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절리·볼거리 가득 강진의 작은 무등산

[김희순의 호남의 명산] 강진 화방산(402m) 이목구비 뚜렷한 거대한 ‘큰 바위 얼굴’

2025-03-28     김희순
암릉지대.

 강진군 군동면 화산리에 있는 화방산(花芳山 402m)은 ‘큰바위 얼굴산’으로 불린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사람 얼굴 모양의 산이다. 화방산 능선에 우뚝하게 서 있는 거대한 퇴적암 덩어리가 그 주인공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몬스터 삼형제 같기도 하고 익살스런 말뚝이 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광대(廣大)바위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능선에 올라 옆모습을 보면 30여m의 단일 암봉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윤곽을 가진 미남 형상이다. 신비로운 미남 바위가 입소문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등산객들이 찾아올 정도가 되었다.

 화방산은 반나절 산행에 알맞은 작은 산이지만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격렬한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생긴 다양한 암석들이 박리와 침식 과정을 통해 독특한 형태의 기암괴석을 만들어 냈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지만 길이 바뀌고 산이 깍이면서 주요 지점 안내는 부족한 편이다. 또한, 인위적인 안전시설은 전무하기에 경사면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들머리.

 꿈과 자긍심 키워주는 전설을 만들자

 산행 들머리는 삼화 마을회관이다. 마을 입구에 큰바위얼굴 표지판을 보면서 문득, 중학교 국어책에 실린 미국 작가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의 ‘큰 바위 얼굴’이란 작품을 떠 올리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은 가상의 마을과 사람 얼굴 모양의 바위산을 배경으로 한다. 평범한 소년이 바위산과 닮은 큰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설을 믿고 기다리며 영향을 받는 성장기를 그렸다. 우리나라에도 오랫동안 전해 오는 구전, 또는 전설이 많다. 사람 속에 녹아든 이야기들은 문화와 정신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큰바위얼굴.

 주요 사찰이나 명소에 있는 안내문들에는 궁벽한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이제는 힘찬 기운과 희망을 북돋아 주는 스토리텔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허구일 망정 오랜 시간이 지나면 믿음이 된다. 화방산의 큰 바위 얼굴은 또렷한 거인의 두상이다.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버무릴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다.

 마을 입구에 설치된 등산로 이정표는 정상까지 2.7km를 가리킨다. 정상을 곧장 치고 올라갈 것 같지만 큰바위얼굴을 만나기 위해서는 동쪽 능선 방향으로 2km 가까이 이동해야 한다. 들머리 찾기부터 애매하다. 선답자들의 표지기를 잘 살펴야 한다. 마을 안쪽으로 탱자나무 울타리를 끼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흑염소 농장과 작은 저수지를 지나면 산봉우리에는 사람 모양의 암릉지대가 시선을 끈다. 찡그리고 있는 외계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은 개울을 건너면 벌목으로 인해 옛길이 사라졌지만, 경사면을 치고 오르면 능선 안부다. 본격적으로 사방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맷돌바위.

 커다란 모래시계 닮은 바위를 지나면 갈림길 이정표다. 오른쪽으로 20m 지점에 있는 전망바위를 놓칠 수 없다. 뱃머리처럼 바위가 돌출된 낭떠러지다. 굵은 바위 능선과 구릉형 납작한 봉우리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형제바위는 이정표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커다란 두 개의 바위가 머리를 맞대고 있듯 사이좋게 붙어있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틈새로 보이는 들판의 조망이 좋다. 뒤돌아서 바라보면 힘 좋은 ‘남근석’ 모양이라 이채롭다.

 암릉길이 시작되면 두 번째 암봉에 올라서야 뚜렷한 모양의 큰 바위 얼굴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작은 산에 이렇게 거대하고 기운찬 암릉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우뚝한 코와 깊은 눈은 미술 시간에 그렸던 로마 장군 ‘아그리파’ 석고상을 보는 듯하다. 오랜 세월 침묵하고 있는 거인을 깨울 위대한 전설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얼굴을 덮고 있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계속해서 성벽 같은 암벽지대가 이어진다. 어금니 치열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듯한 생김새다. 헬기장에서부터 정상까지는 코가 땅에 박힐 정도로 가파른 잡석 오름길이다.

 1000개의 불상처럼 보이는 병풍바위

주상절리.

 커다란 삿갓 모양의 정상은 낮은 높이에 비해 사방 막힌 곳 없이 시원한 경치다.

 월출산, 수인산, 보은산, 천관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까만 정상석에는 ‘千佛山-花芳山’이라고 새겨있다. 화방산의 옛 이름이 ‘천불산’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병풍바위’(주상절리대)가 마치 1000개의 불상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정상에서 50m 거리에 주상 절리지대가 있다. ‘절리’는 암석에 생기는 균열을 말한다. 용암이 지표에 흘러나와 공기 중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이 되면서 생기는 것을 주상절리라 한다. 화방산의 수직 주상절리는 지름이 작고 규모가 작지만 무등산 입석대 못지않다.

호랑이굴.

 급경사를 5분 가량 내려서면 호랑이굴 갈림길이다. 대부분은 갈림길에 있는 작은 바위굴을 호랑이굴로 오인할 수 있지만. 200m 더 지난 곳에 있다. 산행 표지기가 곳곳에 걸려 있지만 여간해서는 찾기 쉽지 않다. 한 사람 겨우 지나는 낭떠러지를 통과하게 되므로 발걸음에 주의해야 한다. 수직 절벽 아래 있는 호랑이굴 입구는 좁아 보이지만 내부는 5~6명이 앉을 정도로 넓다.

 하산길은 자잘한 잡석과 마사토 급경사여서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중간쯤에 작은 샘이 있고 대나무 관수로를 따라 물이 부족한 화방사까지 이어진다. 화방사 대웅전 앞에 있는 풍화된 탑에 ‘千佛山-華嚴寺事蹟碑’(천불산-화엄사사적비)라는 명문이 있다. 이곳이 예전에는 천불산으로 불렸고 화방사는 화엄사라고 불린 모양이다. 제비집처럼 가파를 경사면에 절이 앉아 있다. 지금은 작은 암자 정도의 규모지만 약 900년 된 고찰로 이곳의 일출과 일몰은 금릉(강진 옛지명) 8경 중 으뜸으로 친다.

 포장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내려가면 도로를 만나게 되고 왼편으로 내려가면 삼화마을 회관이다. 큰 바위 얼굴을 다시 돌아보며 지혜롭고 덕이 있는 큰 인물이 태어나기를 염원해 본다.

강진 화방산 개념도.

 ▲산행 길잡이

 삼화마을회관-시멘트 포장도로-갈림길-전망바위-형제바위-큰바위얼굴-정상-주상절리대-호랑이굴 갈림길-호랑이굴-호랑이굴 갈림길-화방사-삼화마을회관(6km 3시간)

 ▲맛집(지역번호 061)

 승용차로 15분이면 닿는 강진군 칠량면 청자식당(433-1515)의 바지락회(4인 기준 大 5만 원, 中 4만 원)는 이곳 사람이면 다 아는 맛집이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30년째 단골이 줄을 선다. 매콤, 새콤, 달콤한 바지락 회무침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저절로 흐르게 된다.  글·사진= 김희순 山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