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밖의 사람들

[작은 책방 우리 책들]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 (2021, 노란상상)

2025-03-10     호수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 (2021, 노란상상)

 지난달 28일 오전 8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교사 지혜복과 연대동지들이 경찰에 폭력적으로 연행되었다. 함께하던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회장 동지는 서울시교육청과 경찰의 폭력에 다리가 부러졌고, 스물세명이나 되는 동지들이 서울 각지의 경찰서로 호송 및 구금되었다.

 A학교에서 학생이 당한 성폭력 피해 사안을 공익제보한 교사 지혜복의 부당전보 및 해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던 1박 2일 농성투쟁 도중이었다. 이날 경찰들은 일부 연대 시민동지를 “일반 시민”이 아닌 “말벌 시민”이라며 잡아가도 된다는 식의 말을 하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말벌 시민도, 각기 다른 투쟁 중에도 해당 안건에 연대하러 온 노동자들도 해가 떴지만 어두운 아침을 경험했다.

 학내 성폭력에 저항하는 투쟁이지만 현장 상황에 대한 성명을 낸 연대집단에는 전교조가 없었다. 민주노총과 각기 다른 투쟁 중인 노동조합 지회의 이름들이 보였다. 시야 밖의 사람들이 밝은 아침을 위해 모여든다. 요즈음의 서울은 매일매일 이러하다.

 박보람이 쓰고 휘리가 그림을 그린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2021, 노란상상) 역시 시야 밖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두운 곳에서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 환경미화원의 일상을 그린 책이다.

 세상에는 세월의 흔적이 짙게 배어서,

 혹은 망가져서, 또는 쓸모없다고 여겨져서 버려지는 물건이 많습니다.

 (…)

 누군가에게는 보고 싶지 않은 더러운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그런 흔적을 가져가는 사람들입니다.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 중에서.

 그들은 “매일 어질러진 거리를 정돈하고,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운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궂은 일을 한다. 날씨가 어떻든, 무슨 사정이 있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의 환경은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몸이 다치기도 하고, 편견에 의해 손가락질 당해 마음이 다치기도 한다. “지독한 냄새는 괜찮”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듯 몸과 마음이 다치기 쉬운 일을 하면서도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은 결국 내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건 우리가 지나간 자리,

 그 자리마다 새로운 아침 볕이 내리쬔다는 것입니다.

 아침이 왔습니다.

 더럽고, 냄새나고, 불쾌했던 어둠은 우리가 모두 가져갑니다.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 중에서.

 ‘어둠을 치우는 사람들’을 보며, 교사 지혜복과 그 연대자들, 그 연대자들의 연대자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사람들은 어떤 투쟁들이 매우 개인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부당한 일이, 억울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자신의 일이므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만 싸우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것이 그저 개인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많은 사고 유가족들은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싸우고, 해고 노동자들은 부당하게 해고당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싸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많은 비정규직을 향한 차별이 없도록 싸우고, 성폭력 피해 연대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났을 때 그들을 도울 시스템이 있기를 바라며 싸운다. 이 모든 싸움들은 더럽고, 냄새나고, 불쾌했던 어둠을 세상에서 조금씩 걷어내는 작업인 것이다.

 싸우는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아침 볕이 내리쬔다. 지금껏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우리의 자리에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우리가 매년 3월 1일마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듯이 지금 이 시대의 어둠을 걷어내려 애쓰는 사람들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연행자들의 48시간이 너무 춥고 어둡지 않기를 바라며 새로운 아침 볕을 기다린다.

 문의 062-954-9420  호수(동네책방 ‘숨’ 책방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