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꼬집기] 학부모가 학교를 바꾼다
매년 3월이면 각 학교는 학부모총회를 열어 새로운 학년을 시작한다. 그러나 최근 대전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아동 사망 사건이 던진 질문은 묵직하다. 아이들은 과연 안전하고 행복한 교육을 받고 있는가? 학교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학교는 학생만의 공간이 아니다. 학부모 또한 학교 운영의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때 침묵하거나 방관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과 다름없다. 이제 더 이상 학교를 두려워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다.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들이 학교 변화를 직접 이끌어갈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바로 서는 학부모, 우뚝 서는 아이들
실제로 광주는 2017년 1월 ‘광주광역시교육청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각 학교에 학부모회를 설치·운영하게 함으로써 효율적인 학부모회 운영을 돕고, 학부모가 교육 활동에 적극 참여해 학교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조례는 임원을 총회에서 민주적으로 선출하고, 회장이 총회를 소집하며, 총회 개최 7일 전 반드시 공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학부모 총회를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바꿔치기해 진행하거나, 7일 전 공고를 무시하고 학교장 명의로 임원 선거 공고를 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욱이 총회조차 학부모회가 아닌 교사가 주도하여 임원을 선출하는 등, 학부모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또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9년이라는 역사를 지닌 학교운영위원회는 중요한 의사 결정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공고 없이 내정하거나 무투표 당선공고를 남발하는 등 비민주적 절차가 만연하다. 심지어 선출관리위원회 자체를 형식적으로 운영해 행정실장이 선거 사무 전반을 진행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이는 학교장 주도로 운영위원이 구성될 위험을 높이고,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학부모들은 학교 참여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고, 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될 것이다. 이는 곧 학교자치의 후퇴로 이어지며,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교육자치의 꽃은 학교자치
이제야말로 학부모들이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학교의 진정한 주체로 나서야 한다. 학부모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학교운영위원회는 공정한 선거 절차를 통해 민주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관리자와 담당 교사에게 학부모회 지원조례에 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부모회 임원들도 스스로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교육자치의 꽃은 학교자치다. 그리고 학교자치는 학부모·교사·학생 모두가 주체로 나설 때 가능해진다. 교육청과 학교는 형식적인 참여를 넘어 학부모들이 실질적으로 학교 운영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학부모가 마음껏 꿈꾸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학교는 진정한 교육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이 될 것이다.
하늘이 사태가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학교가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존재하려면, 학부모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제는 겁내거나 주저하지 말고,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찾으며, 학교 운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 작은 한 걸음이 모여 우리 아이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
김경희 광주참교육학부모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