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취재기·뒷얘기] 붕어 30마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상무지구 평화공원 물고기 방류 사태 전말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공원 수로에 물고기를 풀었다고? 걔네들이 살 수 있을까?”
2010년 9월 어느 날, 이광재 기자는 깜놀했다. 상무지구 광주시청 앞 평화공원에서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걸 직감했다. 자신이 익히 아는 바 그 공원 수로는 물고기가 살만한 환경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 기자가 입수한 자료엔 기막힌 사건의 전말이 기록돼 있었다. 광주시가 시청 앞 평화공원 인공수로에 붕어 30마리를 방류했다는 거였다.
“가만있자, 평화공원은 광주시가 전년도(2009년)에 110억 원을 쏟아부어 조성한 곳이잖아. 공원 안에 길이 420m 인공수로가 조성돼 있다곤 해도 폭은 1m도 되지 않는 콘크리트 범벅 구조물인데.”
애초부터 물길로 조성됐음에, 수초 등 물고기가 은신할 수 있는 식생 환경은 아니었다. 게다가 수심도 낮아서 하류 쪽은 사람 발목쯤 겨우 잠길 정도. 어느 것 하나 물고기가 살 만한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곳에 방류된 물고기들 운명은? 이 기자가 확인한 당시 물고기는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방류한 지 한 달여 쯤 지난 때였다.
“주민들이 오소리가 나타났다고 신고하기도 했는데, 물고기들이 이런 동물들에게 잡아 먹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광주시도 물고기 실종은 확인했으나, 사태의 전말은 알지 못했다.
수로를 돌아보니 물고기 실종은 당연한 것이었다. 인공수로의 구조가 그러했다. 이 수로는 하류 끝에 소용돌이 구조의 유출구가 조성돼 있었다. 물고기가 하류로 내려오면 자연스럽게 광주천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게 돼 있던 것.
“물고기는 어디서 사왔어요?”
광주시 관계자의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사온 것 아닙니다. 낚시연합회에 부탁해서 얻어온 붕어들이었습니다. 이왕이면 토종을 넣고 싶어 접촉한 것이지요.”
“그런데 왜 물고기를 방류할 생각을 한 겁니까?”
“일단 물이 흐르도록 조성해 놨기에 시험적으로 물고기가 살 수 있는지 해본 겁니다.” 치밀한 검토와는 거리가 먼 답변이었다.
“수질검사도 실시했어요. 용존산소량이나 산성도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도 얻었구요. 하지만 다른 여건이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물고기 방류의 전말이 드러났다. 담당자의 이전 답변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황당한 것이었다.
“윗선에서 한 번 방류해보라고 해서요.”
이 기자는 이 대목에서 기가 찼다. 자신이 군복무 시절 경험한 사건과 비슷해서 분노가 증폭된 것이다. 몇 년 전 바야흐로 낙엽이 지천으로 떨어지는 계절의 일이다. 이 기자가 복무하고 있던 부대의 지휘관은 주야로 작전도로 낙엽 쓸기를 지시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지휘관의 지시가 180도 달라졌다. 낙엽을 모아서 도로에 깔라는 거였다.
사단장이 지나가다 한마디 한 게 발단이었다. “거리에 낙엽이 없으니 가을의 정취가 안 나는구만.”
평화공원에 물고기를 풀어보라고 했다는 ‘윗선’, 그 지시에 무조건 순응한 공무원의 모습이 그 시절 사단장과 부대장과 오버랩됐다.
그렇다면 ‘윗선’은 뭔 생각으로 이 같은 지시를 했을까?
이 기자는 당시 서울시가 청계천에 물고기를 방류해놓고 ‘수질이 좋아졌다’며 홍보에 열 올리고 있었음에 주목했다.
이 사건을 접한 한 시민의 생각도 비슷했다.
“얼마 전 서울시가 청계천에 엉뚱한 물고기를 방류해 놓고 수질이 좋아졌다고 홍보하더니 광주시가 그걸 흉내 내려던 것 아니겠어요? 사람도 조건을 갖춰줘야 사는데, 물고기도 생존 조건을 만들어 주고 푸는 게 순리죠.”
현직 수의사는 더 분개했다.
“높으신 분들은 물이 있으면 꼭 물고기만 넣으려 하더라고. 물고기도 엄연한 생명인데 ‘죽으면 말지’하는 식이어선 안되는 겁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