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는 공인, 사고·행동 오직 시민 기준”
[드림이 만난 사람] 1회 광주활동가상 홍성칠 광주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시민 의제 행정 반영돼야 제도·시민 가교 역할 튼실”
“1회 수상이 절대 기쁘지 않고, 부담만 큽니다. 수상을 계기로 제가 명예와 출세를 갈망하지 않고, 시민 이익만을 생각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서 자질이 있는지 스스로 계속 자문하게 됩니다.”
30여 년간 시민사회에 몸담으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광주공동체 확장에 기여한 공로로 ‘제1회 광주활동가’ 상을 수상한 홍성칠 광주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의 수상 소감이다.
광주활동가상은 (사)광주NGO시민재단이 지난해 말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 및 광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해온 활동가의 노고를 격려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제정, 1회 상을 시상했다.
홍 위원장이 광주 지역사회의 대들보, 젊은 활동가들의 큰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명예도, 출세도 아닌, 오로지 “시민적 가치를 보호하고 시민만을 바라보며 행동한다”는 신념이 근간이 됐다. 생각과 생각이 덧대지는 신념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홍 위원장은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재학 시절, 5·18 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서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홍 위원장은 “5·18을 목도하면서 학창 시절 내내 진상규명에 집중하게 됐고, 오월 정신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갈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시민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활동가로서 삶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5·18 목도하며 시민사회 활동가 길 걸어”
90년대를 지나 활동가의 길을 걸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홍 위원장의 마음을 관통하는 사건을 겪게 된다. 바로 ‘현대하이스코(옛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다.
지난 2005년, 홍 위원장은 원청 정규직과 똑같이 일했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을 받거나 고용 불안을 호소하며 노조를 설립하자, 하청업체가 이들을 대거 해고한 사건을 접했다.
홍 위원장은 “투쟁 소식을 들은 뒤 순천으로 달려가 2주가량 농민들과 연대 농성하며 그들과 함께 싸웠다”며 “현장 노동자의 고달픔에 대해 몸소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현장에 천착하는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홍 위원장은 5·18 최후 항쟁이자 항쟁의 서사가 담긴 ‘옛 전남도청 복원’을 촉구하는 투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6년 9월 7일부터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옛 전남도청 복원을 위한 광주·전남범시도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천막 농성을 수년간 이어갔다. 그 결과, 광주시로부터 원형 복원에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제41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홍 위원장은 “당시 도청에 누가 상주했는지, 증언할 사람은 있는지 여러 다각도로 기록하고, 검증한 뒤에 보도검열관실 복원이 필요하다”며 치열한 고증을 통한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는 공인이다. 시민을 위한 활동을 하려면,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겠다는 공익적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는 고상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는 차별과 혐오의 표현을 쓰지 않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지녀야 하고, 공익 활동을 이행할 수 있는 사업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에 앞에 놓인 척박한 현실은 누구보다 마음이 아프다. 최소한의 생계조차 보장이 안 되니 예리한 생각을 지닌 젊은 활동가들이 점점 판을 떠나가고, 오려는 이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지지·격려·연대 필요할 때
홍 위원장은 “예전만 봐도 노동조합 간부들은 대부분 젊을 만큼 청년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광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비중을 100으로 본다면, 이중 청년은 20 정도 밖에 안 된다. 청년들 입장에서 보면,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대한 효용감을 예전만큼 선명하게 느끼지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다 젊고 건강한 시민사회단체를 만들려면. 사회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홍 위원장은 제시했다.
홍 위원장은 “또한 후원이 과거보다 양적으론 많이 늘어났지만, 재정자립도는 예전보다 오히려 더 취약해진 상황인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회제도적으로 시민사회단체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못한 데 기인한다”며 “광주 지역사회도 조례에 의해 광주시민사회지원센터가 설립돼 활동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유럽 국가에 비해 비영리 사회적 활동에 대한 지역의 지지가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큰 역할 중 하나는 시민들의 의견을 빨리 전달하는 데에 있다”면서 “의제가 실질적으로 행정에 반영될 수 있게, 제도권과 시민들의 가교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문석 기자 mu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