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안고 달리는 새 로드러너 

[동물과 삶]

2025-03-21     최종욱
로드러너.

 디즈니의 유명한 웹툰에서 ‘톰과 제리’처럼 맨날 코요테한테 쫓기지만 절대로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이 달리는 새가 있다. 좀 모자란 코요테는 갓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이 쌩하니 달리는 새를 잡으려 하지만 번번이 제가 제 꾀에 오히려 넘어가고 만다. 그 웹툰 제목이 ‘로드러너’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빠른 새의 이름도 ‘로드러너’다. 즉 길을 달리는 진정한 새 중 새란 뜻이다.

 생김새는 몸과 긴 꼬리까지 합쳐 닭보단 조금 긴 50cm 정도에 후투티처럼 머리에 깃털 달린 볏이 달려있고, 부리와 다리가 다른 육상 새들에 비해 월등히 길고 눈매가 매처럼 차갑고 날카롭다. 이 새 역시 가볍게 날 줄은 알지만 날기보다는 뛰기를 훨씬 좋아한다. 달릴 때 발가락 구조 때문에 X자 상 발자국을 남기는데 이는 원주민들에게 악령을 물리치는 무늬로 인식되어 이 새를 신성시한다.

 황량한 사막을 주 무대로 사는 보면 볼수록 재밌고 신기한 새이다. ‘역시 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날기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군!’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한다. 새들은 저번 공룡 편에서 공룡의 후손들이라도 했었다. 필자 입장에선 솔직히 믿기지 않지만, 대다수 공룡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바이니 아마도 맞을 것이다. 진화의 오랜 시간은 이런 어마어마한 체구 차이마저도 극복해 버린 것일까? 하기야 세균 같은 단세포에서 우리가 나왔다고 하니 영겁의 시간은 지구의 어떤 것도 바꿀 수 있다. 그 중간 과정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저 인간은 알려고 노력할 뿐, 모든 세상일은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해답과 즐거움이 있다. 근원적인 결과란 결국 공허든지 죽음뿐이다!

 웹툰에선 로드러너가 맨날 코요테를 놀리지만, 코요테의 주력은 로드러너의 시속 30km를 훨씬 앞선 60km이고 이 새의 사냥도 가끔 성공한다고 한다. 로드러너는 부족한 주력을 재빠른 방향 전환이나 가시 풀숲에 숨는다든지, 최종적으론 나무나 선인장 위로 푸드득 날아오르는 것으로 해결한다. 그들에겐 나는 건 생존을 위한 마지막 히든카드쯤으로 아껴두는 모양이다. 그래도 그 비장의 카드를 위해선 평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다이어트에 늘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한다. 진정한 다이어트는 이들 새처럼 생사에 배수진을 쳐야 성공할 수 있는 것 같다.

 로드러너는 주로 설치류나 곤충을 잡아먹지만, 도마뱀, 작은 새 심지어 맹독의 방울뱀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그 크고 무서운 독사마저도 이 끈질기고 빠른 추적자에겐 가련한 한 마리 희생양일 뿐이다. 더구나 다 잡은 큰 먹이는 일단 사정없이 땅바닥에 패대기를 쳐서 아예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목 넘김이 좋게 척추까지 부러트린 후 통째로 삼킨다. 특히 수컷의 구애 시에는 암컷에게 결혼 선물로 기다란 방울뱀 한 마리쯤 먹이로 물고가면 최고다. 암컷은 그 먹이 사이즈를 보고 짝짓기 여부를 결정하고 일이 다 끝나야 그 선물을 받아먹을 수 있다.

 나무 가시에 먹이를 꽂아두고 먹는 도살자 떼까치에 이어 잔인성으로 녀석도 1, 2위를 다투는 족속들이다. 방울뱀은 사람과 코요테에겐 치명상을 입히지만, 우리에게 한 끼 식사감인 이 로드러너에겐 도망치기 급급하다. 먹고 때론 먹히는 복잡한 먹이사슬의 아이러니한 단면이다. 이러니 천적이란 개념은 상대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 로드러너는 진정 큰 뜻을 품고 사는 새인지도 모른다. 먼먼 미래에 그들의 자손에 자손들이 다시 공룡화되어 이 지구를 지배하는 꿈같은 것.

 최종욱 (수의사)

 로드러너(Road runner, Chaparral bird, 길달리기새, 도로경주뻐꾸기)

 - 학명 : Geococcyx(Wagler, 1831)

 - 분류 : 척삭동물 > 조강 > 뻐꾸기목 > 뻐꾸기과 > 큰로드러너(G. californianus), 작은로드러너(G. velox)

 - 크기 : 평균 크기는 56~61cm, 평균 무게는 약 230~430g

 - 식성 : 주로 벌레나 설치류, 작은 새, 파충류(방울뱀, 도마뱀), 과일, 씨앗 등 주로 육식

 - 수명 : 7~8년

 - 서식지 : 주로 미국 서남부와 남중부, 멕시코 및 중앙아메리카의 사막이나 산악 저지대

 - 번식 : 2월~8월 사이에 2~10개의 알 산란, 부화 17~20일, 부화 후 18일 정도 독립 활동 가능

 - 천적 : 인간, 늑대, 코요테, 맹금류, 방울뱀, 사막기후 등

 - 멸종위기등급 : 관심대상(LC : Least Concern, IU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