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명 의병장 잠든 산, 한국 100대 명수 방울샘

[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장성 제봉산(328m) 이재산성서 귀바위봉까지 짱짱한 6개 코스

2025-01-24     김희순
귀바위봉 조망바위.

 의병장 고경명의 호는 제봉(霽峰)이다. 그의 호에서 비롯한 산이 두 곳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 압촌동 제봉산(霽峰山·165m)과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 제봉산(霽峰山·328m)이다. 압촌마을은 장흥 고씨 세거지로서 고경명이 태어난 곳이다. 고경명은 1533년 출생, 1558년 문과에 장원급제해 벼슬길에 나간다. 화려한 관직을 두루 거친 후 59세인 1591년 동래부사를 끝으로 관직을 벗었다. 석천 임억령, 서하 김성원, 송강 정철, 제봉 고경명은 무등산 아래 식영정에서 교분을 나누었기에 식영정 사선(四仙·4명의 신선)이라 불렀다. 무등산을 기행한 ‘유서석록’ 시문집 ‘제봉집’ 의병 모집을 위해 각지역에 보낸 격문을 모은 ‘정기록’이 있다.

 1592년 4월14일(음력)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경명은 두 아들 종후, 인후와 함께 6000명의 의병을 모집했고, 전라좌도 의병대장에 추대된다. 담양에서 출정한 의병들을 이끌고, 7월 10일 충청도 의병장 조헌과 함께 제1차 금산 전투에 참가했으나 아들 인후와 함께 장렬히 순국했다. 선조는 제봉산 아래에 사당을 건립도록 한 뒤 ‘포충’이란 사액을 내렸다. 포충사에는 고경명과 두 아들을 포함한 다섯 의병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고경명 3부자는 불천위(不遷位)로 제사를 지낸다. 불천위는 4대가 넘어가도 조상의 제사를 영원히 지내도록 국가에서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유로 포충사는 흥선대원군의 사원 철폐 정책에도 장성 필암서원과 함께 헐리지 않았던 전남지역 2대 서원 중 하나다.

고경명신도비.

 고경명 의병장이 순국하자 시신은 임시로 금산 산중에 매장했다가 화순군 흑토평에 모셔진 뒤, 1609년 장성읍 영천리 오동촌 뒷산으로 이장되었다. 산의 이름도 자연스레 제봉산으로 명명되었다. 묘역 아래쪽에 고경명의 생애와 행적을 기록한 비석인 신도비가 있다. 1800년대 초반에 건립되었다고 추정한다.

 장성 제봉산은 넓게 보면 병풍지맥과 맥을 같이 한다. 병풍지맥에서 가장 높은 암릉산인 병풍산(826m), 불태산(730m) 그리고 제봉산은 물이 많다. 산 아래에는 계곡의 물줄기를 모으는 진원제, 구산제, 유탕제, 대아제, 단광제, 세미제, 선동제가 있고, 특히 시원한 계곡물로 유명한 한재골이 있다.

방울샘.

 장성읍 중심 영천리, 방울샘이 그 원류

 장성읍의 주요한 행정기관과 중심 상권이 몰려있는 곳이 영천리(鈴泉里)다. 영천리라는 지명의 탄생지는 제봉산 아래에 있는 방울샘이다. 방울샘을 한자로 풀면 구슬 영(鈴), 샘 천(泉)이다. 방울샘은 한국의 100대 명수로 소개될 정도다.

 보해 장성공장 홈페이지에는 방울샘을 이렇게 소개한다. “‘영천’이라는 지명은 호남 제일의 약수인 ‘방울샘’에서 유래한다. 현재 기념물로 지정된 ‘방울샘’은 자갈 사이로 구슬같은 공기가 방울져 수면에 떠오르는 모양 때문에 ‘방울샘’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어서 “보해의 모든 술은 지하 253m 방울샘 천연 암반수로 만들어 진다”고 쓰여있다.

귀바위봉.

 방울샘은 1931년 이후부터 원형 석축으로 샘을 보호하고 있다. 왕실의 우물처럼 단정하고 규모도 상당하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과 함께 이 샘을 신성하게 여겨,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에는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당산나무와 함께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한다.

