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재 교수 ‘경영 3.0’] 공진화(co-evolution) 이론 통해본 한국 정치 

적대적 기업 간에도 비즈니스 파트너십 불구 상호 적대적 ‘역공진화’ 정치 후진 기어

2024-12-10     박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KTV 캡처, 광주드림 24.12.4 캡처)

 주지하시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은 1979년 이후 처음으로 12월3일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막기 위해 국회 출입문을 군대와 경찰이 통제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12월 4일 오전 1시 본회의를 개최하여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재석 190인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킴에 따라 비상계엄은 다행히 해제가 되었다.

 이후 국회가 상정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12월 7일 국민의힘이 퇴장하면서 의결정족수인 200명을 채우지 못해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됨으로써, 한국의 정치·경제는 당분간 큰 혼란 상황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공진화 이론의 렌즈를 사용하여 현재 한국정치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공진화 이론(Ehrlich & Raven 1964)은 나비와 숙주 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사해 이러한 관계가 상호 진화적 변화를 어떻게 주도하는지 탐구한 ‘나비와 식물: 공진화에 관한 연구’에서 처음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었다. 자연 생태계에서 발견된 아카시아 개미와 아카시아나무, 특정 뱀과 도롱뇽 그리고 뻐꾸기와 숙주 새 등의 관계는 지속적인 적응과 역적응의 순환을 통해 공진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공진화이론은 경영학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착취적 공진화, 경쟁적 공진화 그리고 협력적 공진화의 3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손상영 외, 2007).

 예를 들면, 참여자들에게 이익을 나누어주는 협력과 상생 전략을 통해 서로 공생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형성에 성공한 애플의 앱스토어나 페이스북의 플랫폼 전략이 경영학 분야에서 협력적 공진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로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것과 같이 집과 차를 연결하는 카투홈(Car-to-Home) 서비스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간의 협력적 공진화 비즈니스 모델이다. 심지어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는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경쟁 혹은 적대 관계에 있는 기업들 간에도 협력적 공진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간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어플로 LG전자 공기청정기를 제어한다거나, LG전자 스마트홈 어플로 삼성전자의 에어컨을 제어하는 방식 등이다. 협력적 공진화이론에 기반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조해 나가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홈 앱으로 삼성에어컨을 제어하는 협력적 공진화모델 상상도 (출처 : 챗지피티)

 이러한 공진화이론을 정치 분야에 적용하면 정치적 역학, 특히 정치제도와 사회적 요인이 서로의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틀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은 민주당과 국민의힘(국힘) 간의 상호 적대가 지속적으로 순환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적대적 관계는 양당이 중요한 국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서로 상대를 훼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는 정치환경을 초래하여 대중의 신뢰를 침식하고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방해하는 기능장애 시스템을 초래하여 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즉, 민주당과 국힘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역기능적 행동을 고착화시키는 불건전한 공진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적대 행위의 확대(민주당과 국힘의 상호간 끊임없는 적대 정치행위), 저출산, 청년들의 주택 문제, 연금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어젠다를 해결할 수 없는 정책 마비 현상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민주당을 국정파트너가 아니라 반국가 체제 전복 세력으로 인지하고 있음)와 대다수 국힘 국회의원들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기본적으로 국가의 이익보다는 다음 선거에서 본인의 국회의원 공천권 획득에 더 관심이 높음) 등 끊임없는 당파적 이익 추구로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을 심각하게 훼손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정치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심지어 적대적 관계에 있는 기업들 간에도 고객 만족과 기업 성장을 위해 협력적 공진화 비즈니스 파트너십 모델을 추구하는 기업 사례를 보고, 한국의 양당 정치인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 희망 국가를 위한 정치 모델이 무엇인지 많은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한국 정치의 상호 적대적인 불건전한 공진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며,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최소 20~30% 공천권을 청년들에게 할당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제의 개선이다. 4년 중임제로 변경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권화할 수 있는 여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치 검찰의 개혁이다. 정치 검찰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개선과 검찰의 권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넷째, 시민 참여 및 민주정치 교육을 장려해야 한다. 적극적인 시민 참여를 장려하고 민주적 절차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등 정치권에 더 높은 수준의 거버넌스를 요구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부여된 과도한 특혜와 이익을 줄여 나가야 한다. 현 정치권이 상생정치를 하지않고 불건강한 역공진화 정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 난제들이 원만하고 슬기롭게 조속히 해결되어 국민들이 좀 더 행복한 조건에서 생활할 수 있는 건강한 협력적 공진화 정치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박현재 <전남대학교 경영연구소장 & 디지털미래융합서비스 협동과정 교수, 지속가능 디자이너 (Sustainability Desi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