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협력과 한반도 미래] 남북 간 적대성…그럼에도 평화가 우선이다
일촉즉발 군사 충돌 위기 속 정부대응 실망스러워
최근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남과 북 모두 일방적인 형태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군사적 충돌 위기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긴장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자유의 북진’,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주장하며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고 서로를 향한 증오와 공격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9·19 군사합의 파기 및 무력화 이후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이 남북을 오가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지난 10월 11일에는 평양에 무인기가 나타나자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서 ‘끔찍한 참변, 혹독한 대가’를 위협하고 나섰고 이에 국방부는 ‘즉·강·끝, 정권 종말’을 공언하고 나섰다. ‘끔찍한 참변’, ‘김정은 제거’ 등의 강경 발언이 서로 오가면서 급기야 북한의 포병대대 사격대기 태세 전환과 우리 군의 화력 대기 태세 강화 방침도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우크라이나 군대 파병 또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또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러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단 살포 등 적대 행위 멈춰야
우리 정부가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해 러시아를 적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한국이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로 되면 될수록 북한과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러시아의 개입으로 한반도 정세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인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 조차 칼럼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유럽 땅에서 코리안끼리 대리전쟁을 하는 것처럼 비치거나, 본질을 벗어나 남북한끼리 적대적 대립 의식을 발산하는 분출의 시연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우리의 살상 무기가 불가피하게 러시아군을 ‘살상’할 수도 있다는 문제이다. 이런 사태는 급기야 러시아 또는 러시아 국민과 적대 관계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금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하거나 척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안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일촉즉발의 군사 충돌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무인기와 관련하여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무책임한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군사적 강경 태도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그러하고 대북 전단 풍선이 대남 오물 풍선으로 이어지고 대북 확성기 방송과 이에 맞대응한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이어지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과 피해는 날로 커져가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도 그러하다. 충돌의 뇌관이 되는 행동을 방치하면서 북한 탓만 되풀이해 온 지금 우리 정부의 태도는 위기를 더욱 부추길 뿐이다.
한반도에서 결코 전쟁을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를 우선 막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쟁의 시계를 멈춰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 무모한 기싸움과 군사억제력 경쟁을 멈춰야 하며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적대성을 낮추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전단과 오물풍선 살포, 무인기 침투를 비롯한 남북 상호간의 일체의 적대행위와 군사행동은 모두 중단되어야 하며 위기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핫라인 복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국민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 가운데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를 꼽은 것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세우려는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도 ‘적대적 두국가론’을 철회해야 한다. 한반도 적대적 두국가론은 남북을 평화적 공존이 아닌 전쟁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북힌은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기반하여 남북은 서로 교류협력하면서 통일을 지향해 가는 특수한 두국가 관계임을 다시금 복원해야 한다.
‘평화’ 평화적 수단·방식으로 구축해야
평화는 평화적 수단과 방식으로 구축해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는 일시적으로 평화 상태를 만들 수 있지만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이 서로 적대성을 강하게 드러낸 현 상황에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억제하고 평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과거 남북이 합의한 사항들을 파기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실천의 노력을 진행할 때 가능하다. 남북 간 상호 자신들의 행위만 정당하다는 일방주의를 배제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라는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 내의 자중지란이 심화되고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하고 있는 지금 ‘자유의 북진’과 같은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유지하고 북한의 파병을 구실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것이다.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로 끌어들여 정권을 연명하기보다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냉정히 돌아보고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다시금 기대해 본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