 장성 제봉산은 장성읍의 진산으로 6개의 등산로가 있다. 이정표와 쉼터,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높이가 낮다고 동네 뒷산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정도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6개 코스의 초입은 영천아파트 공용주차장 근처 정수장을 기준으로 한다. 하산 지점에 따라 거리와 시간, 난이도가 달라진다.

봉형산.

 주민들 무난한 1코스와 2코스 선호

 주민들은 제봉산, 봉형산을 경유하는 1코스로 올라 2코스로 내려오는 4.7km 루트를 선호한다. 3코스 1.9km 구간은 길이 묵어있고, 흔한 산행 표지기도 없다. 제봉산 전체를 제대로 보려면 이재산성 위쪽에 있는 귀바위봉(626m) 까지 올라갔다가 4코스 구산제로 하산하는 원점 회귀 13km 구간을 추천한다.

 정수장 입구에 커다란 산행 개념도가 있다. 제봉정 까지 1.1km 거리는 우람한 소나무와 굴참나무로 인해 한여름에도 숲 그늘이 좋다. 넓고 편한 길 따라 완만한 오르막이다. 제봉산 정상은 길에서 살짝 비켜있다. 0.2km 올라서면 아담한 정상석과 방송송신탑이 있고, 서쪽으로만 시야가 열려 있다. 장성읍 전경과 도도히 흐르는 황룡강, 태청산, 고성산이 조망된다. 1km 거리에 있는 봉형산은 실질적인 정상 조망이다. 넓고 사방으로 트여있어 동쪽으로 불태산 주능선과 삼인산, 서쪽으로 영광 불갑산까지 보인다.

이재산성 터.

 산행 개념도 기준 갈림길2 지점은 4개의 코스가 갈라지는 중요한 길목이다. 예부터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 가는 길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있다. 이정표에 ‘오동촌 1.9km’인 3코스는 특별한 조망도 없는 묵은 길이다. 데크계단을 따라가면 이재산성으로 간다. 상당한 경사면이다. 이재산성(이척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성되었다고 한다. 석성과 토성이 혼합한 형태로 자세히 보아야 성의 흔적이 보인다. 이재산성 이정표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전망대는 전망대의 목적을 상실한지 오래다. 게다가 계단과 바닥이 훼손돼서 매우 위태롭다.

편백숲.

 전망대 갈림길에서 0.8km 거리에 있는 귀바위봉에 올라서면 막힌 체증이 뚫린 것처럼 시야가 터진다. 귀바위봉이라는 이름에서 커다란 바위를 기대했지만 팔각형 정자와 작은 바위만 근처에 있을 뿐이다. 오히려 동쪽으로 30m 지점에 있는 암릉지대를 멀리서 보면 귓불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등산과 평야지대, 광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이재산성에서 구산제까지는 1.4km 거리, 울창한 편백나무, 삼나무 숲이 장관이다. 하산 길에 보면 이재산성의 허물어진 돌무더기들이 확연히 보인다. 300년 된 느티나무 두 그루를 만나면 등산로는 끝나고, 구산마을을 지나 장성고등학교 소로를 따라가면 방울샘을 만날 수 있다.

장성 제봉산 개념도.

 ▲산행 길잡이

 영천아파트-정수장-제봉산-봉형산(헬기장)-갈림길1-갈림길2-이재산성터-전망대-귀바위봉

 이재산성터-구산제-장성고등학교-방울샘-고경명 묘역-영천아파트(13km 5시40분)

 영천아파트-정수장-봉형산(헬기장)-갈림길1-방울샘-고경명 묘역-영천아파트(5km 2시간40분)

 ▲맛집(061): 장성역 근처에 있는 해운대 식당(395-1233)은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봐도 다 아는 맛집이다. 첫인상은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주는 곳. 매운갈비찜 1만 7000원, 갈치조림정식 1만 5000원, 가정식 백반 만 원. 맛도 있지만, 22종류 밑반찬에 입이 딱 벌어진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