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됐다고 무조건 좋은 차 아니다
[좌충우돌 중국차(茶)] (67) 변치 않는 기만술2 수탉이 알을 낳다.
지난 회에 이어서 수종(樹種)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육계는 관목이다. 관목형 차나무는 소교목이나 교목과는 아주 다른 품종적 특성을 보이고, 그 생장 및 수명은 다른 수종들처럼 길게 나올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육계는 늙을수록 혹은 수령이 증가할수록 좋은 품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목이 오래 살면 찻잎의 품질은 당연히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자. 육계는 80년을 살 수 있는가? 한마디로 가소로운 이야기이다. 관목 차나무가 운이 좋아 80년을 산다손 치더라도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떫은맛과 옅은 구감 등으로 인하여 찾는 사람이 없을 터이다. 따라서 육계를 노총으로 분류하는 것은 수령(樹齡)이나 품질적인 특성으로도 모두 불합리하다.
우리는 무이암차에서 수선만이 노총으로 분류되고 그 수령은 80년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표준에 의거했을 때, 육계를 가지고 수령을 논한다는 것은 중국 속담 [수탉이 알을 낳는 것: 공계하단(公鷄下蛋)]과 같이 무의미할 뿐이다. 고수대홍포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수(古樹)는 교목형 보이차나무에 한정해서 사용해야만 한다. 다른 이유는 모두 말장난이자 속임수에 불과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육계의 풍미에서 나오는 특징을 보자면, “향(香)은 육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라고 늘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육계는 “향기를 마시는 차”라고도 이야기한다. 일정한 연령이지나 수령이 계속 높아지면 육계의 풍미 역시도 생노병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가운데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수령이 너무 높은 육계는 본래의 높고 자욱한 계피향이나 화향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차향을 논하자면 육계의 날카로운 듯한 계피 향기는 다른 차와는 뚜렷한 변별력이 있으나, 차탕은 그 질감상 맛을 잡아내기가 어렵다. 품질이 서로 비슷한 상황하에서 육계를 다른 품종인 수선에 대비하면 차탕에서 일정량의 두터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육계에서 풍부한 향과 두터운 구감을 동시에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향이 좋고, 구감이 뛰어나며, 암운(岩韻)까지 있는 육계는 무이암차 가운데서 상등품이 틀림없다. 특정한 정황 아래 일정한 수령에 도달한 육계에서 차탕의 순후(醇厚)함은 그 차의 품질이 뛰어남을 말해주고, 심지어 일부 수령이 약간 높은 육계를 마시면 마치 수선을 마시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차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반)수선과 혼동하기 쉽게 만들고 자웅을 가리기 어렵게 만들어, 몇 년씩 암차를 마셔온 사람들도 육계와 수선을 틀리게 지목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일부에서는 육계의 수령이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육계의 수령이 그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육계는 향기를 마시는 차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술한 내용으로 봤을 때 소위 ‘백년노총육계’는 그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났을 것이다. 관목형의 육계나 대홍포 차나무가 살면 얼마를 산단 말인가? 과도한 부풀리기에서 벗어나 재배지의 자연환경, 제다의 특징, 차의 보관상황 등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맞지 않겠는가? 고수대홍포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실 이러한 쓸데없는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수탉이 알을 낳는다는 웃기는 이야기는 그만하자, 정신건강에 해롭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무이암차는 비록 같은 품종이라고 해도 ‘어느 지역 어느 환경에서 몇 년간 자라났는지’, ‘어떠한 화후(火侯)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차 가격에 반영되어 비록 같은 품종의 차라고 할지라도 많게는 수십 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 만나는 모든 수선은 ‘노총수선’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야 잘 팔리고, 그간 잘 속여오던 ‘정암대홍포’나 ‘정암육계’로는 약발이 잘 안 듣게 되자 느닷없는 ‘삼갱양간’을 들먹이고, 그도 부족해서 ‘백년노총육계’와 ‘고수대홍포’라는 황당무계한 가짜 명찰을 달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가짜 명찰을 그럴듯한 타이틀을 단 사람들이 만든 불량한 차에도 스스럼없이 사용하니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사족: 필자가 심지어는 한국에서 ‘습창 무이암차’를 만난 적도 있다. 당시 그 차는 20여 년의 진기를 가졌다고 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무이암차에서 습창차 특유의 지푸라기 썩은 냄새가 풍겨 나왔다. 물론 그 차는 처음부터 습창차로 만든 것은 아니고, 보관상의 부주의로 적지 않은 기간에 걸쳐 습을 먹은 것으로 여겨졌다. 무조건 오래되었다고 해서 좋은 차는 아니다. “찻잎+제다+보관”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질 때 그 차의 맛과 향은 비로소 우리의 영혼에 녹아든다.
류광일(덕생연차관 원장)
류광일 원장은 어려서 읽은 이백의 시를 계기로 중국문화에 심취했다. 2005년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사범대학에 재학하면서 덕생연차관 주덕생 선생을 만나 2014년 귀국 때까지 차를 사사받았다. 2012년 중국다예사 자격을, 2013년 고급차엽심평사 자격을 취득했다. 담양 창평면에 중국차 전문 덕생연차관(담양군 창평면 창평현로 777-82 102호)을 열고 다향을 내뿜고 있다.