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꼬집기] 장록습지생태관, 시민 공존 방안 모색해야
“아이구… 모기나 끓고 냄새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이여~”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을 이제는 쉽게 만나기 어렵다. 기후위기에 몰린 지금 지구에서 탄소흡수원으로, 또 생물다양성의 중심지로 습지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중요성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록습지와 평두메습지가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면서 지역에서 습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공식’으로만 박혀 있던 개념이 ‘장록습지’와 ‘평두메습지’라는 실체로 우리 앞에 다가오면서 습지가, 또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설명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존 모델 장록습지·평두메습지
도시에서의 습지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도시 생태계는 스스로 자기유지가 가능한 자연생태계와는 다르다. 도시 생태계는 인위적인 외부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종속생태계로 인간의 활동과 인위적 간섭으로 자연의 변형이 심해지면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한 곳이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유지하는 것 또한 힘들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를 잘 보전하는 것이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럼, 습지는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잘 지켜지고 있을까?
1990년대부터 2018년까지 근 30년 동안 평균 1년에 1곳씩의 저수지가 사라졌다는 통계나 1970년대 이후 도시화의 과정 속에서 많은 하천이 복개돼 사라졌다는 사실은 과거의 일로만 그치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장록습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2020년. 모두가 환영의 박수를 치며 습지를 더 잘 지켜보자고 다짐하고 있을 때 남구의 진월저수지는 축구, 야구, 풋살 등을 하기 위한 복합운동장을 조성하기 위해 매립하는 계획이 수립되었다. 지역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결국 2021년 진월저수지의 절반 이상이 매립돼 사라졌다.
여전히 너무 쉽게 습지는 사라지고 있다. 습지가 없어짐으로써 발생하는 도시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 종합운동장을 설치해 이용하는 편익보다 작다고 할 수 있을까? 가뭄과 홍수가 더 자주, 더 높은 강도로 다가올 앞으로의 도시에서 미시기후를 조절하고 가뭄과 홍수를 조절해주는 습지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 있는 습지를 잘 지켜내는 것이 에너지와 비용을 적게 들이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지금 있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는 습지를 잘 지키자.
전시관 넘어 조사·연구 기관 돼야
이처럼 중요한 습지의 기능과 가치를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마침 광주에 장록습지생태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작년에 장록습지 습지생태관 건축 설계공모가 진행되었고, 올해 2월 17일 최종 당선작이 선정돼 곧 실시설계에 들어간다고 한다.
장록습지보호지역 지정 과정은 주민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합의에 도달한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사례이다. 그만큼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고 자긍심 또한 강할 수밖에 없다. 장록습지생태관 건립 과정 역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세심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다.
장록습지는 광주의 습지와 생물 다양성 보전 정책의 실질적인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록습지생태관이 전시관이나 홍보관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장록습지를 홍보하고 교육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과 습지의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와 조사, 보전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습지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보전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록습지생태관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시민들이 함께 지켜볼 일이다.
박경희 광주전남녹색연합 생태보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