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취재기·뒷얘기] 광주 맛집 어디까지 즐겨봤니?

‘오늘 점심 뭐먹지?’ 해결해드립니다

2024-11-29     채정희 기자

올해 창간 20주년 특집 중 하나로 광주드림은 역대 취재기·뒷얘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때’ 광주드림에 실려 지역사회 큰 파장을 일으켰던 기사들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이면을 알려주는 읽을 거리입니다. 독자들에게 제공된 정제된 기록으로서 기사가 아닌 ‘비사’라 할 수 있는 정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한 편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 기자들이 감당한 수고의 일단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관점에서 정리한 기록은 2018년 본보가 출간한 ‘호랑이똥은 멧돼지를 쫓았을까-광주드림 취재기’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오늘 점심 뭘 먹지?”가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이라면, 임정희 기자에겐 “이번 주엔 뭘 먹지?” 한 주의 과제였다.

 직장인들은 한 끼 불만족에 그치지만, 임 기자가 답을 찾지 않으면 뒷감당이 만만치 않다. 임 기자에게 맛집 탐방은 기호가 아니라 업무였던 탓이다.

 맛집 전문기자의 숙명이다. 일주일마다 찾아내야만 한다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부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맛있는 것 많이 먹으니 좋겠다”는 시샘일 테다. 과연 그럴까? 평론 쓰기 위해 영화 보고, 보도하기 위해 야구장 찾는 심정이라면 이해될라나.

 ‘맛있는 집’은 2004년 4월 광주드림 창간과 함께 시작된 고정 코너였다. 초기엔 매주, 몇 년 후부턴 격주로 게재됐다. 2011년 5월까지다. 돌아보니 꼬박 7년. 이 기간 기록된 광주의 맛집들이 데이터로 고스란히 정리돼 있다. 오지다. 수혜자는 글 쓴 사람보다 이를 활용하는 독자들임이 분명하다. “오늘 뭐 먹지?”라는 최대 고민 해결사일테니 말이다.

 7년 간 쉬지 않고 연재했다는 것 자체가 기록이다. 더 놀라운 건 이 기간 동안 맛집이 끊임없이 발굴됐다는 것일 테다. 7년 동안 퍼내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라니. 게다가 임 기자의 맛집 선정 기준이 좀 깐깐한가? “그 지역에서 나는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고, 조미 과정을 생략하지 않고, 옛날 방식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이 시기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제철 음식을 주로 해서 내놓는 집.”

 맛의 고장 광주라서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드림 맛집 신뢰의 원천이 됐으니, ‘광주를 드립니다’는 드림의 복이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유명한 집? 잘 나가는 집? 외형은 아무 의미 없다. 드림 맛집 기준은 오로지 ‘맛’이다. “간장·된장·고추장 등 양념을 직접 담그는 집이면 금상첨화겠죠. 그런데 요즘 그런 집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여서 아쉬움이 크긴 하죠.”

 그 집만의 손맛을 갖고 있는 집을 만나는 게 임 기자에겐 커다란 기쁨이다. 그리고 이같은 맛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취재한다고 알리고 가면 통상의 맛이 아닌, 특별한 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홍보용’ 넉셔리한 밥상, 임 기자에게 이런 곳은 자격 박탈이다.

 “취재왔습니다”라고 알리지 않고 가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냥 손님으로 간다. 주문해서 맛을 본다. 소개할 만한 맛인지 판단한다. 취재를 결심한다. 계산한다. 이후 명함을 건넨다. 취재 의사를 밝힌다. 대개 점심 무렵이니 한창 바쁠 시간. 주인장 붙들고 취재에 응해달라고는 건 예의가 아니다. 취재 허락을 받고, 전화 가능 시간을 확인한 뒤 나오면 현장에서의 일은 끝이다.

 신문에 나온 맛집은 대부분 이 같은 시스템으로 이뤄진 취재의 결과물이다.

 보도 후 ‘깜놀’한 쪽은 식당 운영자들이다. 십중팔구 ‘신문에서 보고 왔다’며 손님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드림 맛집 골수팬들이 상당한 층을 형성하고 있어, 파리 날리던 집이 사람으로 가득 채워지는 역사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때쯤 주인장은 몇일 전 취재해간 기자를 떠올리지만, 잠깐 스쳐간 이의 얼굴은 생각나지 않아 발을 구른다.

 “더 좋아요. 소개 이후에 개인적으로 찾아갈 때 있는데, 주인장이 몰라보니까 오히려 편안하죠. 그래서 가끔씩 더 찾아갈 기회가 생기구요.”

 맛집 모두 취재를 반기는 건 아니다. 광고, 영업 목적으로 접근하는 매체가 많아서다. 신문에 실린 맛집에 대한 불신은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맛집은 광고’라는 인식이 큰 탓이다. 맛으로 소개됐기보다 돈으로 실렸다는 곡해가 어쩌면 자연스러운 시대의 풍속이다.

 임 기자 역시 그런 오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00집에 5곳 정도? 이 같은 이유로 취재를 거부한 비율로 추산되는 수치다. 생각보다 많진 않다. 신뢰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수치일 것이다.

 그렇게 소개한 곳을 정리하니 맛집 리스트가 300여 개에 달한다.

 매주 맛집 찾기가 수월했을 리 없다. 취재했으나 기준에 미달해 소개하지 못한 집들도 많다. 그렇게 한두 집에서 실패하다보면 마감이 간당간당, 속이 타들어간다. 낮이고 밤이고 맛집 찾아 삼 만 리 헤맨 기억도 새롭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집이라 해서 특별 대접은 없다. 아니면 아닌 거다. 해서 소개해준 사람도 게재 여부에 대해선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

 맛집 소개 후 더 번창한 집을 보면 보람이 크다. 반면 소개 후에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쇠락한 집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외할머니집에 갔더니, 외할머니가 안 계신 느낌이 그런 것일까.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