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현장] 광주 유명 헬스장 퇴직금 미지급 논란
트레이너들 “노동자성 인정되니 지급해야” 사업주 “근무외 시간 PT, 개인 소득 해당” 노동당국 판단 주목…대법원은 최근 트레이너 노동자 인정 추세
광주 서구 유명 프랜차이즈 A헬스장에서 트레이너 퇴직금을 수년간 미지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노동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헬스장 측이 임금 지급을 요청한 직원에게 폭언하고, ‘급여에 퇴직금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는 의혹이다.
본보에 이같은 의혹을 제보한 헬스 트레이너는 “타 헬스장 면접을 봤다는 와전된 이야기만으로 직장에서 반년 넘게 괴롭힘을 받았다”면서 “공황장애로 대면하기 어렵다고 요청했는데도 ‘연기 하느냐’며 조롱하고 돈도 안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격 모독’을 호소한 또 다른 제보자는 “받은 돈이 맞지 않아 정중히 추가 지급을 요청했는데, 심한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헬스장 측은 “근로계약은 맺었지만, 트레이너가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건 근무 외 시간에 이뤄진 PT(개인 강습) 지급분”이라며 “이는 애초 서로 수익을 나누기로 한 사업 소득이기 때문에 이것까지 책정해 줄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욕설과 협박 의혹에 대해선 “욕을 한 건 맞다. 다만, 회사 계약서를 외부에 알리고 퇴직금을 아예 안 주겠다는 식으로 몰아가서 한 것일 뿐”이라며 “헬스장은 영업 방해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해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트레이너 노동자성 논란
현재 피해를 주장하는 트레이너 측은 ‘특수 폭행·특수 협박’, 헬스장 측은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한 상태다.
퇴직금 미지급을 호소하는 전직 헬스 트레이너들은 지난 11일 본보에 그간의 상황을 제보했다.
이들에 따르면 A헬스장은 광주에만 지점이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프랜차이즈다. 이중 피해 호소인들은 본사로 알려진 지점에서 만 2~3년을 각각 근무했다. 중간급 관리자였던 트레이너들은 회원 관리와 PT 업무, 센터 관리를 수행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첫번째 논란은 퇴사 의사를 밝힌 이후 퇴직금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받지 못한 금액은 적게는 약 500만 원, 많게는 약 700만 원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프리랜서였어도 1년 넘게 근속했으니, 퇴직금을 온전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ㄱ씨는 “마저 받아야 할 퇴직금이 500만 원에 달하는 데도, 사측은 계산이 맞다며 노동청을 통해 진행하자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호소에도 지급이 되지 않자, 이들은 지난달 광주전남지방노동청에 퇴직금 미지급 진정을 넣었다. 전직 트레이너 3~4명도 “약 5000만 원을 받지 못했다”며 주장하고 있는 상태로, 진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직장 내 따돌림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ㄴ 씨는 ‘‘‘타 헬스장 면접을 보러 다닌다’는 소문이 난 4월 쯤부터 따돌림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고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등 행위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년 넘게 이어진 따돌림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그는 정신과에서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
퇴사를 요구,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인격적 모욕을 당했다는 주장도 더했다.
ㄴ씨는 “‘공황장애가 심하다’며 퇴사 의사를 밝혔는데도, 헬스장 대표가 사직서 작성을 강요했다”며 “이 과정에서 과호흡 증세가 심해져 의사 소통이 어렵다고 호소했지만 오히려 증세가 의심되고, 녹음을 하는 것 아니냐며 바지 속 휴대폰을 뺏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양측이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는 건 ‘퇴직금’이다.
헬스장 측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 시간(오후 1시~밤 10시) 외에 이뤄진 PT 업무는 오롯이 개인이 했다고 보고 있다. 즉, 퇴직금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헬스장 측 노무사는 “PT 수익은 6대 4로 배분하기로 상호 동의 하에 결정했고, 트레이너들이 근무 외 시간인 오전에 PT 업무를 수행했다는 게 헬스장 입장”이라며 “관건은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했는지인데, 종합적인 건 노동청 판단에 맡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트레이너들은 “근로 개시 시작일부터 급여를 정기적으로 받았고, 퇴사 직전 3개월분 평균가로 계산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헬스장서 실제 수행한 업무 판단해야”
실제 양측이 작성한 근로계약서 내용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본보가 확보한 근로계약서는 일반적인 계약서와는 달랐다.
근무 시간과 업무 내용은 정상적으로 기재돼 있지만, 급여 항목은 △영업지원금(기본급 성격) △PT 인센티브 △추가 지급분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 조항을 보면 ‘매달 60만 원이 추가 지급비로 지급되고, 총 비용(60만 원)은 선지급 퇴직금 40만 원, 연차수당 10만 원 등으로 구성된다’고 적혀 있다.
이를 근거로, 헬스장은 “퇴직금을 미리 선납했으니, 돈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한 상태다.
당사자간 논란에 대해 전문가도 신중한 입장이다.
이연주 노무사는 “프리랜서여도 계속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실제 직원이 사내 연수에 참여했는지, 그외 업무를 했는지 등 헬스장에서 실제 행해진 업무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이 영업지원금을 정기적으로 받았고, 전체 급여분에서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노동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계약서에 정확히 ‘선지급 퇴직금’이라고 적혀 있다면 헬스장 입장에선 부당이득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다만 헬스장이 계약서에 감당하기 힘든 손해배상 청구액을 적거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자체가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는 압박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헬스장과 계약을 맺은 트레이너가 회원을 관리하고, 트레이닝 지도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대목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퇴직금 1300만 원 지급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