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그 이름 남생이
[동물과 삶]
국립공원 월출산의 대표동물이자 깃대종이 ‘남생이’라는 사실 혹시 아시는지? 남생이는 비교적 최근인 2005년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되고, 현재 보호 중인 위기의 동물인 줄은 진즉 알았지만, 우리 지역 월출산의 깃대종인 건 이번에 지인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월출산을 품고 있는 영암군도 달토끼, 월출산과 더불어 남생이를 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삼고 있다. 어린 시절 흔하게 데리고 놀던 거북이도 이젠 깃대종이 될 수 있구나 하고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월출산은 비록 우뚝 솟은 바위산이지만 의외로 물길이 많아 큰 호수와 저수지를 여러 개 끼고 있고 비교적 자연환경도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서 반수생 거북인 남생이가 많이 서식하나 보다. 아무튼 우리나라 어딘가에 그곳의 깃대종이 될 만큼 상당수의 남생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건 생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매우 기쁜 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북은 남생이(龜·귀)와 자라(鼈·별)뿐이다. 둘 다 예전에 보신용으로 많이 남획되었다가 요즘은 용봉탕 식당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여름 산책하다 길에서 우연히 일광욕하러 나온 자라와 마주치게 되었다. 어쩌다 녀석은 길가까지 올라왔을까? 비 온 뒤라 육지와 물이 갑자기 구별이 안 되었나보다.
요즈음 밀물에서는 토종거북인 남생이와 자라를 몰아내고 외래종인 리버쿠터나 붉은귀거북이 주종을 이룬다. 주로 불교 행사인 방생용으로 들여온 미국 출신들이다. 전 세계는 서로 넘쳐나는 야생동물들을 무분별하게 교환하면서 스스로 생태계의 교란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에는 우리나라 가물치와 무당개구리가 가서 골칫거리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는 북미산의 배스나 블루길이 민물의 지배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 외래종들은 강인한 체력과 엄청난 적응력으로 토종들을 힘과 양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런 탓에 남생이와 자라는 점점 희귀해져 가고만 있다.
남생이란 이름을 들으면 참 정겹다. 동물이름 같지 않고 마치 동네 장난꾸러기 꼬마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야! 남생아! 이리 와 봐.” 고구려 대장군 연개소문의 첫째 아들도 연남생이었다. 거북처럼 오래 살라고 지었을까? 하지만 그도 패배자라는 불행을 안고 오래 살지 못했고 남생이도 채 30년을 살지 못한다. 그런데 그것도 그 크기에 (최장 20cm이하)비하면 꽤 오래 사는 편이다.
남생이란 이름의 본디 뜻은 ‘냄새나는 거북’이라고 한다. 천적을 만나면 겨드랑이에서 악취를 내뿜기 때문이다. 남생이의 생김새는 자라처럼 징그럽지 않고 한 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적당하게 크고 등갑 무늬도 크고 아름다워서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뱀이 포함된 파충류들에게 선천적인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용을 닮은 도마뱀들이나 남생이 같은 거북은 비교적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이들은 마니아층도 두텁고 반려동물로도 많이 사육한다. 물론 포유동물처럼 키우기가 쉬운 건 아니다. 온도, 조도, 식단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꽤 많다. 그들은 환경이 곧 생존이기에 그들을 키우면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남생이 사육은 불법이다. 절대 무언가 하려 하지 말고 발견하면 행동만 지켜보고 부상당해 있으면 가까운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
미국에 사는 앨리게이터 악어는 악어답지 않게 블랙슈트와 둥근 머리가 꽤 귀엽다. 남생이의 모습도 딱 그런 것 같다. 블랙의 간결함과 큰 얼굴과 딱딱한 입의 고집스런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넥타이처럼 목 옆에 밝고 푸른 줄무늬들도 한층 매력을 더한다. 우리나라 별주부전이나 토끼와 거북 이야기의 주인공도 이 남생이이다. 육지와 물을 자유로이 오가는 거북은 남생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름도 예쁘고 모양도 근사하고 이야기도 샘솟는 동물 남생이. 우리가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금방 우리 곁에서 소리 없이 사라질 소중한 동물 이름이 될 것이다.
최종욱 (수의사)
▲남생이(Chinese pond turtle, 흰뺨관두루미. 관두루미)
- 학명 : Mauremys reevesii
- 분류 : 척추동물 > 파충강 > 거북목 > 남생이과 > 남생이
- 크기 : 배갑 20~25cm, 등에 3줄의 용골
- 식성 : 물속의 수서곤충, 우렁이, 다슬기 같은 연체동물,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열매, 닭의장풀이나 명아주와 같은 주변에 흔히 자라는 풀 등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는 잡식성
- 수명 : 야생에서 약 20~30년
- 서식지 : 일본, 대만, 중국, 우리나라
- 번식 : 봄에 짝짓기 5월 이후 8~20개 알 산란, 60일 후 부화
- 천적 : 수달, 삵, 왜가리/액취 때문에 잘 안 건듦, 로드킬이 주요 폐사 원인
- 멸종위기등급 : 위기(EN, Endangered, 출처 : IUCN), 천연기념물 4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