼 있고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