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살아있다!

[동물과 삶]

2025-02-07     최종욱
전시된 공룡의 뼈 모형.

 공룡은 지금부터 약 2억 3000만 년 전 중생대 트리이아스기에 파충류에서 작은 육식공룡으로 진화되어 나왔다. 그리고 약 100만 년 동안 이어진 시베리아지역 화산 폭발로 인해 지구상 생물 90%가 사라진 페름기 대멸종 후 살아남아 그때부터 육상의 최강자가 되었다. 중생대와 백악기 2억 년 동안은 그야말로 공룡의 최전성기였다. 그러나 백악기 말 갑자기 발생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운석 충돌로 인한 K-Pg 대멸종(5차 멸종)으로 인해 커다란 육상의 공룡들은 모두 사라지고 공룡의 후손인 새들만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공룡 박사들한테 물어보면 지금까지 살아남은 닭이 최강의 공룡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살아남은 자가 제일 강자이니까!

 현대 생물학 프로젝트 중에 ‘치키노사우루스’라는 게 있다. 닭을 거꾸로 역진화시켜 날지 못하는 공룡으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이 공상과학 같은 일이 상당 부분 성공하고 있다고 하니 현실판 쥐라기 공원이 아닌가 싶다. 닭을 되돌려 공룡을 복원하고 공룡의 피를 빨다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는 등 생물학은 우리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하는 신비한 학문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공룡의 대표하면 바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이다. 티라노도 꽤 종류가 많은데 렉스라 부른 종이 가장 크고 번성했다. 렉스는 라틴어로 제왕이란 뜻이고 티라노는 폭군이다. 우리나라도 이 렉스의 뼈 표본을 들여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작년부터 제작해 전시 중이다.

 2024년은 공식적인 공룡 화석인 ‘메갈로사우루스’가 발견된 지 200주년 된 해였다. 그전에도 화석은 발견되었지만 대개 용의 뼈, 거인의 뼈라고 생각해서 신성시하거나 갈아서 약으로 먹기도 했다.

 화석들도 발견한 이에 따라 다 이름을 짓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티렉스는 ‘스코티’이다. 스코티는 길이 13m, 높이 4.5m에 달하는 현재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스코티라는 이름은 1991년 캐나다에서 발견한 발굴팀이 기념으로 마신 스카치위스키에서 따왔다.

 우리나라 남해안은 공룡 발자국 특히 익룡 발자국이 많이 나와 멸종 전 마지막 ‘공룡의 안식처’라는 뜻깊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성, 창녕, 의성, 해남, 진주 등지에서 수많은 발자국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창녕의 문호장 발자국은 공룡의 발자국이지만 조선시대에는 ‘문호장’이란 거인 영웅의 발자국으로 불리며 그곳에 제각을 짓고 신성시해 오고 있다.

 익룡은 나는 공룡이라고 부르긴 하는데 새나 공룡하고는 좀 다른 생물체라고 한다. 현대의 박쥐처럼 피막으로 날고 육지에선 네 다리로 걸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크고 우람한 익룡은 ‘케찰코아틀루스’인데 잉카제국의 신 중 ‘날개를 가진 뱀’이란 뜻이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사람을 공격할 정도로 공격력이 뛰어나지 않았고 주로 물고기나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두 날개의 길이를 합친 길이가 최대 11m, 부리 끝에서 발끝까지의 길이는 9m 정도였으며 한때 중세대의 하늘을 지배하다가 대멸종 때 사라졌다. 이들은 새의 조상이 아니고 시조새라고 불리는 ‘아르케옵테리스 리소그라피카’ 가장 오래된 새이다.

 바다엔 ‘모사사우루스’같은 길이 15m 무게 6톤이 나가는 커다란 수장룡도 많이 살았다.

 장장 2억 년 동안 이런 무시무시한 공룡들이 육해공에서 번성하였고 공룡 이름도 다이노소어(dinosaur) 즉 무서운 도마뱀이란 뜻이다. 현재까지 미국 유타주, 몽골, 벨기에, 아프리카 등지에서 1000여 종의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그중에는 크기 1m 미만의 작은 공룡들도 많다고 한다. 공룡은 여지까지 이름 그대로 거대한 덩치로 불려 왔다. 그래서 작은 공룡들은 인기가 없다. 현재까지 가장 큰 공룡은 네 다리로 걸었던 초식공룡인 몸길이 25m에 몸무게 45톤인 ‘브라키오사우루스’이고 가장 센 공룡은 짐작대로 티렉스이다. 쥐라기 공원 1, 2편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빠르고 영리한 나온 벨로시렙터들은 크기가 거위만 하게 작았고 깃털이 나 있었다. 아마도 이렇게 작은 이족보행 공룡들이 지금의 새로 진화되었다고 추측한다. 얼굴에 커다란 세 뿔이 나 있고 목 위에 큰 칼라 골판을 가진 ‘트리케라톱스’는 지금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초식공룡이고 숫자도 엄청 많았다. 이들은 코끼리의 3배 정도 컸고 얼룩말처럼 무리생활을 하고 먹이를 찾아 계속 이동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생김새가 워낙 독특해서 공룡계의 코뿔소로 불린다. 그 큰 뿔의 용도는 주로 공격보다는 자기방어와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데 이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이아사우라’란 공룡의 이름은 돌보는 공룡이란 뜻이다. 그의 화석 주변에 둥지와 알이 발견되어 공룡도 부화한 새끼들을 돌보는 종류가 있다는 게 최초로 밝혀지기도 했다.

 우린 겨우 600만 년(호모사피엔스는 20만 년)을 살고 있고 공룡은 2억 년을 살았다. 정말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다. 공룡의 복원 모양도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처음엔 꼬리를 끌었다가 나중엔 들고 다니는 모양으로 변경됐다. 냉혈동물에서 요즘은 중온동물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파충류의 비늘에서 새의 깃털과 포유류의 털로 피부 모양도 바뀌고 있다. 6600만 년 전에 사라진 거대한 공룡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엄청난 상상력과 학문적인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어렸을 적엔 누구나 한 번쯤 공룡을 접하면서 고생물학자를 꿈꾼다. 하지만 모든 공룡은 사라지지 않았다. 믿기진 않지만 수많은 작고 아름다운 새의 형태로 온전히 우리 주위에 공존하고 있다.

 최종욱 (수의사)

 ▲공룡( dinosaur, 恐龍)

 - 학명 : Dinosauria, Owen, 1842

 - 분류 : 척삭동물 > 파충강 > 조반목(안킬로, 파키케팔로) 용반목(티라노, 브라키오)

 - 크기 : 25m ~ 25cm, 현재 1000여 종 화석 발견

 - 식성 : 초식, 잡식(소수), 육식

 - 수명 : 티라노 30년, 브론토 40년, 벨로키랍토르 20년, 최대 100년까지도

 - 서식지 : 사막, 열대우림, 초원, 해안 등 다양

 - 번식 : 공룡의 번식 방식은 현재의 조류와 파충류와 유사, 알을 통해 번식 다양한 크기(3cm~30cm)와 형태의 알을 낳음, 집단 번식이나 둥지도 조성

 - 천적 : 육식공룡, 포유동물, 고대 뱀, 고대 악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