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협력과 한반도 미래] 트럼프의 귀환과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해야”

2025-02-18     강영식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차 독일에 출장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오전 독일 뮌헨 바이어리셔 호프 호텔에서 마코 루비오 미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30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활동하는 40개의 미국 민간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 우선 접근(peace-first approach)에 기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 민간단체들은 이 서한에서 “우리는 대통령께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첫 번째 임기에서 이룬 진전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수년간의 여러 행정부의 정책은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의 위협을 증대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수십 년간의 압박 정책의 실패를 딛고, 평화 우선의 새로운 접근을 통해 북미 관계를 의미 있게 진전시키고 핵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라며 트럼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이어 민간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선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전쟁 상황을 종식시키는 것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평화를 위한 기본적인 신뢰 구축 과정이며, 북한이 주장하는 핵무기 보유 명분을 없애는 길”이라며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나셨다. 또한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거나 여타 동기를 제공하기 전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무장을 해제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극단적 접근법을 거부하고, 대신 평화와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해 주실 것”을 촉구하였다.

 북미간 협상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고 “엄청난 콘도 수용 능력”과 “넓은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 이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시 연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다. 그는 나를 좋아했고 우리는 잘 지냈다”라고 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이 북한과의 협상을 준비하는 듯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기에 북미 간 협상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근거있는 예측 또한 쏟아지고 있은 실정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연이은 통화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히면서 2년여 동안 지속되고 있는 러·우 전쟁이 마무리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기에 북·미 간 대화 재개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이 실제로 진전된다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도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고 완충지역으로 우크라이나 동부를 확보한다면 더 이상 미국과 대립할 필요가 없어지기에 북한과의 밀접도 또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는 달리 북한과 대화하려는 노력을 실질적으로 진행하고, 러·우 전쟁이 종료되어 미-러 간 관계가 개선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절실히 경험한 북한으로서는 당장, 미국이 적어도 한미 연합 훈련 중단 정도의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더 이상 비핵화 협상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대남관계를 ‘대적관계’로 전환하고 우리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였다. 그리고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또한 소원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관심을 보이고 김정은 위원원장에게 러브콜을 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면서 핵보유국의 전략적 지위와 영향력을 가지고 ‘자력갱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협상의 문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후로 북한이 ‘최강경 대미 대응 원칙’을 제시하고 고농축우라늄(HEU) 핵시설을 공개하면서 무력시위를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도 나름의 계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북한을 ‘무시’하지 않고 ‘관여’하는 것이 미·중 전략경쟁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군축과 제재 해제, 관계 정상화를 교환하는 협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러·우 전쟁이 종식된다면 푸틴 대통령이 북미협상의 중재자로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 열어갈 민주정부 출범 기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이 변하고 있다. 북한도 지난 2년간 처럼 러시아만을 믿고 생존을 도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떠밀리듯 회담 테이블에 앉기보다는 회담의 주도권을 잡고 가는 것이 협상이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더 유리할 수 있다. 북한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변화된 정세를 정확히 짚어내어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과의 관계 문제도 함께 염두에 두고 있길 바랄 뿐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만 개선하고 남한은 무시하고 가겠다는 전략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북한에 그렇게 유리하지도 않음을 분명히 인식했으면 한다.

 문제는 우리다.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관하면서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 및 북·미의 투트랙 협상이 필요하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과 우리의 정치 상황으로 남북대화의 조기 재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로서는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모든 자리에서 ‘한국 패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북·미 협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향후 정세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신속하고 적법하게 마무리 되어야 하며, 한반도 평화의 길을 새로이 열어나가는 새로운 민주정부가 출범하기를 기대하며 지금부터라도 잠시 멈춰져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개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