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PD의 비하인드캠] (24) 광주FC 시즌 다큐 제작 후기

옐로 스피릿, 꺼지지 않는 불꽃

2025-02-17     김태관

‘김피디의 비하인드캠’은 유튜브 ‘광주축구’, 광주FC 다큐 ‘2024 옐로스피릿’ 제작자 김태관 PD가 광주FC에 관한 생생한 현장 소식과 그라운드 너머의 흥미진진 뒷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만국 공통어 ‘축구’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18년 방송 생활, 잔뼈 굵은 베테랑이라고 자부했지만, 프로 스포츠단 시즌 다큐멘터리 제작은 차원이 다른 도전이었다. 특히, 회사의 울타리 밖에서 직접 펀딩을 받아 시작한 광주FC 시즌 다큐는 그 무게감이 남달랐다. 회계 행정의 복잡함, 인력 구성의 어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소속 없음’이라는 핸디캡은 매 순간 높은 벽으로 다가왔다. 기대하는 팬들의 응원이 아니었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옐로 스피릿의 중심-이정효 감독

 무엇보다, 광주FC가 사상 첫 ACLE와 코리아컵 4강에 진출하면서 48경기 촬영이라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해외 출장만 3번, 느닷없는 용인 원정까지. ‘상하이 하이강’과의 원정 경기 후반에 전해진 계엄령 소식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시즌 전 경기 동안 펼쳐진 수많은 에피소드를 오롯이 현장에서 느끼고 기록한 사람은 필자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주한 선수들은 20대, 30대의 혈기 넘치는 청년들이었다. 프로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팀으로서 움직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열정을 통해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광주FC 시즌 다큐 에피스드 일러스츠. 필자 제공.

 그 중심에는 이정효 감독이 있었다. 뛰어난 언변과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었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축구에 투자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때로는 그의 높은 욕심에 지치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은 절로 동기부여가 됐다. 때론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울산에서 열린 코리아컵 2차전에서였다. 1차전 패배로 결승 진출을 사실상 내려놓은 감독은 후보 선수들을 내보냈고, 모두의 예상대로 경기는 암울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악착같이 따라붙어 최강 울산을 상대로 2대 2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후 아쉬움과 자책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날의 경기는 선수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후반기 광주의 리그1 잔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끈적끈적하고 축구에 미치도록 만드는 파이팅 정신, 우리는 그것을 ‘옐로 스피릿’이라고 부른다. 배경 없고 이름 없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선수들에게 깊은 정과 연대 의식을 느꼈다. 적어도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을 때의 그들은 나의 분신과도 같았다.

광주FC 시즌 다큐 에피스드 일러스츠. 필자 제공.

 옐로 스피릿은 ‘불가능’의 반대말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몰두하는 시간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시즌 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에 모든 작업에 관여해야 했다. 스태프들, 팬들, 선수들을 생각하며 밤새도록 편집에 매달렸다. 마침내 이번 달 중하순부터 쿠팡플레이에 순차적으로 9편의 영상이 업로드된다. 공개되는 순간, 작품은 내 손을 떠나 시청자의 몫이 된다. 영혼을 갈아 넣은 이 작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광주FC 시즌 다큐 에피스드 일러스츠. 필자 제공.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보고 기억했으면 하는 말은 단 하나,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다.

 서포터스는 “우리는 불가능의 반대말이다”라는 멋진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무언가를 꼭 이뤄야 한다는 결과론적 당위성을 표현하는 게 아닌,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 또한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갖기를 바란다. 올해는 다국어 자막 및 장편 다큐 영화 재제작 등에 도전하려고 한다. 올 시즌 광주FC도 마찬가지다. ‘옐로 스피릿’을 장착한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건재하는 한, 열세를 극복하고 또 한 번의 기적을 써 내려갈 것으로 확신한다. ‘도전’ ‘배움’ ‘성장’ 말이다.

 김태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