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 ‘괜찮아, 앨리스’가 던진 행복을 찾는 선택
1~2년 자유로운 인생 고민 ‘에프터스콜레(Efterskole)’의 교훈
지난 11월 14일 수능이 끝났다. 수능이 끝나서인지, 학교와 10대들의 고민을 담은 영화들이 대거 독립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앞순위를 차지했다.
특히 눈에 띄는 영화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는 영화 ‘괜찮아, 앨리스’이다. 수능 전날 전국에서 동시 개봉했고, 다큐멘타리 영화임에도 개봉 첫날 1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경쟁 위주의 교육 속에서 지금은 불행해도 미래 행복을 담보로 견뎌야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아파도 참아야 했던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쉬었다 가도, 잘하지 않아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어른들이 “말로만 괜찮다고 하지 말고 진짜 괜찮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아하는 어른들이고, 세상이다.
비상업영화라 극장 스크린에서 단기간 상영을 마쳤지만, 정치권에서도, 일부 지자체에서도, 그리고 다양한 민간 기업이나 단체들이 특별상영회 방식으로 단체관람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행복할 수 있을까를 찾는 교육을 고민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지표면에서 선진국 수준이 되었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여전히 세계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질주해야 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장차 성인이 돼서도 행복을 담보해 주지 않는 현실을 목격한다.
우리 학생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기 보다, 충분한 고민이나 탐색 없이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바로 진학해야 하는지, 또 다른 선택지 없이 입시로만 내몰리는지 묻는다.
영화의 소재가 된 꿈틀리인생학교 설립자인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이유를 자유로운 교육 철학에 있다고 보았다고 설명한다.
덴마크 교육제도인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는 세계에서 유일한 교육제도로서 보통 14~18세 연령층의 8~10학년 청소년을 위한 학교이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정도에 해당한다.
음악, 체육, 수공예, 자연 및 생태, 인문학, 생활에 필요한 기술 등을 배우는 모델인 인생학교는 250여곳이 있고, 전체의 25% 정도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특별한 영역에 재능 있는 학생들, 학교생활에 싫증을 내거나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누구나 전환 학년 시기에 1~2년간 자유롭게 인생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선을 행복이라고 본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심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간 활동이 수행될 때 얻어진다고 하였다.
인생 전환의 시기에 누구나 본인이 원할 때 학업을 잠시 멈추고,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해본 뒤 자신을 발견하고, 원하는 학교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인생의 여러 갈래길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살아갈 날이 길지만 인생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 시기에 충분한 선택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
1년 혹은 일정 기간 잠깐 멈춰서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 삶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배우는 경험이 인생 학교이자, 우리가 찾는 행복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김성훈 (광주 광산구 교육협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