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현장] 시내버스 정류장 유튜버 홍보 낙서질

특정 채널 홍보 유성펜으로 또박또박 서구청 “단순 낙서…법적 조치 대상 아니다” 입장 일각 “불법 광고물 인식 과태료로 재발 막아야”

2024-11-04     최종진 인턴기자
금호저수지 입구 정류장의 모습. 문호마을 정류장과 동일한 문구로 도배된 모습이다.

 광주 서구 금호동의 시내버스 정류장 여러 곳에 동일한 내용의 불법 홍보 문구가 도배질돼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스프레이로 갈겨쓴 낙서 형태인데, 실제 존재하는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광고성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미관상의 문제는 있으나 불법 광고물로 보긴 힘들어 법적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 비슷한 유형의 일탈을 제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본보가 시민의 제보를 받아 지난 30일 서구 금호동 일대 시내버스 정류장을 점검해본 결과 총 3곳의 정류장에서 동일인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낙서 형태의 홍보문구가 써져있는 것을 파악했다.

 확인된 정류장은 각각 금호저수지 입구 정류장(자활촌 방면)과 만호마을 정류장(양방향) 등이다. 금호저수지 입구 정류장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반면 만호마을 정류장은 양방향 모두 유동인구가 많고 버스 노선도 많다.

 해당 정류장의 유리벽과 의자에는 유성매직으로 ‘유튜브 ○○○ 검색’, ‘플레이스토어 ○○○ 다운’ 등과 같은 홍보문구가 도배돼 있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알아볼만큼 큼직하게 써 있다. 특히 의자에도 유성펜으로 새겨놓아 시민들이 앉아있기 찜찜한 풍경으로 전락했다. 본보가 해당 문구에 써진 유튜브와 어플을 직접 검색해본 결과, 한 극우 정치 유튜버의 채널이었다. 최근까지도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류장 의자에 적힌 홍보문구.  쓰여진 검색어는 실제 활동 중인 극우 유튜버의 채널명이다.

 이같은 행위를 불법 광고로 인식하면 과태료 등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단순 낙서로 취급하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만큼 구청의 판단이 중요하다. 채널이 실재하며, 이를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불법 광고물 성격이 짙어 보이지만 관할 구청의 태도는 모호하다.

 서구청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미관 상 문제는 있으나 시설을 사용하지 못할 만큼의 망실이나 훼손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제보 사례는) 벽보·입간판·현수막 등 불법 광고물과 비교해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단순 낙서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불법광고물로 판단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구청에 따르면 버스 승강장·육교 등 공공시설물의 불법광고물은 광고물 단속팀이 전담한다. 이들이 판단하는 불법광고물에는 허가 받지 않은 벽보, 입간판, 현수막 등이 해당된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유튜버들이 간혹 있다”면서 “이와 같은 정류장 홍보 문구는 다소 당황스러운 사항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해당 정류장의 문제들을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이 해당 문구를 지우고 정비하는 데 그치는 사후약방문으로 비슷한 유형의 정류장 훼손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낙서 내용이 실제 존재하는 사업자의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만큼 불법 광고물로 인식해 과태료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종진 인턴기자 city@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